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뒤늦게 나가서 잘하면 기회를 더 많이 줘야지.”
NC는 8일 목동 넥센전서 패배하면서 하루만에 선두를 넥센에 내줬다. 그래도 NC는 9일 현재 19승 13패로 단독 2위. 잘 나간다. 2년차 막내구단의 돌풍이 태풍으로 변했다. NC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조심스럽게 타진한다. 8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김경문 감독은 “이럴 때일수록 겸손해야 한다.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라면서도 표정은 밝았다.
NC의 선수구성은 2012년 퓨처스리그 시절과 지난해 1군 데뷔 시즌이 달랐다. 지난해와 올해는 또 달라졌다. 주전라인업만 봐도 FA 베테랑 3인방(이호준 이종욱 손시헌)에 외국인타자(에릭 테임즈)가 가세하면서 ‘초짜’ 냄새가 사라졌다. 마운드에는 상대적으로 신예들이 많지만, 베테랑 손민한과 외국인투수 3인방(에릭 찰리 웨버)이 잘 받쳐주고 있다. 1군 경험이 적은 멤버들을 베테랑과 외국인선수의 힘으로 절묘하게 메운다. 당연한 선택이자 이상적인 흐름.
▲ 뒤늦게 나가서 잘하면 더 고맙다
이종욱, 손시헌과 외국인타자 테임즈가 가세하면서 지난해 많은 경기서 좋은 활약을 했던 야수 몇몇 선수가 백업으로 밀려났다. 지석훈, 권희동, 조영훈 등이다. 사실 선수가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에만 있으면 의기소침해진다. 때로는 감독에게 불만을 갖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예전보다 줄어든 기회서 더욱 악착같이 달려든다.
김 감독은 “그 선수들이 베테랑들과 비교했을 때 기량 차이가 많이 나는 게 아니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데 희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김 감독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기회가 더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김 감독은 “어쩌다 뒤늦게 나가서 잘하면 더 고맙다. 그런 선수는 더 많이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 선수들이 잘해야 진짜 강팀”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그래야 주전들이 긴장하고 백업들이 팀을 위해 충성한다는 걸 안다. 김 감독 특유의 노련한 용병술.
▲ 김경문 감독의 지석훈 기 살리기
김 감독은 넥센과의 3연전서 지석훈을 중용했다. 기존 3루수 모창민이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지석훈 같은 백업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줄 때 팀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를 계산했다. 더구나 지석훈은 넥센이 친정팀. 김 감독은 “석훈이가 유독 넥센에 강하다. 넥센전서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지석훈은 김 감독의 기대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3연전서 10타수 3안타(1홈런) 6타점 4득점. 효율성 높은 활약의 전형. 특히 지석훈은 24-5로 대승했던 7일 1회 2사 1,2루 찬스서 선제 좌월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김 감독은 “지석훈의 수훈이 컸다. 특히 2사에서 나온 홈런은 가치가 더 크다. 그 홈런이 아니었다면 또 가슴 졸이는 게임을 했을 것”이라고 크게 칭찬했다.
김 감독은 NC가 잘 나간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자꾸 메스컴에서 나를 띄워주는데 나는 한 게 별로 없다. 담당 코치들이 경기 준비를 잘 한다. 그리고 주장 (이)호준이와 고참들 위주로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석훈이 같은 선수가 잘하면 고맙다. 우리팀에 주전이 어디 따로 있느냐. 나가서 계속 잘 하면 주전”이라며 지석훈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감독의 지석훈 칭찬은 베테랑들과 외국인타자에게 밀린 백업 멤버들을 향한 ‘기 살리기’다.
▲ 지석훈이 김경문 감독에게 감동한 사연
지석훈은 “감독님이 경기 후반에 나가는 선수들을 유독 잘 챙겨주신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당연히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지석훈은 “떨리거나 긴장하는 게 없다. 작년보다 경기에 덜 나가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벤치 멤버들도 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을 응원한다”라고 했다. NC의 좋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대목.
지석훈은 “대구에서 감독님이 직접 ‘경기에 잘 못나가는 너의 심정을 잘 안다. 조금만 더 힘내자’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 싶더라”고 했다. 지석훈은 김 감독의 말 한 마디에 더욱 힘이 났고 감동을 받았다. 그는 “비록 예전보다 경기에 많이 못 나가지만 요즘처럼 야구하면 더 바랄 게 없다. 이 분위기와 이 성적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웃었다.
지석훈은 손시헌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어떻게 보면 지석훈이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하는 건 손시헌의 영향도 있다. 그러나 지석훈은 “시헌이 형이 선수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준다. 수비 시프트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우리팀의 기둥”이라고 했다. 지석훈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베테랑들 위주로 재편된 NC. 그들이 잘 나가는 건 백업들의 희생과 그 희생을 높게 평가하는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주전, 백업 모두 똘똘 뭉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렇게 NC가 끈끈한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석훈(위, 가운데), 김경문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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