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김진성 기자] “용병은 신인입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바라보는 외국인선수는 한결같다. 모두 신인을 다루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시즌 도중에도 언급한 바 있었는데, 그 신념은 2014년에도 이어진다. 사실 올 시즌엔 한국프로야구에 3년만에 외국인타자가 등장한다. 외국인선수제도 도입 초창기 이후 각 팀이 1명 이상의 외국인타자를 보유하게 된 건 정말 오랜만이다.
대부분 팀이 메이저리그 경력 많고, 마이너리그 성적이 좋은 거물급 외국인타자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넥센이 선택한 외국인타자는 지난해 오릭스에서 이대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비니 로티노다. 로티노는 2003년 메이저리그 밀워크 브루어스를 시작으로 플로리다 말린스, 뉴욕 메츠, 클리블랜드 인디어스에서 5년에 걸쳐 활약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1140경기서 타율 0.294 82홈런, 598타점을 기록했다.
사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몇몇 거물급 외국인타자의 스팩에 비해선 살짝 처진다. 그렇다고 해서 거포도 아니다.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이긴 하나, 지난해 오릭스에서 외야 수비력이 썩 인상적인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넥센과 염경엽 감독의 선택은 로티노였다. 염 감독은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의 2014시즌 시무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올 시즌 로티노에게 기대하는 건 타율 0.270, 60타점이다”라고 했다.
외국인타자에게 기대하는 성적치고 굉장히 박하다. 이 정도 성적을 낸 선수에게 성공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염 감독은 “로티노는 일단 좌익수로 출발한다. 지난해 우리팀에서 좌익수로 출전한 선수 중 타율 0.270, 60타점 이상 거둔 선수가 없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외국인타자의 활약 자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치를 낮춰 잡았다. 그 선만 넘어주면 성공이라고 보는 것이다.
염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한국야구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메이저리그 경력과 성적은 결국 과거의 자료일뿐이다. 그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란 보장을 하진 않는다. 희망을 줄뿐이다. 난 외국인선수는 철저히 신인으로 본다”라고 했다.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를 한 경험이 있는 염 감독의 말은 확실히 달랐다.
염 감독은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를 해봤다. 과거 SK에서 뛴 페르난데스, LG에서 뛴 페타지니, 삼성에서 뛴 프랑코 정도를 제외하곤 화려한 경력의 외국인타자가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야구에 대한 진지함”이라고 했다. 오히려 “우즈, 서튼 이런 타자가 경력이 화려했나? 아니다. 커리어가 부족한 선수들이 오히려 국내에서 더 잘 돼서 나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라고 했다.
과연 염 감독의 말이 그대로 실현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화려한 경력의 외국인선수보다 야구에 대한 진지함으로 한국무대를 노크하는, 커리어가 좋은 부족한 선수들이 성공하는 사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 역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염경엽 감독. 사진 = 목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