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팀이 정상이 아니야.”
16일 울산동천체육관. SK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만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팀이 정상이 아니다. 제 궤도에 올라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현재 모비스에는 몸 상태가 정상인 선수가 많지 않다. 일단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은 천대현이 시즌 아웃됐다. 지난 시즌 막판 덩크슛을 하다 발목을 다친 이대성은 11월 중순은 돼야 합류한다. 송창용도 지난 12일 KGC전서 슛을 하다 상대 선수가 발을 집어넣는 과정서 발목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코트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일단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돌아온 양동근은 확실히 체력적으로 힘겨워한다는 게 유 감독의 진단. 더구나 이대성마저 장기 결장 중이라 체력을 안배해줄 여유가 없다. 유 감독은 “지금 동근이가 30분 이상 뛰어야 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함지훈은 LG와의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 6차전서 입은 발가락 부상과 수술로 아직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유 감독은 “함지훈은 비 시즌에 제대로 몸을 만들 여유가 없었다”라고 했다.
로드 벤슨의 이탈도 팀 사기와 기강 측면에선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기량만 놓고 보면 아이라 클라크에게 많은 걸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유 감독의 설명. 라틀리프의 부담감이 커졌다. 라틀리프의 기량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기본적인 테크닉은 투박하다. 당연히 기술적으로 라틀리프보다 완성도가 높은 벤슨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 감독은 “그런 선수를 데리고 있을 수 없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결국 이런 영향 때문에 현재 모비스는 지난 시즌만큼의 강력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 조금씩 둔화된 상태. 그런데 역설적으로 팀은 비교적 잘 나간다. 모비스는 이날 SK전서 낙승을 거뒀다. 코트니 심스가 빠진 SK의 전반적인 조직력과 완성도와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그리고 모비스 특유의 좋은 습관은 남아있다. 예를 들어 양동근이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모비스 수비는 양동근이 지칠 때 다른 선수들이 한발 더 뛰면서 조직력 약화를 최소화했다. 또 양동근이 쉽게 지친 기색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기본적인 스위치 디펜스와 맨투맨 디펜스의 집중력도 좋았다. 공격에서도 스크린을 건 뒤 빠져나오면서 슛 찬스를 만드는 특유의 부지런함은 살아있었다. 유 감독이 모비스에 지난 수년간 이식해놓은 특유의 팀 문화는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았다. 비 시즌 김재훈 코치가 다듬은 신예급 선수들의 기량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준범은 확실히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모비스는 정비된 팀은 아니다. 이날 3쿼터 막판부터 4쿼터까지의 경기력이 입증했다. SK의 투 가드 시스템, 전면강압수비 등 시스템의 변화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하면서 경기 막판 시소게임을 허용했다. 결국 모비스의 근본적인 경쟁력 자체가 최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력이 늦었던 것. 문태영과 박구영의 결정적 득점이 없었다면 다 잡은 게임을 패배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현재 모비스는 강점과 단점이 분명한 팀이다. 챔피언결정전 2연패의 아우라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는 팀이다. 유 감독은 “이대성이 11월 중순에 돌아오고, 함지훈의 몸 상태가 좋아지면 치고 올라갈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백업 송창용과 박종천 역시 몸 상태가 좋아지면 지난 시즌의 조직력을 재구축할 기회가 생긴다는 게 유 감독 계산.
유 감독은 “일단 6강 플레이오프에만 들어가면 그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서”라며 말 끝을 흐렸다. 기본적으로 모비스의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리빌딩이다. 하지만, 부상자가 많아 객관적 전력이 좋지 않은 현 시점에선 원활한 리빌딩을 진행할 수 없다. 일단 2~3라운드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추스르고 조직력 정비 작업을 진행하는 게 유 감독의 목표다. 그 이후엔 모비스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유 감독 특유의 지도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등을 감안하면 이 팀이 더 나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재학 감독.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