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여기 이상한 엄마들이 있다.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켜 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나온 엄마들이 오히려 자식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관심은 오로지 자신 뿐. 자식보다 인터넷 방송 조회수, 연기, 그리고 탈출(?)에만 신경쓴다. 분명 재미있는 코너인데, 그냥 보고 웃고 넘기자니 씁쓸함이 가슴 한 켠에 밀려오기도 한다.
지난달 22일 첫 선을 보인 KBS 2TV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불량엄마'. 학생들의 어머니를 학교로 불러 면담을 한다는 설정의 코너로, 개그우먼 허안나 김영희 이현정이 호흡을 맞췄다. 허안나는 인터넷 BJ로, 김영희는 국민배우로, 이현정은 죄수로 각각 분했다. 독특한 캐릭터들의 조합도 볼거리이지만, '개그콘서트'를 대표하는 여자 개그우먼들이 한 코너로 뭉쳤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덕분에 '불량엄마'는 첫 방송부터 '개그콘서트'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방송 시청률이 18.0%(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후 두 번째 방송 역시 17.6%를 기록하며 코너 정상에 올랐다. 2주 연속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코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불량엄마' 속 엄마들 허안나 김영희 이현정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이들이 왜 1위를 할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 아줌마 셋이 모여 만든 '불량엄마'
김영희 허안나 이현정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아줌마 캐릭터를 보유한 이들이다. 그간 다양한 코너에서 아줌마 연기를 보여준 이들 셋은 어찌보면 한 코너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었다. 캐릭터가 겹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셋의 조합은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중 단연 돋보이는 이는 바로 이현정이었다.
"'끝사랑' 코너 끝나고 여러 캐릭터들을 만들었었어요. 다 괜찮은 캐릭터였는데, 끝까지 끌고 갈 힘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죠. 그렇게 여러번 검사를 통해 내쳐지다가 코너가 올라가기까지 한 달이 걸렸어요. 그리고 평소 이현정과는 아줌마 캐릭터가 겹치기는 하지만 꼭 한 번은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또 허안나 선배도 마침 좋은 캐릭터가 나와 있었고, 그렇게 함께 하게 된 거죠." - 김영희
"처음에 김영희 선배님이 코너 짜자고 하셨을 때 저는 캐릭터가 없어서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회의를 하다가 교도소에서 나온 아줌마가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다들 처음에는 말렸어요. 과연 방송이 될까 하고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웃긴 거예요. 교도소에서 나온 엄마가." - 이현정
"김영희가 처음에 자기 캐릭터 하다가 이현정 캐릭터가 더 재밌는 것 같다면서 '저걸 내가 했어야 했는데'라고 했죠.(웃음)" - 허안나
◆ 허안나 김영희의 극진한 후배사랑
인터뷰 내내 유쾌한 대화를 이어가던 허안나와 김영희는 코너의 막내인 이현정을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선배들의 칭찬을 듣고 있던 이현정은 몸 둘 바를 몰라했다. 김영희는 "이현정이 날개를 제대로 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코너에서는 선배라고 엔딩에 나오고 그런 게 없다"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허안나도 나서 이현정에게 "우리의 넓은 그릇을 이해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허안나는 "저와 영희 같은 경우 개그우먼은 개그우먼 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현정이는 정말 개그우먼 같은 친구다. 오늘 인터뷰가 있는데도 입고 온 의상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영희는 "저 역시 겉보다 내실을 중요시 한다"며 "우리가 가끔 회의 중에 툭툭 내뱉는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현정이는 그걸 다 정리를 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고 밝혔다.
이를 듣고 있던 이현정은 쑥스러운 듯 좀처럼 말을 못했다. 그러자 김영희는 다시 한 번 이현정 칭찬에 열을 올렸다.
"이현정은 정말 달라요. 준비가 돼 있죠. 이렇게 정리 잘하는 개그우먼이 드물어요. 너무 준비가 된 아이라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 김영희
"전 (정리한 거) 못 보실 줄 알았는데..." - 이현정
◆ '불량엄마' 코너, 대박 나기를!
그렇게 조용조용 말을 이어가던 이현정이 잠시 개그우먼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 순간이 있었다. 개인기를 보여줄 때였다. 김영희는 "이현정은 분장이나 뽀글이 파마 없이 그냥 본인 얼굴 자체로 아줌마 변신이 가능하다"고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같은 말을 했다. 그러자 이현정은 "칭찬이다"라며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시킨(?) 노래 개인기를 즉석에서 선보였다. 범상치 않은 실력이었다.
"오늘 칭찬을 너무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전 진짜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한 코너를 한 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예요. 다른 분들은 허안나 김영희 선배가 세 보인다, 무섭다고들 하시는데, 솔직히 제일 여린 선배님들이예요. 그걸 티를 안내려고 하시는 것 뿐이죠. 저는 앞으로 선배님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불량 엄마' 코너가 대박이 났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동안 센 캐릭터들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저를 품어서 함께 해 준 선배들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에게도 든든한 전봇대 같은 사람들이 생긴 거죠. 서로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특히 현정이는 동생이고 후배인데, 엄마같고 언니 같을 때가 있어요. 저희 멤버들이 최고 아니겠어요? 무대가 꽉 찰 수 있어서 행복해요." - 김영희
"살다보니까 쉽게 되는 건 없었어요. 어렵게 하다보니까 되더라고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열심히 해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으면 나아가는 거죠. 그리고 지금 김영희나 이현정 같은 후배들이 많이 들어온 것 같아 정말 좋아요. 예전에는 여자 코너를 하고 싶어도 함께 할 후배들이 없다고 느낀 적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새벽 2시까지 회의를 해도 힘들다기 보다는 재밌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같이 열심히 해줘서 고마운 마음 뿐이예요." - 허안나
[개그우먼 허안나 김영희 이현정.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