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염경엽 감독은 넥센 토종선발투수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넥센은 지난 수년간 토종 3~5선발이 아킬레스건이었다. 그 외의 모든 파트는 리그 상위권 경쟁력을 갖췄지만, 유독 한 시즌 10승이 가능한 토종 선발투수들을 만드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 시즌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밴헤켄-라이언 피어밴드 원투펀치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3~5선발은 여전히 불안하다.
염경엽 감독은 만년 기대주 문성현과 함께 필승계투조 핵심인 한현희를 선발로 돌렸다. 베테랑 송신영도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했다. 세 사람의 전반기 성적은 어떨까. 베테랑 송신영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6승1패 평균자책점 3.62. 그러나 한현희와 문성현은 썩 좋지 않다. 한현희는 7승3패 평균자책점 5.61, 문성현은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33. 문성현은 6월 7일 두산전 이후에는 구원으로만 나서고 있다. 선발진에서 완전히 빠진 건 아니지만, 고정적으로 선발 등판할 정도의 믿음을 주지 못했다.
▲구위는 좋은데
염 감독은 1일 목동 삼성전을 앞두고 "피어밴드가 내일 선발로 나간다"라고 했다. 피어밴드는 1회 노게임 처리된 6월 30일에 선발로 1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피어밴드의 몸 상태가 괜찮다는 보고를 받은 뒤 2일 선발로 확정했다. 삼성에 1승을 챙기고 싶은 속내도 있지만, 2일 선발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염 감독에 따르면 본래 2일 선발은 문성현. 그러나 피어밴드를 배치, 삼성을 상대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염 감독은 "문성현은 뒤(불펜을 의미)에 추격조로 대기한다"라고 했다. 2일 약 1달만의 선발 등판 기회를 잃은 문성현은 앞으로 언제 다시 선발 등판할지 알 수 없다. 문성현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만큼 염 감독이 수 차례 기회를 줬으나 보답하지 못했다. 문성현은 1일 경기서 구원 등판했다.
염 감독은 "작년에는 구위가 좋지 않았다. 재조정을 통해 후반기에 좀 나아졌다"라고 했다. 지난해를 토대로, 올 시즌에는 정말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고 기대를 걸었다. 실제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성현이 공이 정말 좋았다. 137~138km 나오던 투수가 142~143km이 찍혔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한 순간에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다. 제구가 들쭉날쭉한 약점을 답습했다. 볼넷을 내준 뒤 결정타를 맞고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염 감독은 "구위는 좋은데 볼넷도 많이 내줬고, 실책도 하면서 꼬이는 경기를 많이 했다. 승운도 따르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염 감독은 여전히 문성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전반기보다 후반기 때 항상 좋았다"라며 분명히 선발 기회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물론 문성현 스스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
▲팀으로선 성공
염 감독은 올 시즌 선발로 보직 전환한 사이드암 한현희를 두고 "팀으로선 성공, 개인적으로는 실패에 가깝다"라고 했다. 한현희가 전반기에 거둔 7승은 토종 선발 최다승. 넥센의 40승 중 7승에 기여했다는 의미. 염 감독도 "팀의 7승을 현희가 만들어낸 것이니까"라며 인정했다. 하지만, 개인의 경쟁력만 놓고 볼 땐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지금 상황만 보면 개인적으로는 실패에 가깝다. 탑5 중간투수가 리그 30위권 선발투수가 됐다. 선발로 옮기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한현희는 경기운영능력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이니 겪어야 할 성장통.
사실 염 감독이 한현희를 선발로 돌린 건 시즌 막판 구원으로서도 왼손타자에게 적지 않은 안타를 얻어맞는 등 어려움을 겼었던 걸 참고한 결과. 그는 "중간투수로 계속 뛰더라도 고전할 것이라 봤다"라고 했다. 그럴 바에야 선발로 전환, 미래를 내다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기본적으로 사이드암으로서 타자와의 승부요령이 있고, 무엇보다 아직 22세 영건이다. 얼마든지 깨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염 감독은 "현희를 선발로 돌린 걸 후회하지 않는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라고 했다.
다만, 염 감독은 한현희를 장기적으로 계속 선발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현희에 대해 여러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선발로 계속 뛰는 건 보장할 수 없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상황에 따라서 한현희가 언젠가 불펜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보면 될 듯하다.
[문성현(위), 한현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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