농구/NBA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대체 몇 번째인가.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서울 SK 나이츠와 원주 동부 프로미의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라운드 경기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 이날 경기는 1위(SK)와 9위(동부) 팀 간의 맞대결답지 않게 시종일관 팽팽한 분위기로 전개됐다. SK가 73-71로 앞선 경기 종료 4.4초를 남긴 상황에도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동부가 3점포라도 적중시켰다면 단번에 결과가 뒤바뀔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건 심판 판정이었다. 동부는 별다른 공격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제대로 된 판정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동부가 이겼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 한 번의 공격 기회는 더 얻을 수 있었기에 두고두고 아쉬울 만했다.
상황은 이랬다. 동부는 71-73으로 뒤진 경기 종료 4.4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권을 얻었다. 작전타임 직후 박지현이 패스한 공을 크리스 모스가 잡았다. 그러자 SK 김선형이 반칙으로 끊고자 하는 액션을 취했고, 손까지 들어 보였다. '내가 반칙을 했다'는 신호였다. SK는 팀 반칙에 여유가 있어 슛 동작이 아니라면 상대 흐름을 끊는 게 유리했다. 하지만 심판진 누구도 이를 보지 못했다. 모스는 시간에 쫓겨 불안정한 자세로 슛을 던졌고, 이는 림을 외면했다. 결국 동부는 패했다.
동부 측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이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코트 안까지 들어와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부로선 충분히 그럴 만했다. 만약 김선형의 반칙이 인정됐다면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다시 한 번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고, 슛 동작에서의 반칙이었다면 자유투를 얻어 동점 혹은 역전을 노릴 수도 있었다. 그만큼 동부에 무척 소중한 기회였지만 허무하게 날아갔다. 동부 관계자들은 경기 후 "심판실이 어디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내가 기자회견에서 판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 정당하다고 생각했기에 항의한 것이다"고만 이야기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심판 또는 판정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내면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선형도 경기 후 "반칙에 여유가 있어 끊으려고 했는데 경기가 끝났더라"고 솔직히 말했다. 선수가 직접 '반칙을 했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심판은 그냥 넘어갔다.
KBL 심판위원회는 올 시즌부터 심판복 뒷면에 이름을 명시하기로 했다. 지난 시즌 밥먹듯이 일어난 오심에 따른 잡음이 워낙 많았기에, 이제부터라도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내리겠다는 의지였다. 심판원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다. 지난해 11월 21일 SK-오리온스전서도 승부처에서 2차례나 결정적 오심을 범했다. KBL 심판위원회도 오심을 인정했다. 이 사건으로 오리온스는 재경기를 요청할 정도로 강경 대응했다. 지난달 14일에는 SK 헤인즈가 KCC 김민구를 고의로 밀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나왔지만 심판진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TV 중계 화면만이 진실을 얘기했다. 두 사건 당시 심판들은 모두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잘못된 판정 하나가 경기 결과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그런데 이럴 때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진부한 말만 늘어놓고,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오심으로 가슴에 생채기가 난 구단과 선수들, 팬들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한 감독은 "상황 설명을 위해 심판을 부르면 오지도 않고 피하기에 급급하다"며 아쉬워한다.
KBL은 절대 이번 오심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매달 오심으로 한 차례씩 홍역을 치르고 있는 프로농구다. 2014년이 시작된 지 이제 4일 됐다. 연초부터 오심 때문에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다. 확실히 뿌리 뽑지 않으면 안 된다.
[동부 이충희 감독(가운데)와 심판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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