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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그룹 천상지희 출신 린아에게는 이제 뮤지컬배우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2002년 데뷔한 그는 2011년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섰다. 그간 다섯 작품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린아는 현재 뮤지컬 '머더 발라드'에서 옛 연인 탐과 다정다감한 남편 마이클에게 사랑 받는 여인 사라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뉴욕에 사는 탐과 사라, 마이클의 얽히고 설킨 삼각관계를 강렬하게 그리는 작품. 내레이션의 섹시하고도 파워풀 넘치는 해설과 함께 네 남녀의 흡입력 있고 중독성 강한 넘버가 90분 동안 관객들을 휘어 잡는 작품이다.
린아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은 항상 새롭다. 특히나 '머더 발라드'는 계속 첫공 하는 것 같다. 되게 떨리는 느낌이 강하다. 뮤지컬에선 아직도 멀었다.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대극장 공연만 하다가 '머더 발라드'를 하니 관객들과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어 좋다"고 입을 열었다.
▲ "옛날의 나였다면 아마 하지 못했을 것"
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린아를 변화시켰다.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많은 것이 변했다. 이번 앙코르 공연을 통해 체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린아는 '머더 발라드' 연습 초반 그야말로 '장난 아닌' 체력 훈련을 했다. 2주간 체력 단련을 위해 안무 연습과는 별도로 군대에서 받는 체력 훈련을 받았다.
린아는 "정말 울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게 했다. 나는 개근상을 탈 정도로 계속 나갔는데 지하 연습실 계단을 내려가지 못할 만큼 너무 힘들게 했다. 남녀 배우가 몸을 부딪치는 신이 많다보니 첫날부터 안고 굴렀다"며 "안무 감독님이 교관처럼 다그치면서 했고 진짜 혹독했다. 근데 나중엔 효력을 많이 봤다. 가볍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머더 발라드'는 체력적으로 과한 스킨십과 움직임을 필요로 했다. 이에 성두섭을 제외하고 모든 배우들과 처음 알게된 린아는 첫날부터 시작된 과한 스킨십이 다소 낯설었다. 하지만 이는 곧 배우들이 더 빨리 친해질 수 있게 만들었다.
"옛날의 저였다면 아마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낯을 가리고 사람 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었다. 가수 생활 할 때 천상지희 멤버들이 쿨한 성격이어서 그런 것에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사람들이랑 조금 친해지고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됐는데 지금 '머더 발라드' 하면서 더 과감해지고 있다. 관객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소통을 해야하는 입장이다보니 내가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되겠더라."
이어 린아는 "사실 공연 전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처음에는 되게 뻘쭘했다. 어떻게 해야 되지.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라고 하는데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더라"며 "근데 (문)진아가 그런걸 굉장히 잘 하더라. 자기 집 안방인 것처럼 모든 사람들을 컨트롤 하는 능력이 있더라. 그런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 "감정의 순서를 보여주고 싶었다"
작품 자체가 섹시하다보니 린아도 섹시해져야 했다. 천상지희 시절 섹시 콘셉트를 해봤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었지만 비주얼적인 면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린아는 "눈꼬리를 점점 올리게 된다.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그는 "사라의 콘셉트를 잡기 보다 그 때 그 때 사라가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려 한다. 짜증나면 짜증내고 외로울 땐 외로워 하는 감정들을 그 때 그 때 느끼려 한다"며 "연기할 때는 각자의 캐릭터 입장에서 많이 얘기를 한다. 사라의 경우 불륜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니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라는 그럴만한 이유가 합당하게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못된 애였다면 계획적으로 불륜을 저질렀겠지만 사라는 정말 외로움을 느끼고 인간으로서 자기 가치를 알아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누군가의 사랑을 원한 거다. 탐이나 마이클도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거고 사라는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인해 고독함이 쌓이고 이런 부분들이 결국 불륜까지 가게 한 것 같다. 이후 죄책감을 느끼면서 괴로워 하는 모습까지. 사라가 느끼는 감정의 순서를 보여주고 싶었다."
린아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아닌 감정에 집중했다. 그는 "그런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정말 사라는 '사랑과 전쟁' 주인공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더 그 때 그 때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려 했다"며 "하다보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사람도 알면 알수록 빠져들고 봤던 영화도 또 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듯이 사라에 대한 새로운 것들이 보여서 작지만 조금 더 확실하게 표현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린아는 무대 위에 앉아 자신을 지켜보는 관객들에 대해서도 "처음엔 되게 부담스러웠다. 생각하는 신인데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게 다 보이니까 더 신경 쓰이더라. 내 모습이 나오면 스스로도 찔렸다"며 "하지만 교류하는 신이 되면서 나아졌고 공연 후 같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고 밝혔다.
▲ "가수 활동 헛되지 않아, 더 내려놓으려 한다"
뮤지컬배우로 활동한지 4년차. 뮤지컬 시작 전 2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린아는 가수였던 것과는 상관 없이 신인의 자세로 뮤지컬에 임했다. 그는 "뮤지컬계에서는 내가 초보니까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전혀 새로운 장르라 겁도 났지만 초심이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경력으로 따지면 몇 작품 하지 않은 배우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고치고 발전하려 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낯을 많이 가려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이다. 근데 뮤지컬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해야 하는 작업이라 그런 부분이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다들 따뜻하게 맞아주고 도와줬다"며 "지금도 '머더 발라드'는 특히 배우들끼리 유대감이 끈끈하고 좋아서 그런 부분에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동료들이 내 멘토고 특히 원미솔 음악감독님이 내게 많은 용기를 주신다"고 설명했다.
"사실 성격적인 면이 많이 달라졌다. 난 학생 때는 물론이고 그냥 보통 사람이었다. 되게 평범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근데 지금은 사람들이랑 어울리기도 좋아한다. 술자리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하니 벌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싫어했다. 근데 요즘은 즐길 정도로 많이 호전됐다. 사람들이랑 얘기하는게 되게 재미있더라. 근데 또 이면이 있는게 나는 굳이 많은 사람과 친할 필요는 없고 나와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과 더 끈끈하게 지내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뮤지컬을 하면서 그런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시간들 갖는게 재미있고 마음 속에 깊이 남을 것 같다"
이어 린아는 연기에 대해 더 속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연기는 어렵기도 하지만 재밌다. 앙코르 공연이라 한 번 더 생각하게 됐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데 계속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재밌다"며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가 어렵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어려운데 뮤지컬 하기 전 슬럼프였기 때문에 뮤지컬을 만나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 있더라"고 털어놨다.
"천상지희 멤버들과는 가끔 만난다. 옛날에 천상지희로 가수 활동을 했던 시간을 헛된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뮤지컬 할 수 있는 것 같다. 물 흐르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가수를 아예 그만 둔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배우로서 욕심은 많다. 내가 추해지고 이런 것 상관 없이 모든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더 내려 놓을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머더 발라드'는 내게 최고의 선택이다. 하게 된 것이 정말 좋고 잘 된 것 같다. 내 역량을 보여줄 수 있었고 또 내 역량을 키워줬다."
한편 뮤지컬 '머더 발라드'에는 린아를 비롯 최재웅, 한지상, 성두섭, 강태을, 임정희, 장은아, 박은미, 김신의, 홍경수, 조순창, 홍륜희, 문진아, 소정화가 출연한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머더발라드' 린아. 사진 = 쇼플레이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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