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인선수 몸값 자율화 시대가 열렸다.
KBO는 14일 외국인선수 계약 규정을 뜯어고쳤다. 30만달러 상한선을 폐지한 것이다. 앞으로 외국인선수의 계약금과 연봉은 철저히 자율로 한다. 더 이상 구단들은 외국인선수와 30만달러에 계약했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돈과 숫자의 질서가 파괴된 야구판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서로의 불신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게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핵심은 몸값 상한선이 폐지되면서 외국인선수 시장이 과연 어떻게 바뀌느냐다. 구단들은 정말 투명한 방법으로 외국인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까. 그리고 시장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외국인선수 셋업이 사실상 끝난 올 시즌보다는 내년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질 높은 외국인선수 유입된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서 뛰면서 통산 135홈런을 쳤던 루크 스캇(SK), 멕시칸 리그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호르헤 칸투(두산), 마이너리그 유망주 에릭 테임즈(NC) 등을 고작 30만달러에 영입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외국인선수 몸값이 20만달러에서 30만달러로 올랐던 게 약 10년 전 일이다. 강산이 바뀌고 야구수준이 올라가면서 구단들의 거짓말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제 눈치 볼 것 없다. 구단들은 소신껏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면 된다.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들의 안목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9개구단 중에선 분명히 부진, 혹은 부상으로 올 시즌 도중 외국인선수 교체가 필요한 팀이 나오게 돼 있다. 이때 메이저리그 콜업을 노리는 마이너리그 핵심 유망주들을 어떻게 영입할 것인지 관심이다.
이름 값 높고, 질 높은 외국인선수 유입이 현실화된다. 내년에는 명성과 기량 모두 검증된 외국인선수 다수가 한국을 노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마이너리거들에게 한국리그는 매력적인 곳으로 인정 받는다. 계약을 더 이상 비밀스럽게 할 이유가 없으니 정당하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면 고액을 받아낸 뒤 그만큼 한국에서 보여주면 된다.
▲ 외국인 몸값 인플레이션 완화?
한국야구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구단들이 원하는 외국인선수 수준은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수준급 성적을 낸 선수로 올라갔다.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순수 마이너리거로 만족하지 못하는 시대다. 자연스럽게 몸값 인플레이션이 심화됐다. 외국인선수들의 몸값은 결국 외국인선수 에이전트들이 쥐고 흔든다는 게 정설이다. 외국인선수 영입에 사활을 거는 국내야구의 구조적 약점을 노려 최대한 많은 돈을 받아낸 것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일전에 “몸값 상한선이 철폐되더라도 외국인선수 몸값 인플레이션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구단들의 진정한 머니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에이전트 입장에선 몸값 상한선이 없어졌으니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 있다. 국내 타 구단은 물론이고 일본 구단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구단들 입장에선 여전히 에이전트와의 샅바싸움에서 앞서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에 건너올 수 있는 특급 외국인선수는 여전히 한정적이고, 수요는 여전히 높다면 외국인선수 몸값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 누가 인위적으로 제어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KBO도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 폐지로 불신의 풍토를 없앨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치솟기만 하는 외국인선수들의 몸값을 떨어뜨릴 수 있는 건 아니다.
▲ 불신의 시대 끝?
여전히 일부 야구인들 사이에선 이대로 외국인선수 몸값 인플레이션을 지켜볼 경우 국내야구가 공멸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야구단 1년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선수 3명의 몸값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기업에 야구단 예산을 늘려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국내 구단들은 여전히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한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이 폐지되더라도 구단들이 팬들 눈치를 보느라 몸값 규모를 축소해서 발표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어렵게 모셔온 고액 외국인 선수가 부진할 경우 그 비난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 폐지 자체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구단들도 딜레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좋은 외국인선수를 데려와야 하고, 큰 돈을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직면했다. 그 규모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모기업들 입장에선 이런 현상이 부담스럽다. 결국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 야구계가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 폐지로 마냥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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