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인선수 걱정을 덜 하는 팀이 웃는다.
어느 해보다 외국인선수 수준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몸값 상한선이 사라지면서 ‘귀하신 몸’들이 연이어 국내구단과 속속 계약을 맺고 한국야구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외국인선수 28명의 생존경쟁이 시작됐다. 시즌 초반만 해도 대부분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외국인선수의 예상하지 못한 활약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팀이 있는 반면, 예상하지 못한 부진으로 곤혹스러운 팀도 있다. 구단과 외국인선수가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마찰을 빚거나 구단을 힘들게 한 외국인선수도 여지없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도 외국인선수 걱정을 덜 하는 팀이 웃는다.
▲ 외국인선수가 말썽부리면 팀은 흔들린다
최근 외국인선수로 끙끙 앓는 팀은 롯데다. 시즌 초반 장타를 뻥뻥 때렸던 루이스 히메네스가 고국 베네수엘라의 소요사태로 가족이 걱정돼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며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컨디션이 조금만 좋지 않아도 선발라인업서 빠졌다. 최근에는 7월 24일 삼성전 이후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히메네스는 무릎이 아프다고 주장했다. 시점이 웨이버 공시 마감일 이후라 묘했다. 심지어 지난 12일 부산 넥센전 직전에는 갑작스럽게 덕아웃에 나타나 직접 취재진에게 자신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고 무리하면 선수생명이 끝난다고 항변했다.
롯데는 히메네스가 사실상 태업한다고 본다. 히메네스 입장에선 웨이버 공시 마감일이 지났기 때문에 퇴출 당할 일도 없다. 4위다툼서 갈 길 바쁜 롯데는 외국인타자 없이 외롭게 싸운다. 전력 손실은 물론이고, 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그나마 두 외국인투수(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가 착실하게 선발로테이션을 소화 중이다. 하지만, 한 방의 갈증은 크다.
SK도 외국인선수로 홍역을 치른 팀이다. 외국인타자 루크 스캇이 공개적으로 이만수 감독에게 목소리를 높이더니 결국 퇴출됐다. 조조 레이예스는 마운드에서의 행동이 문제가 돼 한국을 떠났다. 물론 대체 외국인투수 트래비스 밴와트가 맹활약하면서 보상을 받았고 로스 울프의 마무리 전환이 성공하면서 최근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외국인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기로 한 SK는 공격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4강 싸움을 한다. 이밖에 외국인선수 농사를 잘 지은 것으로 평가됐던 NC도 에이스 찰리 쉬렉이 욕설 파문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흔들렸다.
단순히 부진한 외국인선수가 있다고 해서 그 팀이 꼭 주춤한 건 아니다. 시즌 초반 브랜든 나이트를 퇴출한 넥센은 지금도 사실상 비니 로티노로 인한 효과가 미미하다. 그래도 넥센은 잘 나간다. 삼성 역시 J.D. 마틴의 기복이 심하지만, 특유의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통합 4연패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삼성과 넥센의 공통점은 외국인선수들이 부진할지언정 팀 케미스트리에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는 점. 반면 외국인선수와 구단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나도는 말이 많은 팀은 그만큼 팀 케미스트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는 여전히 각 팀 중심이다.
▲ 비즈니스 논리의 명암
프로야구 선수들은 개인사업자다. 당연히 비즈니스 논리가 업계를 지배한다. 외국인선수들은 국내선수들보다 이런 마인드가 더 심하다. 국내선수들은 팀을 위해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애정이 있다. 그러나 한 야구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선수는 철저하게 개인의 이익을 쫓는 존재다. 여기서 잘해서 일본과 메이저리그에 좋은 조건으로 넘어가려는 자, 메이저리그는 못 갈 것 같으니 여기서 오래 버텨서 돈 많이 벌자고 마음먹는 자 모두 결국 팀보다는 본인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결론은 ‘야구를 잘 해야 한다’다. 그게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치면 상관없다. 외국인선수가 잘해야 팀이 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부적응으로 야구가 풀리지 않을 때, 혹은 부상을 당했을 때 이기적인 마인드가 극대화돼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더스틴 니퍼트(두산)처럼 팀을 위해 투수조 미팅을 직접 소집하고 불펜 아르바이트를 한 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이런 마인드의 차이는 구단이 어떻게 컨트롤할 수 없긴 하다. 물론 이 정도까지 바라는 팀은 없다.
구단과 외국인선수, 감독과 외국인선수의 ‘밀고 당기기’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구단들은 기본적으로 팀의 중심인 외국인선수가 한국야구가 적응을 잘 하도록 극진하게 배려한다. 한국 특유의 손님 우대 문화도 투영됐다. 그런데 이에 고마워하기는커녕 버릇만 나빠지는 외국인 선수가 있는 게 문제다. 한 구단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는 지만 알려주고 다 알아서 하게 한다”라고 했다. 지나치게 떠받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것. 니퍼트 정도는 아니더라도, 외국인선수에게 최소한 ‘팀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한 건전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흔히 외국인선수 영입은 복불복이라고 한다. 올해 역시 해외무대 스펙이 국내무대 성공을 보장하진 않았다. 확실한 건, 외국인선수들과 적당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면서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온 팀이 잘 나간다는 점이다. 단순히 외국인선수 실력과 인성의 문제가 아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외국인선수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구단이 그 정도 수고를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외국인선수의 팀 마인드가 강한 팀이 진짜 외국인선수 농사를 잘 지은 팀이다.
[히메네스(위), 스캇(가운데), 찰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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