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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정성주-안판석 콤비라 가능한 블랙코미디였다.
23일 SBS 새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가 첫방송된 가운데 특유의 블랙코미디가 돋보였다. 무거운 주제였지만 가벼웠고, 곳곳에 그냥 웃고만 넘길 수는 없는 엉뚱하고 기발한 블랙코미디가 녹아 있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대한민국 상위 1% 로열패밀리와 서민 여고생이 만드는 좌충우돌 블랙코미디로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작품이다.
앞서 다수의 작품에서 사회적 통념에 대해 깊이 관찰했던 안판석 감독은 이번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갑을 문제에 눈을 돌렸다. 특이한 것은 단순히 갑질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는 점. 갑이 휘두르는 권력에 을이 당하는 것이 아닌 순전히 갑질과 을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판석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드라마는 갑질을 풍자한다. 또 을질도 풍자한다. 을도 을질을 한다. 지레 알아서 을질을 한다"며 "그것도 풍자 대상이고 풍자를 한다. 그리고 코미디다. 우리 드라마는 진짜 웃기다. 즐겁게 봐달라"고 밝혔다.
안판석 감독이 밝혔듯 '풍문으로 들었소'는 첫회만에 갑질과 을질에 대한 오묘한 풍자와 코미디를 적당히 녹여냈다. 일명 '갑'으로 불리는 한정호(유준상), 최연희(유호정), 한인상(이준) 가족과 '을'로 분류되는 서형식(장현성), 김진애(윤복인), 서본(고아성) 가족의 확연히 다른 집안 분위기와 상황들이 단번에 갑과 을의 차이를 보여줬다.
단순하게는 공간에서부터 차이를 보였다. 300평의 넓은 집에서 생활하는 갑, 좁은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을. 또 가족이지만 이해 관계 속에서 자신의 권력과 욕심을 탐하는 갑들의 가정 환경과 한데 모여 살며 서로를 위하는 을들의 가정 환경이 두 집안을 넘어 경제적 계급이 확연해진 우리의 현실을 보여줬다.
갑을 관계, 사회적 문제만 다룬 것이 아니었다. 19살의 한인상과 서봄이 한순간 실수로 부모가 되는 과정과 이를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극중 갑과 을의 연결 고리가 생겨버리는 소재였다.
그야말로 과감하고 파격적이었다. 갑과 을을 과감하게 비교했고 첫회부터 청소년들의 하룻밤, 임신 등 초고속 전개를 보였다. 하지만 무겁지 않았다. 통속적이지 않았고 의외로 쿨했다. 문제를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의 반응 또한 신파적으로 흐르지 않았다. 진지할 때면 어딘가 모르게 웃음이 나는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튀어 나왔다.
무거운 주제는 웃음으로 가볍게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는, 정성주 작가-안판석 감독만의 이야기와 연출이 시청자들에게 더 깊게 다가왔다. 가히 정성주-안판석 콤비라 가능했던 블랙코미디였다.
['풍문으로 들었소' 1회.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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