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포수는 타격보다 수비를 잘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한화 이글스 포수 정범모의 한 마디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홈런 포함 4안타 5타점 맹타로 팀 승리를 이끈 선수의 소감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범모는 7월 31일 목동 넥센전에서 시즌 4호 3점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5타점 맹타로 팀의 9-8 한 점 차 승리를 이끌었다. 1-0으로 앞선 2회초 1사 1, 2루서 넥센 선발 하영민의 초구 139km 한가운데 직구를 끌어당겨 좌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올 시즌 홈런 4개 중 3개가 넥센전서 나왔다. 시즌 타율도 2할 2푼 9리에서 2할 5푼 2리까지 끌어올렸다.
이날 4안타 5타점은 데뷔 후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기록으로 의미를 더했다. 첫 타석 홈런, 3번째 타석 2루타, 4번째 타석서 2타점 적시타(단타)를 기록한 정범모는 5번째 타석서 사이클링히트에 도전했다. 상대 외야수들이 공을 미루는 바람에 행운의 안타가 나왔고, 3루까지 뛸 법도 했지만 2루에서 멈춰 섰다. 아쉬움을 숨기진 않았지만 후회는 없었다. 팀을 위한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경기 후 만난 정범모는 "기분 좋다. 마지막 타석에서 팬들이 '3루타'를 외치길래 사이클링히트를 생각했다. 하지만 4점 차로 승부가 결정된 상황이 아니었기에 기록을 의식하기보다 안전하게 2루에서 멈췄다"고 말했다. 정범모는 당시 2루를 지나 3루까지 가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내 귀루했다.
정범모는 이날 맹활약에 "연패를 끊어 기쁘다"면서도 수비에 대한 반성을 잊지 않았다. 4회말 수비에서 포일로 1루 주자 박병호를 추가 진루시키는 바람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과 8실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했다. 본격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2012년부터 경험을 쌓아 나가면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포수는 타격보다 수비를 잘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오늘 실수가 많았다. 자만하면 안 된다. 연패를 끊어 기분이 좋지만 수비를 잘했다면 쉽게 갔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 (조)인성 선배께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수비에서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결정적인 도루 저지에 성공한 건 박수받기 충분했다. 7회말 선두타자 서건창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도루를 시도했으나 정범모의 정확한 송구에 태그아웃됐다. 곧바로 후속타자 이성열의 우월 솔로 홈런이 터졌다. 정범모의 도루저지가 아니었다면 곧바로 동점이 될 뻔했다. 한화는 이후 1사 2, 3루 위기를 맞았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정범모의 올 시즌 도루저지율은 3할 1푼 8리(14/44). 2루 송구 시 팔을 스리쿼터 형태로 내린 게 효과를 보고 있다. 간발의 차이로 아웃과 세이프가 갈리는 도루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군더더기 동작을 줄이는 게 필수다. 정범모는 "좋은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송구할 때 팔이 낮아지기도 했는데, 팔 각도를 고정하고 던지게끔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택 한화 배터리코치도 "(정)범모에게 잘 맞는다. 폼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팀 승리를 이끈 불꽃타에 마냥 기뻐할 만도 했지만 "포수로선 아쉬운 경기였다"고 반성했다. 지난 2년간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 정범모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 이글스 정범모.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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