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비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2승 6패 단독선두. 모비스는 10개구단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갖췄다. 그러나 최근 기복이 있었다. 13일 KGC전 완패에 이어 이틀만에 치른 15일 오리온스전 패배. 시즌 첫 2연패 이후 다시 2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17일 SK전은 내용상 압도하지 못한 게임. 21일 KCC전 역시 유재학 감독의 말을 빌리면 “단순히 멤버(전력)가 좋아서 이긴 게임”이었다.
▲만수가 움직인다
확실히 시즌 초반에 비해 최근 경기력이 약간 불안하긴 하다. 여러 이유가 있다.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심, 체력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컨디션 조절 실패, 비 시즌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한 함지훈의 슈팅 난조, 여전히 올라오지 않고 있는 아이라 클라크의 경기력, 체력적 부담이 조금씩 가중되는 양동근, 여전히 세부적 테크닉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전준범 송창용 박구영 등 식스맨들의 자잘한 약점들이 분명히 있다. 농구에 대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유재학 감독의 시선엔 이런 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 감독은 22일 전화통화서 “지금까진 내가 별로 한 게 없다. 그럼에도 1위하는 게 신기하다”라고 했다.
그런데 유 감독이 국내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건 거의 매 시즌 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을 시즌 중 수정 및 보완 작업을 통해 완전체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은 불안함을 노출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선 거의 모든 게 완벽해야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유 감독 지론. 그래서 유 감독은 매년 정규시즌 중반 이후 플레이오프서 사용할 옵션 혹은 전술을 점검해왔다. 그러면서 팀 전력을 플레이오프에 맞춰서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지만, 유 감독은 거의 매년 성공했다. 올 시즌에도 4라운드 초입인 현 시점서 본격적으로 이 작업에 돌입한다. 21일 KCC전 이대성의 컴백이 그 시발점.
▲이대성 효과의 실체
이대성은 지난 시즌 막판 덩크슛을 한 뒤 착지 과정에서 발목에 부상했다. 결국 수술을 받았다. 재활이 의외로 길어졌다. 결국 시즌 반환점을 돈 뒤 첫 게임서 컴백. 이대성은 장점이 많은 가드다. 193cm 장신이면서도 파워와 스피드를 갖췄다. 이런 장점을 수비력에 100% 녹여낸다. 유재학 감독은 “첫 경기서는 단순하게 패스만 시켰다. 확실히 파워와 스피드가 정상은 아니었다. 앞으로 몇 경기 두고 볼 것”이라고 했다. 첫 경기 성적은 24분간 6점 4어시스트. 나쁘지 않았다.
유 감독 말대로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 게임 체력도 끌어올려야 하고, 모비스 시스템에 다시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유 감독은 “몇 경기 더 지켜볼 생각”이라면서도 “다행인 건 복귀전 직후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더 이상 후유증 없이 모비스 전력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
이대성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는 양동근을 전략적으로 쉬게 해줄 수 있다. 양동근이 그동안 무리했던 건 이대성의 부재도 원인이었고, 백업들의 세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그가 직접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유 감독은 “이제는 대성이가 정말 올라와줘야 한다. 동근이 체력을 세이브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이대성과 양동근이 함께 뛰면 양동근은 수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어낼 수 있다. 대신 또 다양한 공격옵션 창출이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로 팀 수비조직력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치게 된다. 모비스가 플레이오프서 완성된 전력을 가동하기 위해선 잔여 경기서 이대성의 컨디션을 완벽하게 끌어올리면서 팀에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완성해야 한다.
▲클라크와 함지훈 고민
유 감독의 전력강화작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 시즌 좋지 않은 아이라 클라크와 함지훈을 팀 조직력에 완벽히 녹여내는 게 또 다른 과제. 유 감독은 노장 클라크에 대해선 “체력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또 다시 결론을 내렸다. 클라크가 모비스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유 감독은 최근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출전시간을 약간 줄이고 클라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 감독은 “외곽에서 움직이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과 (동선이) 겹친다”라고 했다.
함지훈의 경기력도 정상이 아니다. 비 시즌 발가락 수술 이후 재활에만 집중했다.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다. 순발력과 탄력이 예전같지 않다. 유 감독은 “슈팅 정확성이 떨어진다. 더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했다. 클라크와 함지훈이 골밑에서 제 몫을 해내지 못하면서 모비스 골밑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라틀리프가 공수에서 엄청나게 효율적인 활약을 펼친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선 불안하다. 김민수 박상오의 공헌도가 좋아진 SK는 점점 더 조직적 완성도를 키우고 있다. 단순히 애런 헤인즈에게만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났다. 코트니 심스 옵션도 만들고 있다. 김주성과 윤호영이 버틴 동부 역시 모비스로선 거북하다. 모비스는 시즌 초반에 비해 성적이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는 오리온스도 압도하지 못했다. 냉정히 말하면 모비스가 플레이오프서 이들을 확실하게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완벽한 농구를 추구하는 유 감독으로선 찝찝한 대목.
유 감독은 “바꿀 외국인선수가 없다. 클라크 교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라고 했다. 결국 어떻게든 클라크와 함지훈을 살려야 한다. 이대성 복귀와 함께 모비스 전력강화작업의 실체. 정규시즌 순위뿐 아니라 플레이오프 경쟁력이 걸린 문제. 모비스가 기어코 이 작업들을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더 무서워진다. ‘만수’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비스 선수들(위), 유재학 감독과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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