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머니 리더십.
류중일 감독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삼성을 이끈 핵심은 ‘형님 리더십’이었다. 류 감독은 삼성 선수들에게 친형처럼 자상하고 섬세하게 다가갔다. 다그치기보단 믿어주고 기다려줬다. 삼성에서만 27년간 선수, 코치, 감독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리더십. 그 결과는 국내야구 사상 최초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였다.
류중일 감독은 13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형님보단 어머니처럼 다가가겠다고 했다. 류 감독은 지난해 12월 삼성과 3년 총액 21억원 계약을 맺었다. 사상 최초의 통합 3연패에 구단이 역대 최고규모 계약을 선물한 것. 류 감독은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변화를 자처했다. 류 감독의 달라진 리더십이 2016년까지 시험대에 오른다.
▲ 류중일 감독의 고민과 위기의식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립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과거의 영광을 과감하게 잊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3년간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1년보단 2012년, 2012년보단 2013년이 훨씬 힘겨웠다. 리그는 점점 평준화되고 있다. 만만한 팀이 없다. 특히 한화, NC 등 하위권 팀들이 대거 전력을 보강했다. 류 감독은 시무식에서 NC가 위협적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지난해 가을야구 맛을 본 상위권 팀들 역시 만만찮을 전망이다.
일종의 위기의식이다. 류 감독은 성적에 대해서 자신 있게 목표를 언급하는 편인데 유독 올 시즌 성적 언급은 조심스러워 한다. 류 감독은 지난 3년처럼 향후 3년을 지배하기 위해선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느꼈다. 더 이상 선수들에게 형님처럼만 행동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류 감독은 주변 환경부터 곧바로 바꾸기 시작했다.
▲ 형님 아닌 어머니, 완전히 다르다
자식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특별하다. 가장 가까운 존재다. 언제든 기댈 수 있다. 어머니는 장성한 자식의 어리광을 받고도 웃어 넘길 수 있다. 자식을 위해 한 없이 희생하고 배려한다. 한편으로 어머니는 자식에게 가장 어려운 존재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쉴 틈 없이 잔소리를 한다. 자식은 당장은 듣기 싫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진다.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때로는 형님처럼 다가서면서도, 때로는 잔소리하는 어머니가 되고 싶어한다. 류 감독은 지난 3년간 선수들에게 일일이 간섭하지 않았다.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코치를 통해 지적했을 뿐,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훈계한 적은 없었다. 다른 의미로 선수단 관리를 좀 더 세심하게 하고 싶다고 볼 수도 있다.
삼성은 과제가 많다. 오승환과 배영섭의 공백을 메우는 건 1차적인 과제다. 류 감독에겐 앞으로 주어진 3년간 라이온즈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류 감독은 시무식에서 세대교체를 논했다. 선동열 감독 후반기 시절에 실시한 세대교체의 시기가 다시 한번 찾아왔다고 봤다. 실제로 삼성은 타선보다 마운드에서 세대교체 속도가 더디다. 과거 해태 왕조 역시 끊임없는 세대교체, 리빌딩으로 경쟁력을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류 감독이 더 이상 형님으로 무게잡고만 있을 순 없다. 세심한 어머니로 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할 필요도 있다. 류 감독이 새로운 3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류 감독의 어머니 리더십 성패는 결국 향후 3년간의 성적이 말해줄 것이다. 삼성과 류 감독이 어머니 리더십으로 새로운 3년을 진지하게 시작했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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