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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배우 김성균의 인생은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전후로 나뉜다.
2013년 겨울, 대한민국을 들썩인 '응답하라 1994'의 주역들 중 가장 충격적인 인물은 단언컨대 김성균이다. 섬뜩한 살인마, 자비 없는 조폭 등 인상적인 역할로 관객들을 오금 저리게 했던 김성균이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있는 순수한 20세를 연기한다니. 드라마의 1회가 방영되기 전까지 삼천포 역의 김성균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김성균 마저도 '응사' 대본 1회에 "나는 젊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고 자신을 세뇌할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전작들의 모습을 모두 버리고 '포블리(삼천포+러블리)'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순수한 20세 삼천포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응사'의 삼천포는 결국 김성균의 이름을 3개월 만에 알리게 만든 작품이 됐다.
"불과 3개월 전에 서울역에서 '응사' 1회를 촬영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나에게 '여기서 촬영해요? 연예인은 없나 봐요'라고 말을 걸곤 했다. 그러다 첫 방송 지나고 나서는 신촌에서 촬영을 하는데 진행이 안될 정도로 사람이 몰려들더라. 그때 드라마, 문화의 파급력과 힘을 직접 느꼈다. '아, 드라마가 짧은 시간에 수많은 대중을 움직일 수 있구나. 일상생활이 피곤해지겠다'싶더라."
영화 '박수건달' 보스의 오른팔 춘봉이 역할을 본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김성균의 코믹한 모습에 반해 그를 캐스팅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리바리한 춘봉이가 서울 상경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로 시작한 생각의 나래는 삼천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김성균을 위한, 김성균에 의한, 김성균의 삼천포는 그렇게 탄생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박수건달'을 인상 깊게 보셨나 보더라. 인상이 좋지 않은 아이가 귀여운 웃음을 짓고, 애교를 부리는 것이 독특하면서도 재밌을 것 같다는 설정에서 시작됐다. 나라는 사람을 과대평가 해주셔서 나도 그 평가에 부응하기 위해 고민, 걱정 많이 했다."
김성균의 이미지 변신을 가장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포블리'와 요정병. 성숙한 나이에 맞지 않는 순수함과 귀여움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는 '포블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1,2화가 방송된 이후에 사람들이 '요정'이라고 하더라. 방송 이후에 촬영장에 갔는데 도희와 손호준이 '대세남 오셨다', '귀여운 척 한다'고 놀렸다. 나는 삼천포 콘셉트를 잡고 했던 연기였는데 자꾸 놀리니 나도 그 장단에 맞춰 옆에 있던 젓가락을 들고 '뾰로롱'이라며 요정 흉내를 냈다. 그 모습을 보고 도희와 호준이가 요정병 걸렸다고 하더라."
'응답하라 1994'의 모든 식구들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연결돼있지만 삼천포를 떠올리면 저절로 연상되는 인물이 윤진이(도희)와 해태(손호준)다. 특히 활달하고 자유로운 해태는 원칙주의자 삼천포와는 상극이었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은 두 사람은 '사투리 배틀'이라는 명장면을 탄생시켰고, 이 명장면에는 두 사람의 애드리브가 큰 역할을 했다.
"애드리브가 있긴 했지만 대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해태가 '돌아킬 수 없는 실수하지 마라'라고 하면 나는 '니나 하지 마라, 돌아킬 수 없는 실수'라고 맞받아쳤다. 처음엔 잘 맞는가 싶었는데 해태가 나중엔 약올라 하더라. 자신은 창조적인 것을 하는데 내가 자꾸 되받아치니 당연히 약이 오르지 않겠나. 결국 본 촬영 땐 둘 다 흥분해서 대사를 쳤는데 그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삼천포 역할을 통해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김성균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지난 KBS 2TV '해피투게더3' 방송에서 "시나리오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영향을 미쳤는지 이날 방송 이후 김성균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받아 후속작을 고르는 중이라고 했다.
"녹화할 때 물꼬가 트였나? 다행히 장르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 기존에 했던 조폭역할이나 강한 파이터 역할, 코미디나 따뜻한 남자 등 다양하더라. 그래도 난 멜로 연기가 가장 하고 싶다. 도희와 했던 멜로 말고 내 또래와 할 수 있는 진한 멜로. 정말 진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
[배우 김성균.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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