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승과 200이닝. 내년에는 가능할까.
에이스의 덕목은 많다. 20승과 200이닝은 초특급 에이스의 자존심. 둘 다 쉬운 기록이 아니다. 하물며 두 가지 기록을 동시에 달성하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마운드 분업화로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 극심한 타고투저로 투수들이 타자들을 요리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 또한, 선발투수가 한 시즌 내내 꾸준히 활약하지 못하면 20승과 200이닝은 결코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체력 관리, 컨디션 조절은 기본. 상대 분석과 농익은 경기운영능력이 필요하다.
▲ 20승-200이닝, 올해도 쉽지 않다
국내야구 32년 역사상 20승 투수는 총 15차례 탄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22승)가 유일했다. 그러나 리오스가 일본에서 금지약물 복용으로 퇴출되면서 국내에서 거둔 기록에 대한 상징성도 떨어졌다. 국내투수로만 한정하면 20승은 1999년 정민태가 마지막이었다. 순수 토종 선발 20승은 1995년 이상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이닝은 더욱 쉽지 않다. 2000년대 이후 200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총 17명이었다. 가장 최근 기록은 지난해 레다메스 리즈(LG)의 202⅔이닝. 2007년 22승을 따냈던 리오스가 234이닝을 소화했으니 마지막 20승, 200이닝 동시 달성 투수였다. 토종 투수 중에선 21세기 들어 20승과 200이닝을 동시에 해낸 적이 없다. 2007년 류현진이 211이닝을 소화했으나 17승이었다. 투수 보직이 분업화되지 않은 프로 초창기엔 선발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했으나 경기수가 적어 200이닝 투수가 많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토종투수 20승과 200이닝은 물 건너갔다. 올 시즌 토종 최다승, 최다이닝 투수는 양현종(KIA). 14승, 147이닝이다.
3일 현재 다승 1위 밴헤켄(넥센)은 17승을 따냈다. 선발 14연승을 내달렸다. 하지만, 8월 19일 잠실 LG전서 패전을 안은 뒤 27일 KIA전서도 노 디시전에 그쳤다. 투구내용도 8월 들어 좋지 않았다. 퀄리티스타트를 한 번도 해내지 못했다. 8월 성적은 3승1패 평균자책점 6.28. 확실히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다. 밴헤켄은 156⅓이닝으로 최다이닝도 1위인데, 200이닝을 소화하려면 43⅔이닝을 더 던져야 한다. 넥센이 18경기를 남긴 걸 감안하면 밴헤켄의 200이닝 소화도 쉽지 않을 듯하다. 밴헤켄은 4일 목동 NC전서 18승에 도전한다.
▲ 10구단-144G 체제서는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선 국내야구서 20승과 200이닝은 쉽지 않다. 두 기록을 동시에 달성하는 건 더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내년엔 국내야구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 10구단 kt의 1군 가세. 2015년은 10구단 체제 원년이다. 지난해와 올해 기형적으로 끼인 불규칙적 3~4일 휴식기가 사라진다. 게임수도 128경기서 144경기로 16경기 늘어난다.
여러모로 선발투수들의 힘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강인한 선발진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144경기 시스템을 견뎌내는 게 쉽지 않다. 강인한 선발투수가 있는 팀이라면 20승과 200이닝 투수 탄생도 기대해볼 수 있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144경기 체제서는 128경기 체제보다 1~3번 상위순번 선발투수가 3차례 정도 더 등판할 수 있다. 또한, 10구단 kt를 많이 상대하는 투수들의 경우 승수 쌓기가 수월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내년 kt의 전력은 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극심한 타고투저가 내년에도 꺾이지 않는다면 선발투수들의 20승, 200이닝은 적지 않은 고생길이 될 수 있다. 극심한 타고투저의 이면 속에는 타자들의 기량 발전 속도가 빨라 선발투수들이 고전하는 면도 있지만, 선발투수들 자체적으로 경쟁력이 정체됐다고 보는 야구관계자들도 많다. 근본적으로 수준급 선발투수들을 많이 키워내지 못하는 상황. 단순히 경기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20승과 200이닝을 바라는 건 막연한 환상일지도 모른다.
마운드 운영이 체계화, 분업화됐지만, 감독들과 팬들은 여전히 20승과 200이닝을 거뜬히 해내는 극강 에이스를 원한다. 특히 팬들은 괴물 에이스에 열광한다. 감독도 등판할 때마다 승리 확률이 높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에이스가 있으면 장기레이스 운영이 수월해진다. 그러나 토종 투수들의 발전속도가 더디다 보니 외국인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게 현실이다. 외국인 투수들조차 압도적 위압감을 지닌 에이스를 찾기가 점점 쉽지 않다.
[밴헤켄(위), 양현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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