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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국내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하드보일드 누드액션이 완성됐다. 영화 '성난 화가'(감독 전규환 배급 트리필름)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파격적인 장면들로 휘몰아친다.
'성난 화가'는 차가운 세상을 그리는 화가(유준상)과 성난 세상을 달리는 드라이버(문종원)의 광기에 찬 액션을 그린다.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음악과 함께 거침없이 고기 발골을 하는 화가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화가'로 표현됐지만 사실상 그는 자신을 하늘이 정해준 천사라고 생각하고 악을 응징한다.
섬뜩하다. 작품의 전반적인 색채는 불그스름한데, 이는 핏빛 분위기를 보인다. 유독 작품에 노을 진 하늘이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붉은 빛은 천사라고 하기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화가의 이중적 모습이 담겨있다.
화가와 드라이버는 한 집에서 살아가지만, 그리 깊은 유대감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지 않고 그저 악을 응징한다는 공통의 목표로 움직인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과거 모습에 대해 전혀 알 수 없고, 하루하루 무섭도록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만이 그려진다. 전규환 감독은 각 인물들의 캐릭터에 친절한 설명 대신 이들이 나서야만 하는 현실의 슬픔을 비릿하게 그려낸다.
화가는 부녀자를 강간하는 성범죄자들을 주 응징 타깃으로 살해하는데, 스스로 심판자로서 그들을 벌하고 앞서 고기를 발골했던 것처럼 장기들을 빼내 필요한 자들에게 제공한다. '성난 화가'는 앞서 29금(禁)으로 불리며 제한상영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파격적이고 끔찍한 장면들이 펼쳐지지만, 일부 블러 효과로 접점을 찾고 청소년 관람불가로 세상 빛을 본다.
에스토니아 출신 쇼걸과 드라이버는 강렬한 하룻밤으로 애인 사이가 되고, 쇼걸은 "나와 헤어질 때 내 여권을 주면 돼"라며 드라이버에게 깊이 빠진다. 드라이버는 사랑과 전혀 거리가 멀게 표현되지만, 그를 만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거친 남자의 멜로를 보여주며 진득한 로맨스까지 선보인다. 서로의 몸을 탐하는 정사신을 길게 보여주며 삶의 허기짐과 공허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레미제라블', '맨 프럼 어스',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뮤지컬계에서는 정통하지만 스크린에서는 증명되지 않았던 문종원은 기존 국내배우들에게 볼 수 없는 강렬함과 이국적인 마스크가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이 마치 외화처럼 보이는 것도 이색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문종원의 강한 느낌이 한 몫을 담당한다.
또 그런 드라이버를 무감각하게 바라보며 자신을 신으로 여기는 화가 역의 유준상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역대급 파격 열연을 펼친다. 특히 작품을 위해 몸을 만들고 제작비에 직접 도움을 주며 에스토니아 촬영까지 마쳤다. 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국과 에스토니아의 합작인 '성난 화가'는 80년대 미국의 서부영화를 연상케 하듯, 거친 모래바람 이미지가 강하다. 친절한 설명이나 따뜻함 보다는 빈티지함과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화가의 무심한 그림에 쓰이는 물감조차 욕망의 피처럼 보일 정도로 성난 화가는 세상에 분노하고 망설이지 않고 처단한다.
상업영화로 탄생된 '성난 화가'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매사 거침없이 날선 화가와 드라이버의 충격적인 전율인 느껴질 것이다. 오는 18일 개봉 예정.
[영화 '성난 화가' 포스터, 스틸. 사진 = 트리필름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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