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카드를 많이 쥐고 있으면 좋은 거죠.”
넥센 염경엽 감독은 2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작년보다는 팀이 투타에서 강해졌다”라고 자평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감독 입장에선 최대한 좋은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올 시즌 넥센이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건 곧 넥센의 승리 확률을 높여준다고 봤다.
염 감독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1군은 전쟁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국내 실정상 1군에서도 선수들을 가르쳐야 한다. 난 그게 싫다”라고 했다. 싸울 준비를 하는 곳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면 싸우는 데 역량을 100%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선수들은 최대한 퓨처스에서 육성하고, 싸울 준비가 된 선수들만을 1군에 올리려고 한다”라고 했다.
때문에 염 감독은 마무리캠프서 다음 시즌 구상을 선수들에게 통보한다. 1군에서 활약할 선수, 2군에서 뛰면서 1군으로 곧바로 올라올 수 있는 선수, 2군에서 시간을 갖고 육성해야 할 선수 등 그룹을 나눠 역할을 분배한다. 염 감독은 “박병호와 서건창은 같은 훈련을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1,2군의 세밀한 계획 수립과 맞춤형 지도는 염 감독의 지론이다. 염 감독의 지론대로라면 매년 1군에서 싸울 수 있는 선수는 늘어나야 한다. 염 감독이 말하는 ‘카드’다.
▲ 윤석민과 로티노의 가세
염 감독은 “주전은 128경기를 풀타임으로 뛸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를 기본 베이스로 깐 뒤 감독이 조절 혹은 조정을 하면 된다고 했다. 염 감독은 “예를 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는 빼주고, 때로는 체력적으로 조절을 해줄 수도 있다”라고 했다. 때문에 염 감독은 승부는 주전 9명의 야수가 아닌 백업의 깊이에서 갈린다고 봤다. 주전들이 128경기 모두 뛸 수 있어도 128경기 모두 잘해주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주전 같은 백업이 많은 팀이 강팀인 건 분명한 사실.
염 감독은 “그동안 외야는 다양한 선수로 대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야는 그렇지 않았다. 강정호 서건창 김민성 박병호가 풀로 뛰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장민석을 두산에 내주고 데려온 윤석민 카드가 큰 힘이 될 것으로 봤다. 염 감독은 “당분간 윤석민은 지명타자로 활용한다. 좌완 선발일 땐 무조건 선발출전이다. 시즌 중반 이후엔 윤석민을 3루수로 기용하고 민성이나 정호에게 지명타자를 맡기는 경기도 나올 수 있다”라고 했다. 윤석민의 가세로 김민성과 강정호가 때로는 수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외야에도 카드가 늘어났다. 외국인타자 비니 로티노와 강지광이다. 시범경기서 잘했던 강지광은 2군에 내려갔다. 염 감독은 아직 강지광이 1군 풀타임으로 활약하기 위해선 퓨처스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로티노 카드도 유효하다. 염 감독은 로티노를 지난 4경기서 7번 좌익수로 기용했다. 그러나 로티노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자 2일 경기서는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무리가 아니다. 로티노가 빠지면서 이성열이 주전으로 뛰었다.
염 감독은 “로티노를 못해서 뺀 게 아니다. 준비의 시간을 준 것이다. 훈련을 많이 시킬 것”이라고 했다. 1일 경기 수비 실책도 이겼으니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로티노가 싸울 준비가 되면 이성열, 유한준 등과 번갈아 활용하면 된다. 때로는 이택근에게도 휴식을 줄 수 있다. 염 감독은 “감독이 카드를 많이 쥐고 있다는 건 재산이 많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 조상우와 문성현, 오재영의 가세
염 감독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역시 마운드다. 아무래도 넥센이 타력에 비해 마운드가 약하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타선은 누구 한명 부상으로 빠져도 1달은 버틸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마운드 얘기가 나오자 확신을 하지 못했다. 선발진 후미와 불펜 필승조로 가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넥센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염 감독은 “지난해 한현희와 손승락 체제를 갖추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결국 성공했다. 우리도 삼성처럼 승리방정식이 생겼다”라고 했다. 마운드에서 승리방정식이 생겨야 상대가 예측을 하고, 겁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염 감독의 지론이다. 염 감독은 “끝이 아니다. 올해 현희 앞에 쓰려고 조상우를 그렇게 1군에 데리고 다녔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고졸 2년차 우완 조상우를 지난해 계속 1군에 데리고 다녔다. 조상우는 지난해 단 5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1군서 훈련하면서 1군 투수들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투구 폼도 뜯어고쳤다. 퓨처스에서 풀타임을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수의 경우 팀 사정상 빠른 성장도 필요하다.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이런 방식을 택했다. 150km대의 묵직한 직구를 뿌린 조상우는 1일 경기서 구원승을 챙겼다. 염 감독은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으로 필승조를 꾸릴 계획이다. 또한, 염 감독은 올 시즌엔 하영민을 지난해 조상우처럼 1군에서 데리고 다닐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월요일에 2군 게임에 등판시키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진 1군에서 훈련을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염 감독은 “선발진엔 문성현과 오재영이 강윤구와 김병현 역할을 대신한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 문성현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다.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오재영에게도 선발로 기회를 줬다. 지난해가 아닌 올 시즌을 위해서였다. 일단 오재영은 2일 경기서 선발로 나섰으나 썩 좋진 않았다. 염 감독은 길게 볼 생각이다.
염 감독은 “작년엔 마운드 돌려막기를 했다. 힘들었다. 올해는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 금민철 김대우도 2군에서 선발로 준비시키고 있다. 선발진에서 탈락한 김영민도 2군서 롱릴리프로 던지게 했다”라고 했다. 다양한 카드들을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가득했다. 염 감독은 “넥센에 부임해서 넥센만의 색깔을 만들고 싶었다. 김성근 감독님의 경기운영, 로이스터 감독의 자신감을 배웠다. 선배 지도자들에게 다 배운 것”이라고 털어놨다. 염 감독의 카드 육성에 넥센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아직 보여줄 게 많다.
[염경엽 감독(위), 넥센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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