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참사다.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벌어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는 300여 명이 넘는 희생자와 실종자를 낳았고, 그로 인한 전 국민적인 슬픔과 애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월호 참사로 연예계는 모두 멈췄다. 모든 영화, 방송 제작 발표회는 연기 및 취소 됐고, 앨범 활동도 정지됐다. 예능, 음악, 개그 프로그램 역시 결방을 확정지으며 온 국민의 시선은 진도 바다에 쏠려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봄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이하 '뷰민라')의 취소 사태는 그 입장과 상황을 백번 이해한다 치더라도 아쉬움과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이 사실이다.
당초 '뷰민라'는 지난 26일 포문을 열어 27일, 내달 3일, 4일 총 4일간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하루 전날인 25일 공연장 대관 측인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인 통보로 전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재단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재단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한 채 어떤 형태로든 정상 진행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를 전했다. 이어 "공연을 강행할 시 전기와 수도, 보행로 확보 등 모든 지원을 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쉬운 건 이 대목이다. 전 국민적인 슬픔에 빠져있는 이 시기에 '뷰민라'가 여흥을 느끼며 축제를 즐기는 것은 분명 어느 편에서 바라보면 무리가 있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고양문화재단의 이 같이 급작스럽고 극단적인 처사는 보편적 정서를 가진 많은 뮤지션들이 울분을 토로할 만큼 억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뷰민라' 주최사인 민트페이퍼 이종현 프로듀서는 "위로와 희망을 같이하고 싶었고 결국 음악과 공연만이 답이었다"며 진솔하게 공연 강행 의지를 밝혔지만 그 의도는 철저하게 묵살됐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뷰민라' 출연 뮤지션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할 기회를 박탈 당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모든 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고 있지만 생업도 마다하고 골방에 틀어박혀 눈물 짓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뷰민라' 출연진들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의 업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싶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삶의 애환과 깊은 감성을 오롯이 느끼며 표현하는 뮤지션들에게 '딴따라'라는 말을 하는 것도 정말 안타깝다. 게다가 최근 대부분의 페스티벌, 공연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바람에 인디 뮤지션들이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 환경 역시 슬픈 현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억대의 돈을 기부하고 조문, 헌화하는 것만이 세월호 피해자들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일까. 이번 '뷰민라' 취소 사태는 음악을 '즐거움'으로만 받아들이는 일차원적 논리의 또 다른 참사다. 음악은 분명 치유하고, 위로하고, 눈물을 흘리고, 또 멈추게 하는 힘을 가졌다.
질문을 던진다. 과연 '뷰민라'는 '세월호 애도'의 축제가 될 수는 없었을까.
['뷰티풀 민트 라이브 2014' 포스터. 사진 =민트페이퍼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