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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최근 미국에서 ‘남성 권리 활동가’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아론 클레어리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를 보이콧 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샤를리즈 테론이 트레일러에서 더 많은 말을 하는데, 맥스(톰 하디)는 카메오처럼 보인다”고 투덜댔다. “샤를리즈 테론이 맥스에게 명령하는데, 아무도 그에게 명령할 순 없다”는 것이 보이콧의 이유다.
아론 클레어가 인정하기 싫겠지만, 남성우월주의는 끝났다. 시대는 변했다.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능력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비단 능력의 문제만이 아니다. 남성우월주의의 역사는 곧 폭력의 역사였다. 수많은 전쟁과 학살, 인종청소를 누가 자행하는지 보라.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 여성에게 자행되는 비인간적인 만행을 접하고도 남성우월을 논할 수 있겠는가. 남성이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순간, 그는 스스로 족쇄를 채우게 된다. 세상이 남성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사고방식은 평화가 아니라 폭력을, 공존이 아니라 고립을, 존중이 아니라 차별을 선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에서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번)은 여자를 아이 낳는 기계쯤으로 취급한다. 이를 보다못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임모탄의 다섯 여인과 탈출을 시도하고, 고독한 방랑자 맥스(톰 하디)가 이들과 합류해 임모탄 일행과 추격전을 벌이는 것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핵전쟁이 터진 이후의 22세기다. 22세기에도 남성은 우월주의에 빠져 여성을 착취하고, 독재자를 숭배하며 워보이를 자처한다.
조지 밀러 감독은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제 더 이상 남성우월주의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영화에서 여성 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페미니스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남성우월주의가 인류를 파멸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인지했다.
샤를리즈 테론 역시 “조지 밀러 감독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매드맥스4’는 훌륭한 페미니스트 영화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감독은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 이브 엔슬러의 의견을 청취했다.
남성우월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면 조지 밀러 감독처럼 가르치려 들지 말고 들어야한다. 남성은 여성을 뭔가 모르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붓는다. 우월주의의 병폐다. ‘맨(man·남자)’과 ‘익스플레인(explain·설명하다)’을 합성한 신조어 ‘맨스플레인(mansplain)’이 여기서 탄생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 리베카 솔닛은 맨스플레인의 태도가 뿌리 깊은 여성혐오와 비하,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폭력과 증오의 20세기는 끝났지만, 여전히 그 잔재는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부끄러웠던 지난 역사의 중심에는 남성우월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인류가 평화로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을 향한 남성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양성평등은 ‘여자가 남자에게 명령할 수 없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버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샤를리즈 테론.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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