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 부모님에게 용돈 받아요.”
바야흐로 두산 유희관(28)의 시대다. 유희관은 2일 현재 3승(3위) 평균자책점 2.04(2위) WHIP 0.99(1위) 피안타율 0.228(6위) 등 투수 대부분 지표서 상위권을 달린다. 국내 좌완 선발투수들 중 가장 좋은 성적. 결국 KBO는 1일 유희관을 4월 MVP에 선정했다. 유희관은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두산 송일수 감독 역시 “4월 팀내 MVP는 유희관”이라고 극찬했다.
유희관은 지난해 41경기서 10승7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53을 찍었다. 데뷔 5년만에 두산 토종에이스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두산으로선 1988년 윤석환(13승) 이후 25년만에 찾은 토종 좌완 10승투수. 그는 130km대에서 형성되는 느린 직구와 커브, 싱커가 주무기다. 다양한 구종을 통한 완급조절과 경기운영능력이 으뜸이다. 유희관은 올해 프로 6년차. 은근히 소포모어 징크스를 걱정하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4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우려를 깔끔하게 씻어냈다.
▲ 2600만원→1억원, 여전한 배려
유희관의 지난해 연봉은 2600만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연봉은 정확히 1억원. 무려 285% 인상. 역대 연봉인상률로만 4위. 그야말로 파격 대우였다. 몸에 힘 좀 들어갈 법도 했다. 그러나 유희관은 유희관이었다. 1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아직도 부모님에게 용돈 받는다”라고 웃었다. 구단으로부터 들어오는 연봉 전액을 부모가 관리하는 것. 돈 신경 쓸 일 없이 야구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유희관은 4월 MVP 상금 500만원 중 250만원을 모교 이수중학교에 기부할 방침이다. 자신을 길러준 모교에 이제는 사랑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동료들에 대한 배려도 좋다. 유희관은 “현수가 낙담했길래 맛있는 것 좀 사줬다”라고 했다. 물론 “현수가 연봉을 나보다 많이 받아서 비싼 건 못 사줬다”라고 농을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잠실 넥센전서 통산 1000안타를 친 김현수는 1000안타 공을 갖지 못할 뻔했다. 유희관은 그런 김현수를 배려했고 위로했다. 그리고 축하했다. 동료애가 빛나는 대목이다.
▲ 겸손모드, 희수 형 투심 최고! 원삼이 형은 최고 좌완!
현재 유희관의 싱커와 커브는 국내야구서 대표적인 마구로 꼽힌다. 오른손타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싱커는 타자들이 알고도 속는다. 보직은 다르지만, SK 마무리 박희수의 투심 역시 왼손 불펜투수들 중에선 마구로 꼽히는 구종. 유희관은 “내 싱커보다 희수 형 투심이 훨씬 뛰어나다”라고 했다.
유희관은 장원삼을 두고서도 “원삼이 형이 작년에 나보다 스피드가 빠르다고 말씀한 걸 들었다. 사실 스피드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원삼이 형은 국내 최고 좌완이다. 내가 많이 보고 배워야 할 선배”라고 했다. 유희관은 아직 자신이 다른 정상급 투수와 비교되는 걸 꺼린다. 이제 두 시즌째 잘하고 있다. 장원삼만 해도 수년간 기량이 검증된 투수들. 그는 “아직 누구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그 겸손이 지금의 유희관을 이끈 힘이다.
▲ 철저한 준비, 포크볼을 다듬고 있다
유희관은 “4월 페이스가 너무 좋아서 걱정이다. 기대도 했고 우려도 했다”라면서도 “난 프로 6년차다. 2년차 징크스는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팀 분위기가 좋다. 좋은 한 시즌을 보내겠다”라고 다짐했다. 물론 다짐과 자신감만으로 정상급 좌완투수로 군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유희관은 “외국인타자들이 확실히 한 방이 있다. 국내타자들 역시 기술이 향상됐다. 누가 무섭고, 무섭지 않고 그런 게 없다”라고 했다. 이어 “타자들이 나를 연구하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느껴진다. 내가 2스트라이크 이후 오른손타자에게 바깥쪽 싱커를 던지는 건 너무 잘 알려졌다”라고 했다. 상대 타자들의 분석에 유희관의 대처는 “더욱 정확한 제구에 신경 쓴다”였다. 타자들로선 투수의 정확한 핀포인트 제구에 결국 당하게 돼 있다.
신무기도 개발 중이다. 그는 “포크볼을 스프링캠프 때부터 계속 연습해왔다. 실전에선 던지지 않았는데, 언젠간 던질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느린 직구와 싱커, 커브만으로도 국내 최고좌완반열에 올랐는데 왜 포크볼까지 연마중인 것일까. 유희관은 “지금은 잘 나가고 있지만, 언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예전에 싱커를 처음 던졌을 때도 타자들이 힘들어했다. 내가 포크볼까지 던지면 타자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웃었다. 철저한 준비다.
놀랍게도 가장 잘 나가는 유희관이 슬럼프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90kg의 몸무게를 시즌 내내 유지하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희관은 “시즌 중에 살이 급격하게 찌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90kg서 더 찌면 투구 밸런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위기관리가 특급 좌완 유희관이 잘나가는 숨은 비결이다.
[유희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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