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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여신부터 첫사랑, 어머니, 여동생까지 그야말로 멀티다. 하지만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 단연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는 바로 배우 이지숙. 멀티 역할로 잠깐씩 등장하지만 그 잠깐이 매우 강렬하다. 그래서 더 여운을 남기고, 이내 관객들을 힐링하게 하는 여신이 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100일간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신님 역을 맡은 이지숙은 지난해 초연, 재연에 이어 올해 삼연까지 여신으로 무대에 섰다.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만난 이지숙은 이제는 진짜 모두의 여신이 된 듯 밝고 따뜻한 배우 그 자체였다.
▲ "내가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느낌"
이지숙은 리딩 때부터 '여신님이 보고계셔'와 함께 했다. 친한 작곡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작품도 보기 전에 말이다. 그런데 작품까지 좋았다. 사람 하나 보고 시작했지만 단번에 잘 될 작품,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처음 대본을 보고는 적잖이 당황했다. 48페이지까지도 자신의 역할이 나오지 않았던 것. 자신을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우아해야할 것만 같은 여신 역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었는데 장면으로만 등장하는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야 하다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지숙은 "다양한 캐릭터가 다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니 힘들더라. 그래서 상상을 통해 기승전결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각 에피소드에 살이 붙었고 조금은 와닿게 된 것 같다"며 "여신님을 하며 내 안에 있는 여성스움, 우아함, 차분함을 보게 됐다. 내가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느낌이다"고 밝혔다.
"초연 때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캐릭터고 짧은 신인데 어떻게 하면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재연 때는 각 역할마다의 변화를 많이 보여주려 했다. 삼연인 현재는 더 깊어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표현 영역이 넓어지더라."
홍일점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초연, 재연 때는 원캐스트였기 때문에 이 부담은 더했다. 털털한 성격 덕에 남자 배우들과 허물 없이 지내기는 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그는 "확실히 약간 소외 되는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계속 친해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약간 자존감에 상처도 입었다. 타이틀롤은 '여신님이 보고계셔'인데 도대체 내가 여기서 하는 역할이 뭔가 했다"며 "그래서 더 소극적이었다. 이렇게 해도 좋아할까,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근데 오히려 모두 '여신님'이라고 해주시고 개인적으로는 사연마다 각자 받는 감동이 달라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 "진짜 내가 여신님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
초연, 재연 당시엔 원캐스트였지만 이번 삼연에서는 손미영과 함께 하게 됐다. 이에 부담도 어느 정도 덜었고 좋은 친구도 생겼다. 그는 "이번에 (손)미영이를 처음 만났는데 친구라서 말도 잘 통하고 성격도 좋다. 부담될 수도 있는데 너무 잘 해주고 있다"며 "같이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하면서 연습했다. 이전까진 혼자 공연을 계속 해와서 정작 이 작품을 볼 수 없었는데 이제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이 여러 캐스트이다 보니 호흡도 다 다르다. 템포부터 목소리 등에서 오는 자극들이 모두 달라 매일 첫공하는 느낌이고 신선하다.
이지숙은 "영범은 셋이 너무 다르다. (김)종구 오빠는 워낙 깐돌깐돌한 느낌이 있어 영범과 잘 어울리고 애드리비 많다. (조)형균이는 노래를 너무 잘해 꿀성대라고 부르는데 연기도 잘 한다. 빠르게 달리는 느낌이다. (정)문성 오빠는 워낙 영범이와 비슷한 점이 많아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진지한 면이 많다. 웃기면서도 진지한 캐릭터 같다. 진지함으로 작품을 잡아주는 게 있다. 셋 다 긍정적으로 좋은 느낌이 달라 공연 보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호 역 (신)성민은 일단 너무 잘생겼다. 근데 성격은 남자다워서 안 어울리면 어?또毬 했는데 뻔뻔하게 잘 한다. 스마트한 순호로 보인다. (이)재균이는 눈빛이 좀 특이하다. 눈빛이 모호한게 있다. 나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는 게 매력이다. 순호의 뒷면을 보여줄 수 있는 건 눈빛이 한 몫 했다. 진짜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털어놨다.
