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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인생에는 후회 하지 않을 선택이 있다. 주변 상황에 잠시 고민은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무엇. 배우 안재영(28)은 뮤지컬 '비스티보이즈'를 통해 후회 하지 않을 선택이 주는 쾌감을 느끼고 있다.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뮤지컬 '비스티보이즈'는 청담동의 유명 호스트바 '개츠비' M팀 선수의 이야기. '범죄와의 전쟁', '군도'의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윤계상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비스티보이즈'를 원작으로 탄생된 뮤지컬이다. 영화와는 호스트바라는 배경만 동일하고 기존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를 꿈꾸며 폼생폼사의 진수를 보여주는 '개츠비'의 선수 강민혁 역을 맡은 안재영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비스티보이즈'는 어떤 메시지를 얻어 간다기보다 그냥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추악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너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출연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앞서 안재영은 '비스티보이즈' 합류를 망설였다. 기존에 잡힌 공연 등으로 인한 바쁜 스케줄 탓에 출연하는 게 맞을까 고민한 것. 이에 함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 출연중이던 진선규에게 조언을 구했고, 진선규는 '안 해서 후회할 거면 하는 게 맞고 만약 한다면 이 작품을 함으로써 어떤 것을 남길지 생각한다면 하고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배의 조언을 듣고 고민해보니 안재영은 이전부터 '비스티보이즈'와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성종완 연출과도 만나보고 싶었고, 창작 초연이기 때문에 작업하는 즐거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 영화 '비스티보이즈'를 워낙 좋아하는 만큼 뮤지컬 '비스티보이즈'에 출연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
안재영은 "영화 '비스티보이즈'를 되게 재미있게 봤고 좋아한다. 그리고 남자는 약간 거칠고 쓰레기 같고 이런 것을 되게 좋아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 작품을 언젠가 해보고 싶었다"며 "영화와는 다른 내용으로 간다고 했지만 매력을 느꼈다. 다섯 남자 중 민혁과 딸을 가진, 열심히 사는 생계형 선수 알렉스 역을 얘기했는데 민혁은 양아치이지 않나. 이왕 할 거 양아치 역을 더 해보고 싶어 어필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알렉스를 하면 약간 착하게 할 것 같았다. 내가 딱 하면 편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캐릭터건 고민은 많이 해야 되지만 알렉스의 성향엔 좀 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안 했던 걸 해보고 싶었다"며 "그래서 민혁을 하겠다고 했는데 연예인 지망생이고 허세도 있고 양아치 같은 캐릭터라 더 재미있게 했다. 연극 '히스토리보이즈' 스크립스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석구는 다른 캐릭터긴 하지만 둘 다 되게 착하고 바른 느낌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민혁은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석구랑 민혁이랑 비슷한 부분을 든다면 석구는 순수하기 때문에 치고 나올 수 있다. 순수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해서 관객들이 더 캐릭터에 매력 느끼고 상황이 환기도 될 수 있는 느낌이었다. 반면 민혁이는 뻔뻔하다. 분명히 색깔 자체는 너무 다르다. '뭐 할래?' 다음에 '섹스할까?' 등 대사를 하는데 이런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하지 않나. 근데 민혁인 '그게 왜?'라는 뻔뻔함으로 환기를 시켜준다. 그런 순박함이 있다."
▲ "'양아치'나 '개쓰레기' 같은 수식어"
안재영은 민혁에게서 '양아치'를 강조했다. "모르겠다. 더 양아치처럼 하려 한다"고 밝힌 그는 "배역을 맡으면 평소에도 약간 그렇게 사는 편이라 요즘에는 민혁 같은 부분이 나온다. 근데 싸가지 없는 것보다 민혁에게 중요한 건 배우가 되고 싶은 욕망이다. 그래서 그 부분이 가장 절실하다. 또 어떻게 하면 내가 그렇게 날티 나게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양아치'나 '개쓰레기' 같은 수식어를 완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만 더 생각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떤 상황에서도 편하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 앞에서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평생 그럴건 아니니까"라며 "또 어떤 잘못을 했을 때 죄책감의 수위를 낮추려 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누군가를 다치게 하면 영 마음이 안 좋고 죄책감이 드는데 민혁 입장에선 '하다 보면 다치게 할 수도 있는거 아니야?'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이다. 여자한테 상처 주고 울린 다음에도 '눈물 당연히 나는거 아니야?'라고 하는 게 민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재미있다. 처음엔 그런 걱정을 하긴 했다. 내가 무대에서도 욕을 많이 하는데 어쨌든 무대고 객석에서 직접적으로 욕을 들었을 때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런 것 때문에 더 못 가는 부분도 있어 캐릭터가 애매해질 것 같았다. 근데 꼭 욕을 해야 더 나빠지고 그런 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세 명의 민혁은 다 다른데 (고)은성이는 더 허세가 있고, (엄)태형이 형은 뭔가 귀여우면서 매력 있다"며 "근데 나는 '개쓰레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를 들면 영화 '품행제로', '사생결단' 속 류승범이다. 그 이미지와 뻔뻔함이 죽인다"고 털어놨다.
