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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라이징 스타' 이태양(한화 이글스)이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올해가 더 중요하다. 작년보다 잘해야 인정받는다"고 책임감을 보인 이태양, 그가 첫 실전 등판부터 호투를 펼친 건 분명 의미가 크다.
이태양은 22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킨베이스볼스타디움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을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잘 막았다. 전지훈련 첫 실전 등판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안정감 넘치는 투구를 했다.
이날 이태양은 1회에만 안타 2개를 맞고 실점했다. 여기까지는 불안불안했다. 선두타자 최용규에 안타와 도루를 내준 뒤 이인행을 삼진, 황대인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종환에 우전 적시타를 맞고 실점했다. 지난 시즌에도 1회 피안타율 3할 2푼 1리(5피홈런)로 좋지 않았던 이태양이다. 1회뿐만 아니라 초반에 다소 흔들렸다. 1~3회 피안타율 3할 2푼 2리로 4~6회(0.284), 7~9회(0.214)와 견줘 높았다.
하지만 초반 고비만 넘기면 무난했다. 14차례 퀄리티스타트(리그 공동 10위)가 괜히 나온 기록이 아니다. 대량 실점하며 무너진 경기는 대부분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은 2회부터 완벽했다. 3회까지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2회는 세 타자 모두 뜬공, 3회는 삼진 하나와 2루수 땅볼 2개로 마무리했다. 투구수도 36개로 적절했고, 스트라이크가 28구에 달했다. 직구는 힘이 있었고, 승부구인 포크볼도 예리하게 떨어졌다. 이날 헛스윙 삼진을 솎아낸 결정구 2개 모두 포크볼이었다.
이태양은 일본 고치 1차 전지훈련에 처음부터 함께하지 못했다. 마무리캠프서도 팔꿈치 검진 때문에 모든 훈련 일정을 소화하진 않았다. 지난해처럼 많이 던진 적이 없었기에 휴식이 필요했다. 아열대 기후로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확실히 몸을 만들고 합류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지난달 11일부터 꾸준히 재활에 매진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현지에서 훈련을 지휘하는 박상열 투수코치, 홍남일 트레이닝코치와 꾸준히 연락하며 이태양의 상태를 점검했다.
결국 지난달 29일 송은범, 박정진과 함께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김 감독은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져야 부른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치 합류 직후부터 강훈련을 소화했다. 이태양은 홍백전에 등판하진 않았으나 불펜 피칭과 러닝, 사이드 펑고 등 투수조 모든 훈련을 정상 소화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본인도 "오키나와에서 준비를 잘해왔다. 불펜 피칭을 하는데 작년 이 시점 대비 밸런스와 페이스 모두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올해는 풀타임을 소화한 뒤 맞이하는 첫 시즌이다. 몸 관리에 따른 요령도 생겼다. 비시즌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달았다. "여름에 체력이 떨어졌다. 풀타임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12월에 체력 보강에 신경 쓰고 준비해야 한다"던 이태양이다. 마무리캠프서는 정상적인 투구가 어려운 대신 쉴 새 없이 뛰었고, 밸런스를 잡기 위한 다양한 훈련을 병행했다. 다소 어색할 법한 첫 실전 등판부터 호투한 게 우연이 아니다.
이태양은 "4개월 만의 실전 등판이라 구속보다는 내가 던지고 싶은 코스로 던지는 데 중점을 뒀다"며 "우타자 몸쪽 공과 포크볼 등 전체적인 제구는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 구속은 141km. 지난 시즌 최고 구속인 150km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현시점에서 구속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지난달 28일과 29일 고치에서 열린 2차례 홍백전서 최고 구속 140km를 넘긴 투수는 없었다. 일단 구종 실험과 제구에 중점을 두고 서서히 구속을 끌어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올 시즌에 임하는 이태양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일단 선발 경쟁을 해야 한다"며 "선발 로테이션 진입하는 게 먼저고, 시즌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그 다음에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퀄리티스타트 많이 하고 싶다. 최소한 3년간 꾸준히 보여줘야 평균치가 나온다. 긴장 늦추지 않고 경쟁하겠다"고 했다. 일단 출발이 좋다. 지난 시즌을 통해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킨 이태양이 다시 한 번 떠오를 채비를 마쳤다.
[한화 이글스 이태양.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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