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육성형 외국인선수가 입단했다.
10구단 kt가 외국인투수 마이클 로리를 영입했다. 로리는 2012년 아시아시리즈서 삼성을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며 국내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kt는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지만, 한국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열정과 의욕이 높다. 육성형 외국인선수를 허락해준 선배 구단들에 감사하다”라고 했다.
kt는 올해 퓨처스리그서 뛴다. 1군 데뷔는 내년이다. 올해 굳이 외국인선수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kt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값싼 외국인선수를 1년간 테스트해본 뒤 성과가 좋으면 내년에도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미 KBO의 동의를 얻었다. 사실 kt입장에선 진짜 승부는 내년부터이기 때문에 올해는 부담없이 로리를 활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육성형 외국인선수다.
▲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 폐지의 한계와 대안
KBO는 최근 우여곡절 끝에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을 폐지했다. 이유는 간명하다. 어차피 지켜지지도 않고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인선수 1명 영입에 드는 돈의 단위가 십만달러대에서 백만달러대로 올라갔다. 일부 야구인은 모기업에 예산을 의존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선수에 드는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는 현실에 공멸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몸값 상한선을 폐지한다고 해서 완화될 것 같진 않다. 한 야구인은 “몸값 상한선이 폐지되면서 외국인선수 에이전트가 오히려 더 높은 값을 부를 수 있다”라고 했다. 한국야구 수준이 올라가면서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거나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포함된 외국인선수를 선호하는 시대다. 이들에 대한 수요는 일본에서도 있다. 당사자들 역시 메이저리그를 노린다. 몸값이 쉽게 다운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육성형 외국인선수가 지목된다. 싼 가격에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를 영입해 퓨처스리그서 집중적으로 기용한 뒤, 성과가 좋으면 1군에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최근 국내 구단들이 퓨처스리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실정이라 얼마든지 외국인선수들의 육성도 가능하다. 이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값비싼 외국인선수만 바라보는 분위기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에선 한화 김응용 감독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를 풀어야 한다. 1군에 보유할 수 있는 선수를 제한하되, 2군은 보유한도를 없애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 kt의 실험, 일단은 관망세
kt도 결국 이런 생각을 했을 수 있다. 더구나 내년과 2016년엔 외국인선수를 4명보유 3명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구단들보다 외국인선수 기용에 여유가 있다. 올해는 1군에서도 뛰지 않는 상황. 여러모로 육성형 외국인선수 시스템을 도입하기 좋은 환경이다. 20일 통화가 닿은 타구단 관계자는 “kt 입장에선 충분히 고려할 만한 시나리오다. 기존 구단들은 kt와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kt의 실험을 일단은 잘 살펴봐야겠다”라고 했다.
kt가 육성형 외국인선수 개념을 도입했지만, 당장 나머지 구단들도 덩달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매년 1군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다 kt보다 외국인선수 보유한도도 1명 적다. 그리고 김 감독의 주장대로 1군과 퓨처스리그의 외국인선수 보유한도에 구분을 두지 않기 때문에 국내야구에서 육성형 외국인선수를 보유하긴 쉽지 않다. 사실 육성형 외국인선수 제도의 보편화를 위해 외국인선수 보유한도를 또 한번 늘린다면 국내선수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선수협회의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사실 육성형 외국인선수는 일본에서 들어온 개념이다. 일본야구는 1군엔트리에 외국인선수가 5명까지 들어가는데, 2군과 3군 등에는 제한 없이 보유 가능하다. 때문에 일본 구단들은 값비싼 특급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 없이 값싼 외국인선수도 영입해 2군에서 활용한 뒤 1군에 올려 쓰기도 한다. 실제 몇몇 성공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환경이 갖춰진 일본에서도 실제로 육성형 외국인선수의 성공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외국인선수에게 쏟아붓는 비용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일본야구에서 육성형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 건 보편화됐지만, 성공하는 선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일본이 메이저리그 출신 특급 선수로도 모자라 한국 특급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군침을 흘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라고 했다.
일단 로리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만약 로리가 올해 퓨처스리그서 맹활약해 kt와 재계약을 맺어 내년 1군무대까지 성공적으로 데뷔한다면 몇몇 구단들의 생각은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용병 보유한도가 일본보다 적은데다 매년 팀 성적에 사활을 거는 국내야구의 특성상 육성형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이 나올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어쨌든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외국인선수 인건비를 감안하면 kt의 취지 자체는 참신하다.
[마이클 로리(위), 잠실구장(가운데, 아래). 사진 = kt 위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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