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내야구 1월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2014년은 프로야구 태동 33년이 되는 해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일가를 이룰 나이다. 프로야구는 매년 갈등과 진통 속에서도 조금씩 성장했다. 올해 1월의 모습만 봐도 국내야구가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게 드러난다. 여전히 잡음도 들리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진화 과정에 놓였다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 비활동기간이 지켜진다
야구규약상 선수들은 2월부터 11월까지 월급을 받는다. 월급을 받지 않는 12월과 1월에는 당연히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구단들은 12월과 1월에도 마무리훈련, 재활훈련 등의 명목으로 단체훈련을 지시했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선수협회가 몇년 전부터 강력하게 주장한대로, 구단들이 비활동기간 규정을 지키기 시작했다.
예외는 있다. 신인선수와 재활선수, 군 제대 선수에 한해 재활 명목으로 단체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이들 중 신인선수들은 지도자에게 국내에서만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단체훈련 금지 마감일도 1월 31일이 아니라 1월 15일이다. 추운 국내 날씨 특성상 보름 정도는 구단의 이해관계를 들어준 것이다. 때문에 9개구단은 15일 아침부터 밤에 일제히 인천국제공항에 모여 미국과 일본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새해가 밝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곧바로 모여서 단체훈련을 시작한 뒤 외국으로 급하게 떠나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그 사이 선수들은 철저하게 개인훈련을 한다. 연봉이 많은 선수들은 따뜻한 해외에서 몸을 만들기도 하고, 저연봉 선수들은 야구장이나 자택 근처 헬스트레이닝 센터를 방문해 몸을 만든다. 비활동기간은 철저히 지켜지면서도, 스프링캠프 시작에 맞춰 몸을 확실하게 만들어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물론 야구장에 출근한 지도자들과 선수들간의 미묘한 분위기는 남아있다고 한다. 직접 지도를 할 수 없지만, 지도자들 역시 선수들을 빨리 파악하기 위해선 야구장에 출근하는 게 도움이 된다.
▲ 체계적 체력 테스트 시초 LG, 테스트를 없애다
비활동기간 준수는 몇 년전부터 정착됐다. 대신 몇몇 구단은 안전(?) 장치를 뒀다. 해외 스프링캠프에 출발하기 전 시무식 날 혹은 별도의 날을 잡아 체력 혹은 체성분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시무식을 위해 전 선수단이 모인 이후에도 15일 전까진 지도자의 지도가 불가능하다. 단체훈련으로 성립되기 때문. 대신 구단들은 암묵적으로 선수들에게 착실하게 몸을 만들라고 요구한다.
LG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체력테스트를 실시했다. 공개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계적으로 체크했다. 선수 개개인에 맞는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1차 스프링캠프지에 데려가지 않았다. 이는 해당 선수들에겐 곧 시즌 벽두와 함께 주전경쟁에서 한 발 밀리는 걸 의미했다. LG가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정착시키자 대부분 구단이 체력테스트를 실시했다. 삼성 시절부터 연초에 선수들의 체지방을 책정했던 선동열 감독도 KIA에서 좀 더 체계적인 잣대를 들이댔다.
그런데 돌연 LG가 올해 체력테스트를 없앴다. 엄청난 사건이다. 체력 테스트가 굳이 불필요하다고 봤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시무식 당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신뢰관계가 쌓였다”라고 했다. 철저히 개인훈련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대부분 선수가 스프링캠프 시작과 함께 강훈련에 돌입할 정도의 몸을 만들어온다고 봤다.
한화는 애당초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않은 팀이다. 김응용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딱 보면 아는데 굳이 그런걸 왜 해?”라는 입장이다. 한화는 2년 연속 시무식도 하지 않았다. 15일 인천공항에서 선수단이 처음으로 모인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지인 오키나와에서 곧바로 옥석을 가리겠다는 생각이다. 가장 냉정하고 무섭다. 거추장스러운 행사 대신 실력으로 알아서 어필해달라는 것이다. 체력테스트의 신설 및 폐지바람은 국내야구 비활동기간이 좀 더 프로답게 거듭나는 과정으로 보면 될 것 같다.
▲ 물밑 연봉계약과 달라진 외국인선수 확인루트
달라진 점은 선수 계약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대부분 구단은 연봉협상을 마무리 했고 공식적으로 발표도 했다. 그런데 몇몇 구단에서 아직 계약 발표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보통 스프링캠프 시작 시기 전엔 연봉협상이 마무리 됐던 관례를 감안하면 뜻밖의 일이다. 참고로 1월 31일까지 올 시즌 연봉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는 2월 1일부터 지난해 연봉의 25%를 보류수당으로 받는다.
그런데 연봉협상 결과 발표가 지지부진한 팀들이 실제로 계약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건 아니다. 한 야구인은 “물밑에선 꾸준히 계약을 진행 중인데 발표만 미룰 뿐이다”라고 했다. 선수들의 연봉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경우 미계약자가 앞서 계약을 체결한 선수와 몸값을 비교해 구단과 갈등이 빚어지는 케이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구단으로선 이런 잡음을 없애기 위해 연봉 계약 발표를 일괄적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야구 팬들의 알 권리 침해 차원에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
외국인선수 인선도 마무리 단계다. 아직 LG, 한화 정도가 인선을 마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조시 벨이 LG와 계약성사단계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뿐 아니라 국내에 입단한 몇몇 거물급 외국인선수의 경우 구단이 공식발표를 하기도 전에 미국발 보도가 나와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예전엔 구단의 공식발표 전엔 절대 알 수 없었던 외국인선수 영입전이 이젠 미국에서 먼저 알려주는 시대로 바뀌었다.
이 야구인은 “그만큼 국내야구의 수준이 높아졌다. 리그 수준이 높아지면서 리그 자체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도 높아졌고, 구단들도 경력이 화려한 외국인선수를 찾다 보니 현지 기자들이 앞다퉈 보도를 한다”라고 했다. 향후 1월엔 구단들과 선수, 구단들과 외국인선수 에이전트들의 협상 줄다리기가 볼만할 것 같다.
[잠실구장(위), LG 2013년 체력테스트(가운데), 두산 시무식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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