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년 연속 비슷한 흐름이다.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 선두를 독주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끝났을 때 2위 신한은행과 24승11패로 똑같았다. 신한은행이 시즌 막판 급상승세를 탔지만, 우리은행이 시즌 막판 주춤한 게 더욱 컸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과의 상대전적서 앞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결국 통합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시즌 막판 흐름도 지난해와 유사하다. 25일 현재 23승 6패. 선두독주다. 정규시즌 2연패가 눈 앞이다. 27일 2위 신한은행을 잡을 경우 매직넘버 2개를 한꺼번에 소멸하면서 우승을 확정 짓는다.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2연패는 시간문제다. 중요한 건 경기내용이다. 챔피언결정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확실히 좋지 않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지만, 2월 들어 전체적으로 하향세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시즌 막판이 되면서 경기력이 떨어졌다. 상대를 압도하는 맛이 없다. 하나외환, KDB생명 등 하위권 팀들에도 힘겹게 이긴다.
▲ 다양한 수비전술, 불가피한 체력소모
우리은행은 2월 7경기서 5승2패를 기록했다. 7경기 모두 접전이었다. 5승 모두 10점차 이내 박빙승부였다.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신한은행, KB가 치고 올라오지 못하면서 선두독주는 변함없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보다 승부처를 버텨내는 힘이 강해졌다.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가 확실히 성장했다.
하지만, 그 힘이 상대를 확실하게 찍어 누를 정도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은행 저력의 원천은 공격이 아닌 수비다.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의 테크닉과 경험이 업그레이드 된 건 맞지만, 그 저력이 동 포지션 최강자는 아니다. 사샤 굿렛과 노엘 퀸도 쉐키나 스트릭렌, 모니크 커리 등과 매치업될 경우 압도하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은행은 공격에선 철저한 패턴플레이와 속공을 즐긴다. 개개인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조직적인 수비로 상대의 혼을 빼놓는다. 풀 코트 프레스, 하프코트 프레스, 트랩 디펜스 등의 대형과 움직임, 타이밍 등이 상대에 따라, 우리은행의 선수 구성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위성우 감독이 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지시한다. 선수들은 당연히 고달프다. 집중력과 체력이 관건이다. 볼 핸들링이 좋은 가드가 많지 않은 여자농구 특성상 위 감독의 수비전술은 잘 통한다. 하지만, 시즌 막판엔 체력 소모로 이어진다. 이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력도 기복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우리은행의 야투가 좋지 않은 것도 이런 영향이 있다. 두 시즌 연속 막판 경기력 저하는 우리은행의 시스템상 이해가 된다.
▲ 강하지 않은 백업
또 하나. 우리은행은 백업층이 생각만큼 두껍진 않다. 여자농구 대부분 구단이 주전 의존도가 높다. 우리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이은혜, 김은경이란 식스맨이 있지만, 공격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양지희의 백업 빅맨 이선화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상황. 강영숙의 영입은 마침맞았다. 강영숙은 우리은행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이는 챔피언결정전서 매우 유리하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강영숙은 출전 시간이 확실하게 관리되고, 역할이 확실하게 분담되면 우리은행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강하지 않은 백업은 우리은행의 숨은 아킬레스건이다. 우리은행의 백업이 더 두꺼웠다면 시즌 막판 경기력 저하를 피할 수도 있었다. 위 감독이 백업의 활용폭을 넓힐 경우 주전들의 체력 안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위 감독과 우리은행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 쿨한 위 감독, 이유있는 여유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정규시즌이 아닌 챔피언결정전서 우리은행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강영숙의 영입은 확실히 우리은행에 도움이 됐다. 그리고 우리은행 특유의 변화무쌍한 수비전술에 따른 체력 소모 문제는 챔피언결정전서 선수들의 강력한 집중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 위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력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흐트러지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할 줄 안다. 정규시즌 2연패를 차지할 경우 플레이오프를 건너 뛰는 것도 결국 우리은행의 체력 세이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위 감독은 24일 하나외환전 승리 직후 “최근 경기력 하락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여유를 보였다. 단순한 코멘트가 아니다. 고도의 계산된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나왔다. 최근 경기력 하락이 결국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포스트시즌서는 달라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신한은행은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좋지 않다. 예전 같은 조직력은 아니다. KB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센터 없는 농구의 약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삼성생명의 상승세가 무섭지만, 샤데 휴스턴과 이미선의 2대2 공격 외엔 딱히 우리은행에 위협적인 부분은 없다. 반면 우리은행은 2년연속 시즌 막판 불안해도 승률(0.793)은 지난해 0.686보다 높다. 그만큼 승부처에서 강해지면서 지난시즌 보다 더 많은 승리를 챙겼다. 바꿔 말해서 우리은행의 2년연속 시즌 막판 경기력 하락 현상은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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