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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이다. 이는 곧 가족간의 화목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가족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평소 서로의 생각을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우리는 이 대화에 놀라우리만치 무심하다.
대화를 하지 않으니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적잖은 갈등이 생기고, 심지어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적만 강요한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 온라인 패륜 카페 확산 등 각종 흉악 범죄의 원인으로 가정 해체 또는 가족간의 소통 단절 등이 꼽히고 있다.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좀 더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런 범죄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족간의 대화 단절로 힘들다는 사연이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도 종종 등장한다. 대부분 사소한 오해가 쌓이고 쌓여 대화 단절로 이어진 경우다.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10년 가까이 남보다도 먼 가족으로 살아왔다.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이런 가족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과거보다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지난 22일 방송된 '안녕하세요'에서도 12살짜리 소녀가 등장해 9살 차 오빠와 남과 같은 사이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 소녀는 오빠의 막말이 두려워 대화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남매는 무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화 한 번 나눌 수 없었다. 남매의 어머니도 이런 동생의 고민을 이날 방송을 통해서야 처음 알게 됐다. 오빠도 동생의 고민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방송을 통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열 수 있었다. MC들의 도움으로 동생의 소원이라는 겸상도 하고, 함께 손도 잡았다. 결국 오빠는 동생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앞서 '안녕하세요'에는 9년째 대화를 나누지 않는 형제, 2년째 엄마와 말 안 하는 아들, 4년째 서로를 유령 취급하는 부자, 2년째 말문을 닫은 이란성 쌍둥이 등 가족임에도 수년간 말 한 번 섞지 않은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 단절로 인한 오해 때문이었다. 오해가 증오가 됐고, 증오는 다시 대화 단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시간이 길어질 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들이 화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한쪽이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의 발전과 보급 확대로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소통'을 중심으로 한 생활을 하고 있다.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생겨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졌지만, 오히려 매일같이 서로의 살을 부대끼며 사는 가족과는 더욱 각박해졌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지금이라도 가족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대화라도 좋다. 화해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용기가 곧 행복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9살 차 오빠와 대화 단절이 고민이라는 12살 초등학생. 사진 = KBS 방송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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