또 "려욱이는 뭘 따로 안해도 순호 같은 면이 있다. 목소리나 외적인 면이 뭘 해도 순호 같다. 생각보다 너무 열심히 해서 예뻐 죽겠다"며 "(전)성우는 베테랑이다. 디테일이 진짜 좋은 배우다. 놀랐던 게 연습할 때 왜 저렇게 하는지가 다 보이더라. 자그마한 디테일 하나까지 좋다. 집중력도 좋아 새삼 반했다"고 덧붙였다.
"진짜 제가 여신님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외모가 예뻐진다거나 이게 아니라 두루두루 살펴보게 된다. 좋은 면이 계속 드러나고 건강이 안 좋으면 챙겨주고 싶다. 엄마 같은 마음이 들더라. 다들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엄마가 자식 대하듯이 옥이야 금이야 우쭈쭈 하게 된다."(웃음)
▲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내게 여신님 같은 존재"
그렇다면 이지숙 본인의 연기는 어떻게 다가올까. 여신을 비롯 첫사랑, 어머니, 여동생 등을 연기하기에 이지숙은 연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험 없는 어머니 역은 이지숙을 매번 고민하게 한다. 더 깊어지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공부중이다.
이지숙은 "엄마를 해결해보자 했는데 아직도 해결은 안됐다"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는 "아이도 낳아본적이 없는데 40대 아들을 둔 어머니, 심지어 북한 사람이라 어려웠다. 배우 욕심상 노멀하게 하기도 힘들다"며 "근데 관객들의 피드백을 받은 후엔 '작다고 생각하면 안된겠구나' 싶었다. 그 작은 하나에도 관객들이 감동 받고 교훈을 얻고, 고맙다고 해주시니 진심으로 석구를 사랑해주고 진심으로 창섭, 주화 오빠를 걱정해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매번 눈물을 흘린다는게 쉽지는 않다. 중간에 나오기 때문에 다른 배역들에 비해 집중이 안된다. 중간에 끼어든다는 느낌도 있다. 근데 또 좋은건 덕분에 순간 집중력이 좋아졌다. 짧은 순간 집중해줘야 하니까 그런 면이 좋아지더라. 아무래도 뒤에서 보고 있는게 많으니 배우들이 다 보인다. 사실 나도 힘들 때가 있는데 '여신님이 보고계셔'에만 오면 내가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다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어 이지숙은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통해 전하는 힐링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처음엔 힐링 된다고 해서 뭐가 그렇다는거지 많이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예전에 어떤 분이 장문의 편지를 써주셨다. 너무 힘든 시기에 살아갈 희망마저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 이 작품을 만났다고 했다. '꿈결에 실어'가 본인에게 '다 괜찮아. 앞으로 잘 될거야. 걱정 따위 다 날려 버려. 힘들어해도 돼'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고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오히려 그 편지 하나로 내가 더 힐링이 됐다"고 했다.
"관객들이 너무 울어 내가 더 슬플 때가 있다. 우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오늘도 마음 아프신 분들이 많구나'라는 마음이 들어 오히려 이렇게 울고 다시 열심히 살자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내게 여신님 같은 존재다. 나 역시 이 작품 하기 전에 많이 힘들었다. 재밌어서 하는 일들이 점점 스트레스가 되고 힘들어져 이 길이 맞나 했는데 그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났다. 작품도 좋고 이 작품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나를 다시 뮤지컬의 길로 이끌어준 작품이다. 모두가 이 작품을 통해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리길 바란다. '지금의 어려움은 어려움이 아니다'라는것을 말씀 드리고 싶다."
한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오는 7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이지숙, 공연 이미지. 사진 = is ENT, 연우무대 제공]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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