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수많은 난관을 뚫고 미국 진출 꿈을 이루는 듯 했지만 이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김광현과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구단과의 계약 협상이 12일(한국시각) 최종 결렬되고, 김광현은 국내 잔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김광현의 미국 진출과 관련된 일들과 말들을 되돌아 본다.
[3월 24일] "기회 된다면 미국 진출 꼭 하고 싶다"
3월 24일, 서울 이화여대 ECC에서는 프로야구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김광현은 SK 투수를 대표해 이 자리에 나섰다. 김광현은 미디어데이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진출'이란 말을 꺼냈다.
시즌 전부터 김광현의 미국 진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본인이 직접 이야기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꿈을 공표한 것. 그는 "기회가 된다면 해외진출을 꼭 하고 싶다"며 "어릴 때부터 꿈꿔왔다. 그 중에서도 꼽자면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9월 28일] 아시안게임 금메달, 구단 동의 해외진출 요건 획득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구단도 줄곧 호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획득해야만 구단 동의 하에 해외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
만약 김광현이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다면 7시즌을 마친 뒤 주어지는 해외진출 요건은 무조건 다음 시즌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에 소집된다면 그 기간만큼을 1군 등록일수로 계산해준다. 단,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만 일자가 더해진다.
양현종과 함께 대표팀 마운드를 이끈 김광현은 9월 28일 열린 대만과의 결승전에 등판했다. 결과는 5⅔이닝 5피안타 3실점.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였다. 타선 역시 터지지 않으며 금메달이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대표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김광현도 또 한 번의 퍼즐을 맞췄다.
[10월 29일]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
김광현의 해외진출 요건이 확정됨과 동시에 구단도 김광현의 도전을 허락했다. SK는 10월 29일, 김광현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원일 대표이사는 "김광현이 어린 시절부터 소중하게 키워왔던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팀과 국가에 큰 공헌을 한 것을 감안해서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메이저리그 진출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어느 구단을 가든 죽을 힘을 다해서 던지겠다"며 "보직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깜짝 결혼 발표'를 하며 화제를 낳았다.
[11월 12일] SK, 200만 달러에도 포스팅 금액 수락
11월 11일, 김광현과 SK는 충격에 빠졌다. 예상보다 한참 못 미치는 포스팅 금액이 나온 것이다. 첫 날 금액이 공개되지 않아 100만 달러 밑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이후 켄 로젠탈이 샌디에이고와 함께 200만 달러라는 금액을 밝히며 구단과 금액이 공개됐다.
김광현은 금액 자체에 실망했음에도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구단은 당초 포스팅 금액을 거절할 계획이었지만 김광현의 '꿈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며 수락으로 선회했다.
[12월 12일] 김광현, 메이저리그 꿈 미루다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샌디에이고는 김광현과 한 달간 독점 교섭권을 얻었다. 스몰마켓팀인 샌디에이고에게 200만 달러는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김광현을 비교적 높이 평가하는 만큼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또 에이전트 멜빈 로만 역시 최대 이익을 위해 극단을 달리는 에이전트가 아닌 것도 긍정적 요소였다.
김광현은 샌디에이고와 만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호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말 뿐만 아니라 현지 언론 소식 역시 긍정적 기류가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는 협상 무산이었다. 금액이라는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몸값=기회'를 의미하며 또 샌디에이고가 불펜투수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많은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은 듯 하다.
김광현은 "샌디에이고 구단과의 계약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포스팅 절차를 허락해준 SK구단과 끝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해준 샌디에이고 구단, 그리고 에이전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 돌아온 SK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좀더 준비해서 기회가 된다면 빅리그에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본인 말처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끝이 아니다. 아직 '창창한' 26살이다. 또 올해 겪은 많은 일들이 김광현 야구 인생에서도 토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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