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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개봉 9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1월 개봉한 '장화 신은 고양이'가 최종 관객 수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2년만의 일이며, 또 10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쿵푸팬더1'을 깬 기록이다.
이처럼 '겨울왕국'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도 있겠지만, '겨울왕국'만이 가지고 있는 동화를 비튼 영리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겨울왕국'은 전형적인 동화적 이야기다. 태어날 때부터 독특한 능력(혹은 저주)을 지닌 주인공이 그 능력을 통제하지 못해 주변의 인물을 다치게 하고, 이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폐쇄적인 삶을 살아간다. 여기에 부모님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이제 남은 사람은 동생(혹은 언니)과 자신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보통은 성인이 되는 날) 뜻하지 않게 세상에 나갈 일이 생기고, 이는 또 큰 사고로 이어진다. 결국 주인공은 또 다시 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두고, 백마 탄 왕자님이 등장해 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키스로 특이한 능력(혹은 저주)을 풀어준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본 동화속의 이야기기다. 여기에 엘사와 안나를 대입하면 초반까지는 그럴듯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겨울왕국'은 후반부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겨울왕국'에는 흔한 백마 탄 왕자님도, 엘사와 안나의 세상을 구해주는 남자도 없다. 동화에서 공주님과 왕자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은 제목은 모두 공주가 주인공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백설공주'는 목에 걸린 독 사과를 백마 탄 왕자가 키스로 꺼내준다. 백설공주의 주변에는 7명의 난장이가 있지만, 왕자가 있어야 한다. '신데렐라'는 어떠한가.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버리고 온다. 절대 직접 찾아가지 않고, 왕자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 왕자님과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마찬가지다. 오로라 공주는 마녀에 의해 긴 잠에 빠지게 되고, 성문은 닫힌다. 오로라 공주를 깨우는 이도 바로 백마 탄 왕자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왕자는 진정한 사랑의 키스로 오로라 공주를 깨운다.
'겨울왕국'에 백마 탄 왕자와 왕국을 구할 남자가 없다고 해서 사랑까지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겨울왕국'의 영리한 동화 비틀기다. 지금까지의 동화는 여성을 나약한 존재만으로 그렸다. 세상을 위험에 빠트리는 사람은 공주님들이지만, 이 세상을 구하는 사람은 모두가 왕자님들이다.
하지만 '겨울왕국'은 그렇지 않다. 물론 왕국을 위험에 빠트린 사람을 엘사다. 그것이 고의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엘사가 저주로 왕국을 얼려버렸다. 이 저주를 풀기위해 떠나는 이는 이웃마을 서열 13번째 왕자 한스가 아니다. 안나는 한스에게 왕국을 맡기고 엘사를 찾아 떠난다.
시작부터 '겨울왕국'은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엘사와 안나의 아빠는 왕은 엘사가 능력을 조절하지 못하자 왕국의 문을 닫고, 엘사에게 장갑을 끼워준다. 해결보다는 엘사를 숨긴다.
이런 모습은 나약한 왕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반면 안나는 틈만 나면 엘사를 세상 밖으로 꺼내려고 한다. 엘사는 사랑을 받는 법도, 하는 법도 모른 채 혼자만의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고, 이는 엘사의 불행을 더욱 크게 만든다. 결국 이 왕국을 구하는 이는 왕이나 왕자가 아니라 여성들이다.
이런 '겨울왕국'의 같은 듯 다른 스토리 구조는, 지금까지의 공주님들의 불행과 행복을 다른 곳에서 찾는 것과는 다르다. 바로 영리한 동화 비틀기인 셈이다.
여기에 빠지지 않은 것은 동심이다. '겨울왕국'의 배경이 되는 '눈'은 동심을 떠오르게 만드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엘사가 가진 능력인 '눈'과 다 커버린 엘사와 안나를 이어주는 말하는 눈사람 올라프 등은 동화를 비틀어서 사라질법한 동심을 다시 잡아준다.
이런 디즈니의 영리한 변화는 '겨울왕국' 흥행을 이끌었고, 또 다른 동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겨울왕국' 포스터, 스틸컷. 사진 = 소니픽쳐스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코리아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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