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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삶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생활연기를 펼치는 배우 중에는 실제 생활고에 겪은 배우들이 많다. 단지 무대에 서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다양한 직종에 경험했던 까닭이다. 인기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열연 중인 배우 조성하도 그러하다. ‘꽃중년’, ‘중년돌’, ‘중년 원빈’ 등으로 불리며 뜨겁게 사랑받고 있는 이 배우는 오랜 무명을 거쳐 마침내 우리 앞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연극반에 가입하며 연기를 시작한 조성하는 떡잎부터 달랐다. 방과 후 매일 대학로가 달려가 극장 매표소 앞에서 연기를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부탁해 무료로 공연을 보곤 했는데 많게는 한 달에 20편 넘게 연극을 봤다. 또한 대학 시절에는 방학 중 집에 있을 때는 하루에 8~9편씩 영화를 봤고, 학교에 가서는 도서관에 구비된 모든 희곡을 섭렵하고 싶어 요지부동 도서관을 지켰다.
오랫동안 연극 무대를 지키다 2004년 영화 ‘미소’로 늦은 나이에 데뷔한 조성하는 영화 ‘황해’, ‘화차’, ‘비정한 도시’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아이리스2’, ‘구가의서’ 등을 통해 조, 주연을 넘나드는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첫 드라마 출연작인 ‘황진이’를 통해 일약 유명세를 떨쳤다. 극중 조선 최고의 악공 역을 맡았던 그는 몇 개월 동안 피나게 연습하여 실제 국악인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중저음의 나긋한 목소리로 ‘꿀성대’로 불리는 그는 기관지 보호를 위해 10년 전에 담배도 끊었다.
재벌 회장, 조선시대 왕 등 지체 높은 역할이 잘 어울리는 조성하의 반듯한 외모는 고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대학로 배우 시절 1년 동안 20만원을 번 적도 있고,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도 불사하며 30년 가까이 묵묵히 연기자로 살아왔다.
웃을 때는 선해 보이는 호감형 얼굴이지만 서늘한 표정을 지을 때는 독해 보이기에 악역도 썩 잘 어울린다. 그에게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안겨줬던 ‘황해’를 비롯하여 최근 개봉한 ‘용의자’까지 주먹을 부르는 악랄한 역할도 곧잘 해냈다.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과 영화 ‘용의자’가 동시에 인기를 얻으며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 우직하고 따뜻한 고민중과 ‘용의자’ 속 비열하고 악랄한 김석호와 온도 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같은 얼굴로 저렇게 다른 느낌이 낼 수 있는 것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연기의 기본을 제대로 쌓았고, 많은 무대와 자의 반 타의 반 생활 속 여러 배역을 소화하며 막강한 연기력을 구축한 이유이다.
'왕가네 식구들’에서 그가 맡은 고민중 역을 잘 나가는 사업가에서 부도를 맞아 생계를 위해 택배 기사를 해야 하는 부침(浮沈)이 심한 배역이다. 결국 사업가로 다시 복귀하여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서러운 처가살이와 부인 외도 등을 겪으며 40대 중년의 애환을 제대로 담아냈다. 고민중은 결국 이혼하고 첫사랑과 재회하지만, 조강지처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 중이다. 종영 한주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고민중의 선택에 전 국민의 눈길을 쏠리고 있다.
또한 조성하라는 배우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너무 늦게 빛을 본 대기만성(大器晩成)형 배우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좋은 예를 제대로 보여준 조성하. 그에게 배우(俳優) 냄새 이전에 인간 냄새가 난다.
[배우 조성하. 사진 = 서울종합예술학교 제공]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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