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명가재건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동부는 전통의 농구명가였다. 김주성 입단 이후엔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시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논란과 팀 내부의 문제점들이 결합해 7위로 추락했다. 올 시즌에도 시련은 계속되고 있다. 야심차게 선임한 이충희 감독이 한 시즌도 마치지 못한 채 1일 중도 퇴진했다. 지난해부터 갖고 있었던 문제점이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원주 팬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동부는 3일 현재 9승32패로 최하위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최하위 탈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 김영만 감독대행 체제로 나선 2일 KT전도 패배하면서 구단 역사상 최다연패인 14연패 중이다. 이대로라면 창단 첫 최하위 수모를 안을 수도 있다. 농구인들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명가재건을 위한 장기적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 김주성 의존도 문제
이충희 전 감독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 중의 하나가 김주성에 대한 높은 의존도였다. 이 전 감독이 김주성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 건 맞다. 실제로 김주성이 있는 동부와 없는 동부는 천지차이다. 김주성 자체의 위력이 예전보다 감소한 건 확실하다. 그러나 김주성은 여전히 김주성이다. 현재 KBL에서 공수양면을 노련하게 조율할 수 있는 유일한 백맨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하루 아침에 발생하지 않았다. 김주성 의존도는 전임 감독 시절부터 있었던 일이다. 빼어난 주전에 대한 의존도는 어느 팀이나 따라붙는 일. 중요한 건 이 전 감독과 구단이 장기적인 안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농구인은 “김주성 의존도가 문제가 아니라 김주성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물론 윤호영이라는 리그 최고의 포워드가 있다. 내, 외곽을 오갈 수 있고 수비력도 좋다. 경험이 좀 더 쌓이면 김주성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윤호영의 백업은 충분하지 않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골밑 강화가 필요하다. 이승준은 사실 화려함에 비해 내실이 다소 떨어진다. 지난 2년간 동부 시스템에 잘 녹아 들었다고 보기 힘들다. 이 농구인은 “동부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김주성 시대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주성도 어느덧 35세의 베테랑이다.
▲ 백업과 외곽슛 문제
동부는 윤호영과 함께 가드 안재욱이 군에서 제대했다. 안재욱은 군 입대 전부터 재치 있는 플레이를 잘 했다. 빅맨들과의 궁합도 좋았다. 박지현의 백업, 혹은 상황에 따라 주전으로 투입돼도 손색 없다. 하지만, 안재욱을 비롯해 장기적인 차원에서 박병우, 박지훈, 김현호, 두경민 등의 성장이 필요하다. 이들의 성장은 김주성 의존도를 줄이는 것과도 맥이 닿아있다.
슈터도 고민이다. 이충희 전 감독은 시즌 내내 “외곽이 너무 안 터진다”라고 아쉬워했다. 올 시즌 이광재가 주춤하다. 평균 6.95점에 3점슛은 경기당 0.92개다. 동부의 올 시즌 3점슛 성공률은 34.2%로 7위다. 특히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3점슛이 터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는 동부가 갖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도 있었고, 슈터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정체기를 겪은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농구인은 “이런 문제 역시 장기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당장 외국인선수 1명을 잘 뽑는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동부의 미래는
동부는 이 전 감독의 퇴진과 동시에 김영만 감독대행 체제를 출범했다. 김 감독대행은 농구대잔치 시절과 프로농구 초창기 사마귀슈터로 이름을 드날렸다. 수비력도 좋아 팀에서 가장 필요한 유형의 포워드였다. 지도자로도 제법 많은 경력을 쌓았다. 중앙대 코치를 시작으로 여자프로농구 KB에선 코치와 감독대행까지 지냈다. 동부에서도 벌써 4년간 코치를 역임했다.
몇몇 농구인들은 “김영만 코치 정도면 프로 감독에 도전할 때도 됐다”라고 했다. 실제로 동부는 잔여 13경기서 김 감독대행의 역량을 자연스럽게 시험할 수 있게 됐다. 평가가 좋으면 올 시즌 후 정식 감독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동부로선 올 시즌 후 감독 후보군을 넓혀 많은 농구인들과 접촉할 수도 있다. 선택은 구단의 몫이다.
누가 동부 감독으로 부임하든 그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강력한 리더십도 필요하다. 무너진 농구명가 동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리빌딩할 수 있어야 한다. 동부로선 눈 앞의 순위싸움보다 명가재건의 실마리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동부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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