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은 첫 도전이다. 데뷔 8년차 임병근은 그간 뮤지컬 무대에 섰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연극에 첫 도전했다. 연극 '데스트랩'을 통해 연기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는 임병근은 첫 연극을 통해 참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다.
연극 '데스트랩'은 1978년 미국 코네티컷 웨스트포트에 자리잡은 저택을 배경으로 한 때 유명한 극작가였던 시드니 브륄과 그의 극작 수업을 들은 학생 클리포드 앤더슨, 그리고 클리포드 앤더슨이 쓴 희곡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해 펼쳐진 데스트랩(죽음의 덫)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코미디 스릴러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극중 학생 클리포드 앤더슨 역을 맡은 임병근은 공연 때 원래 다치지 않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저곳 몸이 성치 않을 정도로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갑을 풀다 멍이 들기도 하고, 목을 졸리는 장면에서 아찔한 순간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참 재미있는 연기 때문이다.
"지금은 요령이 생겼다"며 밝게 웃은 임병근은 "내가 힘든건 시드니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목을 졸리는 장면에서 줄 안에 제때 손을 넣지 못해 진짜 목을 졸렸던 때를 떠올리며 아찔해 했다. 체력적, 신체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대사를 완벽히 숙지하고 맥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이 처음이다 보니 자세부터 달라요. 뮤지컬 할 때 연기에 대한 고픔이 있었고 진지하게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뮤지컬에서도 연기를 하지만 뭔가 파고들려고 할 때 노래를 하다보니 끊기는 부분이 있었죠. 그래서 연극에 더 진지하게 다가갔어요. 작품도 워낙 좋으니까. 처음엔 부담감이 많았는데 막상 하고나니까 1년에 한 두편 씩은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선 뮤지컬에서 임병근은 유독 감정선이 깊은 역을 맡아왔다. '쓰릴미', '글루미데이', 블랙메리포핀스' 등 작품 색깔 역시 어두웠다. 다행히 이런 작품들이 그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극한 감정을 표현했기 때문에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감정을 담고 연기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렇다면 첫 연극으로 '데스트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초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초연이 워낙 잘 돼 자리가 없었던 것. 주위에서 호평이 이어져 너무도 궁금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막상 재연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이 호평이 그에게 고민을 안겼다. 혹시나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 좋은 작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기는 싫었다.
"초연을 못 본 게 오히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초연을 봤다면 의지를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초연 클리포드도 정말 잘 해주셨지만 전 저만의 클리포드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초연 때 만들어 놓은 클리포드의 틀이 정말 좋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서는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안에서 조금 더 다져서 재연을 올렸죠."
초반 연습에는 아내가 많은 도움을 줬다. 지난해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함께 활동한 배우 김건혜와 결혼한 임병근은 리딩부터 아내와 함께 했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성격의 아내이지만 '데스트랩'을 보고나선 흥미로워 했다. 누구보다도 임병근을 잘 알고 있고 같은 직종의 아내이기 때문에 함께 대사를 맞추며 많은 도움을 줬다.
"아내가 원래 칭찬을 안 하는 스타일인데 작품이 정말 재미있다면서 신나게 대사를 맞춰 줬다"며 웃은 임병근은 "아내가 흥미를 느낀 만큼 나 역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장르가 확실한 '데스트랩'에 더 빠져 들었다. '나만 잘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더 서더라"고 고백했다.
"일단 클리포드는 소시오패스잖아요. 극작가가 되겠다는 일념 아래 살인을 계획하고 '데스트랩'에 집착하죠. 작품을 완성시키겠다는 목적성이 뚜렷하다 보니까 이걸 표현하는 것에 있어 좀 더 나만의 클리포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래서 1막과 2막 캐릭터가 달라요. 1막에서는 굉장히 어눌하고 모범생인 듯한, 세상 이치를 잘 모르는 듯한 사람이죠. 어차피 그것도 시드니와 짠 연극이지만 관객까지 모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이 더 보여지길 바랐어요. 1막 2장과 2막에서 보여지는 대비를 중점적으로 표현했죠."
캐릭터가 변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다. '쓰릴미'에서 그 역을 연기했기 때문에 점점 미쳐가는 클리포드에 접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사이코패승와 소시오패스는 엄연히 달랐다. 소시오패스는 티가 안나 더 무서운 사회부적응자이기 때문에 영화 '죽음의 게임' 속 클리포드 역 크리스토퍼 리브를 보며 참고했다.
"사실상 한 극에 한 캐릭터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명확한 캐릭터가 있다면 그걸 잘 표현하면 되지만 그 분명한 캐릭터 안에서도 다른 모습이 분명히 있을 거거든요. 그래서 더 1막, 2막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죠. 관객들이 '저렇게 변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죠. 관객들을 쫄깃하게 만드는 것, 희열을 느끼는 부분이 그 부분이에요. 첫공 때 온갖 소리를 지르면서 했는데 희열을 느꼈어요. 사실 시드니를 때릴 때도 희열이 느껴져요. 누구를 때린다는게 그렇게 희열을 줄 줄 몰랐어요.(웃음) 충주도 그런지 연습 때 (강)성진 형을 너무 세게 때려서 다음날 성진 형이 파스를 붙이고 온 적이 있어요. 여러모로 희열이 있죠.(웃음). 그래도 항상 익숙해지지 말고 리프레쉬 하면서 다가가자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작품에 대한 재미가 남다른 만큼 캐릭터에도 많이 빠져 들었다. 맡고 있는 배역을 따라간다는 말은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언젠가부터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느꼈다. 아내 역시 '쓰릴미'를 할 때 임병근의 달라진 눈빛을 지적했다.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는 그에게 '아니야. 그거 아니야'라며 주의를 줬다고. 결혼 후 안정기에 접어 들어 클린포드 역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인물과 가까워진 것은 느낀다.
팀워크도 한몫 한다. 강성진, 임철형과의 호흡은 임병근의 캐릭터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순간 순간 느끼는 것들이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 팀워크는 단단해졌다. 선배들부터 막내들까지 서로를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연기적으로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는 작품 같아요. 앞으로 연극을 할 때도 많이 도움이 되겠죠? 뮤지컬에서의 말투가 은연중에 나와서 항상 다른 배우들에게 물어보면서 고치려고 해요.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소호가 초연 때 했으니까 저와 (이)충주는 소호에게 많이 물어봐요. 분명히 우리가 표현하는 것들은 다른 부분들이 있겠지만 같이 얘기해서 더 좋아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극중 클린포드가 '데스트랩'을 완성시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임병근에게도 배우 인생에 있어 완성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 그냥 소박하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결혼도 했고, 이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생겼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가정을 꾸려 나가고 싶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힘들다고는 하는데 내가 내 일 하면서 행복해 하는 게 인생의 목표에요. '데스트랩'이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다가가는 것 역시 목표죠. 초연 때 정말 잘 됐던 작품이라 초연을 보신 관객들은 많은 기대를 하실텐데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배우들도 매 공연 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제 여름이 다가오지 덥잖아요? 시원한 극장에 오셔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극 '데스트랩'. 6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공연시간 120분. 문의 02-548-0597~8.
[배우 임병근. 연극 '데스트랩' 공연 이미지.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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