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수마다 접근법이 다 다르죠.”
두산에 2015시즌 합류할 새로운 코치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이상훈 코치. 이 코치는 두산의 이웃 LG 프랜차이즈 스타다. 하지만, 두산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태형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상훈 코치의 마음을 흔들었다. 마침 이 코치는 고양 원더스가 해체되면서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 코치는 “감개무량했다”라고 당시 심정을 표현했다. 이 코치는 고양 원더스 해체 이후 최근까지 계속 원더스 투수들을 지도했고, 원더스의 훈련이 완전히 끝나자마자 두산에 합류했다. 지난달 30일 선수단과 처음으로 만난 것. 이 코치는 내년 1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두산 퓨처스 투수코치로 새출발한다.
▲목표? 오늘에 충실하자
이 코치는 거창한 미사여구를 구사하지 않았다. 장기적 목표 혹은 지도방법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았다. 이 코치는 “두산이 나에게 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장 오늘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겠다”였다. 눈 앞에 닥친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지 않으면 미래 계획도 전혀 소용 없다는 것.
그래서 그는 “어떤 코치가 되겠다? 크게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내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싸우지 않는다. 그저 마음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는 코치가 되겠다”라고 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 코치는 아직 두산 투수들을 전혀 모른다. 최근까지 고양 원더스 투수들을 지도했다. 원더스에 몸 담으면서 퓨처스리그 번외경기를 통해 두산 퓨처스 투수들을 접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투수들만 봤다. 다른 팀 투수들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두산 투수들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을 짜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 이 코치는 지금부터 두산 투수들 파악에 나선다.
▲지도철학? 투수마다 접근법은 다 다르다
거창한 지도철학도 없다. 그저 이 코치는 “투수마다 접근법이 다 다르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옆에 바싹 붙어서 1대1로 지도해야 하는 투수,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투수, 잔소리를 많이 해야 하는 투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투수 등 투수의 특성, 주변환경적 요인 등에 따라 지도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게 이 코치 생각.
이 코치는 “연습 때 잘해도 경기에 나가서 못하면 투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만큼 투수를 파악하는 작업 자체가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 그는 “투수는 겉으로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다. 성격, 개인사, 심리 상태, 여자친구와의 관계 등도 굉장히 중요하다. 투수코치라면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 코치는 고양 원더스에서도 그랬고, 두산에서도 그렇게 선수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그는 “보이지 않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라고 했다.
▲김성근 감독에게 배운 것
이 코치는 아무래도 김성근 한화 감독에게 많이 배웠다. 현역 시절 스승으로 모시기도 했고, 원더스 코치시절 감독으로 또 한번 모셨다. 이 코치는 “원더스에서 박상열 코치님과 함께 17명~20명 정도의 투수를 관리했다”라면서 “감독님이 ‘누구 준비됐어?’라고 물어보시면 곧바로 대답해야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 코치에 따르면, 김 감독은 원더스 시절 이 코치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코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김 감독에게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이 ‘누구 준비됐어’라고 물어보셨을 때 ‘누구 누구입니다’라고 대답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떡이셨다. 그런데 2번 정도는 ‘아니야’라며 고개를 저으셨다”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경기 중 상황과 흐름에 맞게 투수교체를 절묘하게 한다. 이 코치로선 경기 흐름과 상황, 타자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경기 도중 기용 가능한 구원투수들을 미리 준비시켜놓아야 했다. 김 감독이 이 코치에게 두 차례 고개를 내저은 건 그 상황서 이 코치가 준비한 투수들이 등판하는 게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투수 관리와 교체 타이밍 등을 익혔다.
원더스에서 김 감독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받은 이 코치. 이제는 두산에서 그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이 코치에게 직접 “2군을 맡아달라”고 했다. 원더스에서 기량이 부족한 투수들을 끌어올린 경험을 높이 샀다. 두산의 최대약점은 역시 마운드. 중, 장기적 관점에서 퓨처스 투수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코치의 역할과 책임감이 막중하다.
[이상훈 두산 퓨처스 투수코치.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