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불편한 동거가 부각됐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김동주를 두고 “팀이 필요할 때 1군에 올리겠다”라고 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취재진이 몇 차례 비슷한 질문을 던졌음에도 송 감독의 답변은 비슷했다. 김동주는 올 시즌 1군에 단 하루도 머무르지 못했다. 1군 성적도 없다. 퓨처스서도 꾸준하게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성적은 42경기 타율 0.312 3홈런 18타점. 6월 15일 kt전부터 7월 8일 삼성전까지 단 5경기 출전에 그쳤고 이 기간 성적도 12타수 3안타 타율 0.250.
김동주도 움직였다. 9일 한 매체에 트레이드 혹은 웨이버 공시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송 감독은 김동주의 이 발언에 “프로는 계약이 기본이다. 선수가 파기할 수 없다”라며 사실상 직격탄을 날렸다. 두산은 “다음주에 구단이 김동주를 만나서 거취에 대해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구단도 김동주의 이런 발언이 외부에서 먼저 흘러나오자 무척 당황스러운 눈치다.
▲ 송 감독은 김동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김동주는 2012년부터 좋지 않았다. 장타력도 떨어졌고, 잔부상도 많았다. 지난 2년간 66경기, 28경기 출전에 그치며 팀내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도 나서지 못했다. 송 감독이 부임하자 상황이 더 나빠졌다. 송 감독은 지난해 퓨처스 감독. 김동주와 함께 생활한 시간이 길었다. “지난해 퓨처스 감독 시절 지켜본 김동주는 어땠나?”는 질문에 송 감독은 “노코멘트”라고 했다. “1군에 올리지 않는 이유가 팀 케미스트리 문제 때문인가?”라는 질문에도 송 감독은 “알아서 판단하시라”고 했다.
그동안 김동주가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김동주에 대한 소문이 많이 나돌았다. 현 시점서 확실한 건 송 감독은 확실히 김동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팀이 필요할 때 1군에 올리겠다”도 사실상 “더 이상 쓸 마음이 없다”를 완곡하게 표현했다고 봐야 한다. 송 감독은 야수진 운영을 융통성 있게 잘 한다. 주전 위주로 기용하면서도 적재적소에 백업을 활용한다. 김동주의 3루 역시 이원석이 텃밭이지만, 최주환, 허경민 등을 고루 기용했다. 두산에 김동주가 굳이 들어올 틈이 없다. 그리고 송 감독이 김동주에게 자리를 줄 마음이 없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취재진은 그 배경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었으나 송 감독은 대답을 피했다. 대신 “김동주를 1군에 올릴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있다. 그건 밝힐 수 없다”라고 했다. 김동주가 확 달라지지 않는 한 1군에 올라오는 건 어려울 듯하다. 베테랑타자이자 두산을 상징하는 간판스타와 구단. 감독과의 마찰. 선수가 독단적으로 트레이드를 요구하고 나선 것,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구단 모두 아쉬움이 있다.
▲ 김동주에 대한 경우의 수
김동주와 구단이 다음주에 만난다. 송 감독은 “김동주의 활용은 감독인 내가 결정할 부분”이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한편으로 “거취는 구단과 선수가 논의해야 할 일”이라며 구단의 입장도 존중했다. 송 감독은 일단 김동주와 구단의 만남을 지켜볼 예정이다. 사안이 중대한만큼 김태룡 단장이 김동주와 면담할 가능성이 크다.
김동주는 퓨처스서도 후배들에게 밀려 고정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더 이상 이렇게 야구인생의 말년을 보낼 수는 없다는 마음에 신분 변동을 요청했다. 그렇다면 두산 구단은 김동주의 요청에 어떻게 움직일까. 현재 상황에선 애매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단 김동주의 몸값(7억원)이 너무 비싸고, 지난 2~3년간 1군서 제대로 뛰지 못한 선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에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김동주는 올해 38세다. 선수생활을 할 날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런 선수를 큰 대가를 지불하고 데려가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웨이버 공시는 가능할까.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김동주 연봉을 고스란히 보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두산 입장에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김동주를 내보낼 이유는 없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지금의 불편한 관계가 시즌 끝까지 이어지다 시즌 종료 이후 방출하는 방법도 있다.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질 경우 원칙적으로 올 가을 특별지명을 하는 KT가 데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KT가 두산에 10억원을 줘야 한다. KT도 부담이 있다.
김동주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 3년 계약이 끝난다. 그러나 올해 FA 요건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FA 자격은 내, 후년이 돼야 다시 얻을 수 있다. 대신 두산이 김동주의 보유권을 유지하려면 일반적 연봉계약을 맺으면 된다. 김동주의 이적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 정황상 두산이 김동주의 연봉을 크게 깎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일단 이번 사태가 봉합된 뒤 생각할 일이다.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김동주는 거물급이며, 두산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구단도 김동주 거취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송 감독의 원칙은 확고하다. 김동주도 자기 살 길을 찾고 싶어 한다. 정황상 보기 좋지 않은 모양새를 연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동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