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김종국 기자]차미네이터 차두리(서울)가 14년 동안 활약했던 대표팀을 떠난다.
차두리는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해 43분을 소화하며 자신의 A매치 은퇴경기를 치렀다. 차두리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전반 42분 김창수와 교체되며 자신의 마지막 A매치를 마쳤다. 차두리는 지난 2011년 11월 열린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 A매치 통산 76경기에서 4골 7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쳤다.
차두리는 뉴질랜드전을 마친 후 "날씨가 않좋았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주시고 기뻐해 주셔서 감사하다.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 기쁜일과 실망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됐는데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차두리와의 일문일답.
-대표팀 은퇴경기를 마친 소감은.
"날씨가 않좋았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주시고 기뻐해 주셔서 감사하다.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 기쁜일과 실망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됐는데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팬여러분, 선수, 취재진 모두에게 감사하다."
-하프타임 은퇴식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는데.
"복 받은 사람인것 같다.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맞다. 나보다 선수로 훌륭한 일을 해낸 선배들도 있고 가깝게는 친구 (박)지성이도 있다. 운동장에서 많은 팬들의 함성이 고마웠다. 내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거기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미안했다. 나는 행복한 축구선수라는 생각을 해서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운동장에 나왔을 때는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항상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을 했다. 아버지보다 잘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의 벽을 느꼈다. 그 때부터는 내가 축구를 즐겁게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했다.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큰 아성에 도전했는데 실패한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한편으로는 조금 미웠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두고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거기에 대한 속상함도 있었다. 그래도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다. 항상 보면서 롤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나의 아버지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큰 선물이고 행복이었다."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는데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또한 대표팀을 떠나는 상황에서 신예 이재성이 골을 넣었는데.
"처음에 나보고 차라고 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경기는 이기는 것이 중요했고 끝까지 가고 싶었다. 거절했고 흥민이가 찼다. 느낌상 '성용이가 차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재성이가 새로 들어와 대표팀에서 골을 넣은 것은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어린 K리그 선수가 그런 역할을 한 것은 K리그의 어린 선수들에게도 희망을 줄 것이다. 앞으로 경쟁하는데 있어서도 대표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기려고 경기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나. 그리고 대표팀에서 인상깊었던 감독과 경기는.
"아버지는 모든 것을 갖춘 분이다. 축구적으로 닮고 싶은 분이다. 꼭 이사람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선수였다. 한편으로는 나를 가장 잘안다. 경기전후로 나에게 어떻게 경기하라고 알맞게 지시해주는 감독 역할도 했다. 아버지니깐 항상 사랑으로 내가 힘들때 보듬어주고 챙겨줬다. 행운아였다. 나의 모든 것을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었다. 그것은 큰 복이다. 나에게 감사한 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다. 대학생 시절에 한번도 대표팀 경험이 없었고 청소년대표 경력도 없었던 선수를 월드컵 대표에 합류시킨 것은 큰 그림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때 당시 대학생을 스피드와 파워가 좋다는 장점만으로 발탁해 월드컵까지 데려갔다. 그래서 지금 이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안컵 우즈베키스탄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60m드리블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 경기를 통해 이래서 내가 고참이고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시안컵 대표팀에 소집된 후 후배들에게 당부한 것이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승리에 초점을 맞추자. 경기 출전과 관계없이 팀이 가장 중요하다. 팀에 희생하자'고 말했다. 말이야 쉽지만 경기를 하게 되면 벤치에 있게 되기도 한다. 나도 벤치에서 시작해 교체된 후 공격 포인트를 올려 좋은 경기력으로 팀 승리에 도움이 됐다. 후배들에게 했던 말에 책임을 지게 되어 선배로 좋았다. 나이가 들다 보니 경기 흐름을 알게되는 것 같다. 선수 개개인의 몸상태와 잘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흥민이가 후반전이 끝난 후 잘 못뛰겠다고 이야기 했다. 상대 측면 수비수가 공격적으로 나와 흥민이가 힘들었다. 감독 전술에 관여하고 싶지는 않아 입을 닫고 있었지만 그 경기는 너무 이기고 싶었다. 그 경기서 패하면 대표팀 생활이 끝났고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 경기 90분을 마친 후 감독님에게 '흥민이가 피곤한데 변화를 줘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당시 근호가 전방이었고 흥민이가 측면에 있었다. 당시 감독님에게 흥민이를 전방에 넣고 체력이 좋은 근호를 측면에 두자고 했다. 흥민이의 결정력을 믿자고 했다. 감독님이 전술로 옮겼고 결과적으로 흥민이가 두골을 넣었다. 경기 후 생각해보니 우리 선수들은 그런 부문에 두려움이 있다. 승리를 간절히 원하면 모두 한마음이 되고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어린 선수들은 자기 경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기는 어렵다. 고참으로 팀 승리에 도움이 되어 좋았고 그래도 어시스트를 해서 팀에 도움이 됐다. 여러 측면에서 내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경기였다."
