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국내 여성감독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 크게 일조하는 감독이 있다. 신수원 감독은 지난 5월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많은 영화계 관계자들과 관객들 앞에서 공식 상영을 진행했다.
'가족시네마-순환선', '명왕성' 이후 선보인 '마돈나'는 그렇게 해외에서 일찍이 가치를 알아봤고 이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신수원 감독은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개봉일을 설레면서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극중 '마돈나'는 가슴이 큰 여자 미나(권소현)를 놀림조로 부르는 별명으로 표현된다. 유럽에서 마돈나라는 말은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신수원 감독은 자기보호 본능의 해림(서영희)과 미나를 크로스오버해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 "칸 반응, 기립박수에 이은 호평 감사했다"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는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신수원 감독은 칸에서의 호평과 기립박수를 잊지 못하고 있다.
"공식 상영을 한다는 소식은 못 듣고, 단순히 소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칸에 갔어요. 그런데 나중에 공식 상영 얘기를 듣게 됐고 눈 앞이 캄캄해졌죠. 1000여 명의 정통한 관계자들 앞에서 도마 위에 올려진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의 반응을 봤는데 기립박수가 나왔어요. 감동이었고 고마웠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작년에 고생했던 것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이렇게 보상을 받는구나, 싶었어요."
신수원 감독은 해외 관계자로부터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선정된 이유가 새롭고 강렬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고 상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뿌듯했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긴장을 끌고 가는 신수원 감독만의 플롯 구성과 균형감은 해외에서 극찬을 받고 금의환향했다.
▲ 사회적 약자로 표현한 '여성', 연민의 시선
'마돈나'에는 해림과 미나의 각기 다른 삶, 그리고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 미나와 그의 과거를 추적하며 오히려 자신을 찾아가는 해림의 교차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신수원 감독은 여성들의 사회적인 부당함을 뉴스 뿐만 아니라 주위 곳곳에서 보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충분히 보이는 것들에 대해 더욱 귀를 기울였고 신수원 감독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을 풀어냈다.
"여성의 부당함을 알리자는 여성 감독으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은 아니에요. 아무래도 여자이다보니까 더 눈에 많이 보일 수는 있었겠죠"
신수원 감독은 자신이 본 주변의 여자 노숙자들이나 매춘 여성들에 대해 한참동안 이야기를 했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상위 2%를 위한 사회와 그의 이면에 낙오된 삶에 대해 신수원 감독은 연민의 감정을 지녔다.
▲ "공포감에서 시나리오 시작, 병적 인물"
'마돈나'는 미스터리물이지만 공포 영화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신수원 감독이 현 사회에 느낀 공포감으로 시작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판타지적인 인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것 같은 미나, 해림 등의 인물을 통해 공포감을 자아낸다.
"어느날 우리의 삶이 미나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시나리오가 출발됐어요. 그런 공포감, 병적인 인물의 아픔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생각해보면 슬프고 무섭다고 느꼈어요.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들을 주변에서 쉽게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점점 자존감을 꺾이게 되고 틀어지는 과정을 그렸어요."
작품의 만듦새나 품고 있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개봉 후 대중과 작품을 통해 소통을 해야하는 숙명이 주어졌다. 특히 칸 영화제 출품작은 재미가 없다는 대중들의 시선이 편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수원 감독은 "나는 별로 그런 시선에 대해 의식을 안하는데 그런 것 없이 보는게 가장 좋은 것 같다"며 예술영화, 독립영화 등의 수식어 편견을 지우고 동등한 작품으로서 봐달라고 부탁했다. 신수원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보기위해 극장에 방문하는 것 자체가 관객들에게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신수원 감독은 '마돈나'가 극장에서 내릴 때까지 관객들의 반응을 경청할 예정이다.
[신수원 감독.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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