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하루하루 치열했어요. 힘들게 촬영을 마쳤는데, 그런 과정을 겪고 나니 많이 성장해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고 좋은 작품이었어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애틋할 것 같아요.”
배우 임수정이 3년 만에 영화 ‘은밀한 유혹’으로 돌아왔다. ‘은밀한 유혹’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여자 지연(임수정)과 인생을 완벽하게 바꿀 제안을 한 남자 성열(유연석)의 위험한 거래를 그린 영화다. ‘시크릿’의 윤재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직접 원작인 카트린 아를레의 소설 ‘지푸라기 여자’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주인공인 지연은 윤재구 감독이 직접 임수정을 떠올리며 써나간 캐릭터다. “원작 소설이 있는데 감독님이 각색을 하며, 상상을 하며 지연을 만들어 갔잖아요. 그런 것 자체가 배우로서는 굉장히 감동적이였어요”라고 밝힌 임수정은 감독의 러브콜, 자신을 바탕으로 재탄생 된 매력적 캐릭터,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이끌려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원작 소설도 읽었다. 하지만 원작과 시나리오를 굳이 비교하지 않았다. 소설과 다른 결말이었고, 그 부분이 매럭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달라진 여성 캐릭터도 마음을 움직였다. 1954년 쓰여진 소설 속에서는 제반의 상황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여성으로 그려졌지만 2015년 영화 속에서는 악도 있고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여성으로 변화돼 있었다.
“어떤 제안을 받아들이고 난 다음부터, 자신이 있던 세계와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휩쓸려 가요. 물결 위 나뭇잎처럼 흔들흔들거리죠. 불안, 두려움을 느끼고 갈등을 하는 여자죠. 회장의 죽음 이후로는 영화가 급격하게 다른 장르로 변화돼요. 마냥 순종적 여자는 아닌데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팜므파탈적 느낌이 아니라 자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는 질긴 면, 의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독한 면이 세게 부각되는 인물이에요.”
‘은밀한 유혹’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기는 했지만 소설 속 고전적 느낌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고전미를 임수정이 잘 대변한다. 책 안에 있을 법한 우아하면서도 여리여리한 여성을 연기하는데, 손을 대면 깨져버릴 것 같으면서도 끈질기게 버텨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영화 속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인상 깊은 장면은 그가 전복죽을 먹는 신.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찍는 내내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여러 감정들이 켜켜이 쌓인 장면이다.
“캐릭터의 감정도 바닥을 치는 상태였기 때문에 여러 감정들이 극대화 돼 있는 신이에요. 공포, 불안함, 죄의식 그리고 들킬지 모르는 두려움, 성열을 향한 분노와 배신감 등 온갖 것들이 녹아있어요.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몸부림 같지만 이것만 잘 끝나면 어떻게든 상황이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욕망, 집착이 있죠. 여러 감정이 들어가 있는 장면이라 한 숏 한 숏이 정말 힘들었어요. 계속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었죠. 성열은 일만 시켜놓고 가버리고. 외롭고 무서워 죽겠는데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것도 아니고. 외로워 죽겠는데 계속 혼자 놔둬서 되게 미웠어요. (웃음) 우리 영화에서 관객들이 느끼기에 서늘한 집중, 공포스러운 집중도가 최고인 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할지 걱정이 됐죠. 촬영 당일까지도 계속 고민했어요.”
또 극 중 등장하는 지연과 성열의 키스신은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장면이다. 관객들이 봤을 때 키스 이상의 관계, 그 이후의 일들까지 상상 가능하도록 여지를 줘야했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저도 이제 꽤 선배 배우가 돼 버렸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제게 의지하고, 제가 참여함으로써 이 영화를 하게 됐다는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감동이 오면서도 짠한 느낌이 들었죠. 촬영을 하는 동한 캐릭터도 쉽지 않았고 무게에 좀 짓눌려 있었지만 영화에 참여하고 만드는 일원으로서 그런 과정을 겪고 나니 많이 성장해 있는 게 느껴졌어요.”
임수정은 다시 영화 현장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올 하반기 영화 ‘시간이탈자’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하반기 중 다른 작품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차기작을 보고 있어요. 지난해 상반기, 하반기 쭉 이어서 작품을 했는데 현장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이는 것도 배우의 영역이지만 배우가 가장 빛날 때는 연기할 때더라고요.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잖아요. 현장에서 연기하는 과정 속에서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그 즐거움도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됐고, 연기를 하고 있을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하고 좋아요. 하반기에 크랭크인 할 수 있는 작품을 조만간 선택하려고요. 최소 일년에 한 작품이나 두 작품은 하고 싶어요.”
[배우 임수정. 사진 = 키이스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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