"분명히 어느 부분은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은 있다. 나는 감사하게도 무대에 서서 배우 생활을 하고 있고 이전에 학교도 다니고 따로 레슨도 받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민혁이는 그런 부분에 있어선 무지하다. 막연하게 배우가 되고 싶은 거다. 체계적으로 발성과 발음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막연하게 연기를 하고 싶어 한다. 난 정말 이 마음이 민혁에게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진짜 열정이 있는 거다."
▲ "연기는 엄청난 경험"
안재영은 영화 '비스티보이즈'는 물론 극중 하정우, 윤계상의 연기가 좋았다. '저런 인생도 있구나' 하며 흥미를 가졌고, 내용은 달라졌지만 뮤지컬 '비스티보이즈' 역시 영화에서 느껴지는 텁텁하고 씁쓸한 부분이 느껴질 것 같아 흥미를 느꼈다. 특유의 텁텁함과 씁쓸함이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빠지면 '비스티보이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스티보이즈'인데 비스티한 부분이 없으면 안된다. 처음에 나는 비스티한 부분을 가장 잘 살려내려 했다. 그래서 난 다섯 남자들이 끈끈하지 않게 하려고 해서 오류가 있긴 했다"며 "근데 끈끈해야 나중에 더 파탄이 보이지 않나. 적어도 끈끈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에필로그가 생긴건 좋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민혁은 제 발로 찾아와 이 사람들과 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정말 행복했던 부분이 보여진다"고 밝혔다.
또 "호스트바 선수들이 나와 '누나 누나' 노래 부르는 것도 매력일 수 있겠지만 더 비스티한 부분이 매력적이다. 어두운 면들이 이 작품의 색깔에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욕심과 욕망을 현실에서는 드러내고 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에서 '비스티보이즈' 속 인물들은 처절하다. 평소 내게 없는 모습을 연기할 수 있으니 나 혼자만의 카타르시스와 재미가 분명히 있다. 현실에선 한 번도 하지 않을 법한 말들을 하는 재미다"고 말했다.
"연기를 통해 인생에서 해보지 않을 법한 것들을 해본다는 건 엄청난 경험 같다. 뭐든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그걸 하기 위해 배우는 분석과 공부, 이해 등 수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어쨌든 정말 재미있다. '비스티보이즈'를 통해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극중 인물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빛을 향해 달려간다. 근데 나방이 불빛을 향해 달려들면 죽지 않나. 하지만 그렇게 죽는데도 달려들 수밖에 없다. 다섯 남자들도 그렇다. '비스티보이즈'는 비스티해야 한다. 처절하고 추악한 게 매력이다."
이어 안재영은 '비스티보이즈' 속 애교송 '누나누나' 넘버와 연습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누나누나'에 대해 "어우~ 안무 배울 때 다들 멘붕이 왔다. 근데 처음에만 그랬지 공연 시작 후엔 즐기자고 했다. 어쨌든 선수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거지 않나. 그러니 차라리 아예 재미있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또 에피소드에 대해 "사실 호스트바 견학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곳은 단골 손님 장사라고 한다. 근데 괜히 우리가 견학 갔다가 실수하면 그 분들에게 실례이지 않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예를 들어 정민 형이 초이스 됐는데 나중에 또 찾으면 안 되는 거다. 일 해보자는 얘기도 나왔는데 손님 뺏는 거니까 그건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간접경험으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큰 에피소드는 아닌데 남자들이 다 공연장에 있는 팥빙수집에 꽂혔다. 점심시간에 트레이닝복에 모자 눌러쓰고 가서 맨날 인절미 빙수를 먹으며 대본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 큰남자들이 호스트바 이야기 하면서 팥빙수 먹으니 얼마나 웃겼을까. 심지어 다같이 회식에서 고기를 먹고 남자 15명이 술도 얼마 안 마신 상태에서 팥빙수에 꽂혀 2차를 팥빙수 먹으러 갔다. 얼마나 건전한가. 근데 얘기는 '호스트바 견학 가!', '룸 한번 잡아!' 이런 얘기를 나눴다."(웃음)
마지막으로 안재영은 '비스티보이즈'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 달라지고 싶냐고 묻자 "배우로서는 사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 어느 배우나 그렇겠지만 좀 더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무대에서 이런 역할은 처음이고 어쨌든 민혁은 내가 처음이니까 달라진 부분이 생길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안재영이 출연하는 뮤지컬 '비스티보이즈'는 오는 9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비스티보이즈' 안재영, 공연 이미지, 포스터. 사진 = 네오 프로덕션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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