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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아빠, 저 갈께요, 엄마, 걱정 마세요.”
10일 인천국제공항. 70여일간의 국내체류를 마치고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돌아가는 류현진의 모습을 담기 위한 취재진의 열기가 대단했다. 류현진은 기자와 팬들이 섞여 말 한 마디도 옳게 주고 받기 힘든 상황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공항에 자신을 배웅하러 온 부모와 일일이 손을 붙잡고 인사를 했다. 류현진의 아버지 류제천 씨는 그런 아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 없이 어깨를 툭툭 쳤다.
메이저리거 2년차를 맞이하는 류현진. 올 시즌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를 둘러싼 전망이 많다. 장밋빛 전망도 있지만, 2년차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한 걱정. 그리고 지난해만큼의 성적을 찍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3선발을 사수할 수 있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미국 현지에서 다나카 마사히로가 LA 다저스에 입단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류현진으로선 굉장히 불안할 수 있다. 아직은 빅리거 초년병이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올해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 남자. 굉장히 쿨하다. 류현진은 시종일관 기자들의 질문에 여유있게 대처했다. “15승이요? 일단 10승을 하는 게 중요해요”라고 했고 “2점대 평균자책점도 좋지만, 지난해 3.00도 좋은 기록이었습니다”라고 웃었다. 스스로 부담을 털어낼 줄 아는 것이다.
다나카 얘기가 나오자 더욱 쿨했다. 류현진은 “다나카가 우리팀에 입단해도 좋을 것 같다. 난 선발 순번에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5선발을 할 줄 알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는데, 하다 보니 두번째 순번으로 나왔다.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류현진은 딱히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느슨한 마인드로 시즌에 임하겠다는 건 아니다. 류현진은 “동부 원정이 가장 힘겨웠다. 시차가 있어서 컨디션 조절이 힘들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동부 원정서 낮 게임을 치를 경우 서부 시각으로는 아침에 경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는 일정한 리듬 속에서 살아가는 야구선수들, 특히 주변 환경변화에 민감한 선발투수들에겐 굉장한 고역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동부 원정서 썩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다.
류현진은 “작년보다 2주 빨리 미국으로 간다. 빨리 시즌을 준비하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작년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매팅리 감독이 재계약한 것도 참 다행이다. 날 잘 아는 감독이니 지난해와 똑같이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라고 웃었다. 이어 “추신수 형이 FA 대박을 쳤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윤)석민이 형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류현진의 멘탈은 역시 강했다. 이 남자의 여유. 그리고 신중함. 역시 괴물답다.
[류현진. 사진 = 인천공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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