-지도자 생활을 생각하고 있나.
"우선 소속팀 서울이 3연패를 하고 있다. 어떻게든 서울이 다시 성적이 나도록 죽어라 뛰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 앞날에 대해 생각할 것 같다. 지금으로선 지도자 자격증을 독일에 가서 따는 것이 목표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자격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동료들에게 받은 축하메시지는.
"지성이가 같이 밥먹자고 문자가 왔다. 정해성 선생님 등 많은 축하문자가 왔다. 많은 분들이 마무리 잘하고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셨고 고맙다. 같이 축하해주셔서 감사했다."
-2004년 독일전 승리가 기억나나.
"대단한 경기였다. 한국이 독일을 이기는 것은 흔한일이 아니다. 경기력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일에서 뛰고 있었지만 독일에서 큰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다. 평범한 프로선수였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독일을 이겼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대표팀이 축구 강대국과 경기를 많이하면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팀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대표팀에 소집되어 파주에서 훈련하고 평가전을 치르고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경기 내외적인 것은 복받고 하늘에서 선택한 선수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을 선수들이 인식하고 그것에 감사하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수많은 선수들이 여기에 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한번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 뭔가를 보여주고 여기에 오래 남겠다는 욕심으로 대표팀에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대표팀이 경쟁이되고 강해진다. 우리는 유럽이나 남미처럼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한정된 자원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그 선수를 성장시켜야 한다. 선수들 개개인이 그런점을 느껴야 한다. 자신이 발전해야 한국축구가 발전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아쉽게 한국은 유럽과 다르게 대표팀에 의해 모든 축구가 돌아간다. 대표팀이 소속팀 위에 있다. 평가전도 비기면 그만이 아니라 한국축구가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매경기 열정을 가지고 경기한다면 축구팬들이 늘어날 것이다."
-피지컬은 좋은데 기술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는데.
"얼마전에 기사를 보다가 댓글이 공감됐다. 피지컬은 아버지 발은 어머니.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공감이 됐다. 기술이 뛰어나고 화려한 선수는 아닌 것이 확실하지만 다른 곳에 장점이 있다. 유럽은 선수의 장점을 본다. 한가지 장점이 있으면 그것을 극대화시켜 기용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선수가 완벽해야 한다는 주의다. 그런 점에서 선수들이 위축되는 것 같다. 훈련장에서 자철희 태희 성용이가 공을 차는 것을 보면 놀랄만큼 잘한다. 다르게 생각하면 내가 동료들보다 잘하는 점이 있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은 장단점이 있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많은 축구팬들이 단점을 찾아 그 선수를 평가하지 말고 그 선수의 장점을 보면서 즐거워하면서 축구를 봤으면 좋겠다."
-2002년 월드컵부터 2011년 아시안컵까지 한국축구가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동안 꾸준히 활약했는데 한국축구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개인 능력으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유럽에 있으면서 놀란 것이 참 열심히한다는 말이 큰 함정이었다. 우리나라는 선수 대부분이 정말 열심히 했다고 경기 후 이야기를 한다. 유럽에서는 열심히 한다는 것이 기본 바탕이었다. 잘해야 했다. 중고등학교때 경기 후 아버지와 통화하면 열심히 했다고 했다. 대학교에서 열심히 했다고 말하니 열심히만 하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셨을 때 멍했다.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은 기본이다. 그 다음으로 간결하게 정교하게 잘해야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기술을 가지고 있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 열심히 한다는 기준을 이제는 세계의 벽에 맞춰 많이 뛰고 투쟁해야 한다. 공격수는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비도 가담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자기의 기술을 발휘하면 세계의 벽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현재 점수를 낸다면.
"어렵다. 5-3 그대로인것 같다. 5-3인데 경기종료 직전 골대를 두번 맞춘 아쉬움이 남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2년 동안 서울에서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지나고 나면 축구선수는 얼만큼 타이틀을 가지느냐다. 한편으로는 AFC챔피언스리그 결승, FA컵 결승 등 매해 타이틀을 딸 수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올라간 것이 뿌듯하지만 결과적으로 빈손이다."
[뉴질랜드전에서 대표팀 은퇴경기를 치른 차두리.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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