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은 이승엽을 당분간 쉬게 해준다.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관리다. 허벅지 통증을 갖고 있는 이승엽을 지난 8일 1군에서 뺐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약 열흘 정도 쉬면 복귀할 수 있는 수준. 그렇게 큰 부상이 아니라는 의미. 마침 삼성도 선두독주체제를 갖추면서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약간의 여유를 찾았다.
삼성은 이승엽 없이 9~10일 대구 넥센전을 치렀다. 붙박이 지명타자 이승엽이 제외되면서 채태인, 최형우가 연이어 지명타자로 기용됐다. 그리고 이승엽의 빈자리는 포지션 이동을 통해 외야수 박찬도와 이상훈이 활용됐다. 여전히 짜임새 있는 라인업을 꾸렸지만, 아무래도 이승엽이 있을 때와 비교하면 6~9번 하위타선의 힘이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활화산처럼 터졌던 삼성 타선은 이승엽이 빠진 직후 연이어 3득점으로 주춤했다.
▲국민타자의 존재감
이승엽의 존재감을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비록 2013년 9월 이후 2년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꾸준히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수 차례 상대 마운드에 카운트펀치를 날려왔다. 이승엽이 6번에서 든든히 버텨준 덕분에 삼성 중심타선은 클린업 트리오가 아닌 클린업 쿼탯으로 불리며 상대에 두 배 이상의 공포감을 심어줬다.
올 시즌 21홈런 74타점은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페이스보다는 약간 떨어진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타율이 0.341로 데뷔 후 가장 높다. 이는 올 시즌 타격이 향상된 이지영, 야마이코 나바로의 중심타선 가세로 7번에 배치된 박석민 혹은 채태인의 화력과 결합, 리그 최강의 하위타선 파괴력을 구축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득점권타율 0.315, OPS 0.970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열흘이 아닌 1년의 가능성
이런 이승엽의 공백을 당장은 어떻게든 메울 수 있다. 잔부상이 많은 삼성 타자들의 특성상 지명타자는 채태인, 최형우가 돌아가면서 맡고, 구자욱이 1루를 맡으면서 풍부한 외야진 활용도를 극대화하면 된다. 베테랑 외야수 박한이의 컴백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좀 더 시선을 넓히면 장기적인 대안도 반드시 필요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이승엽은 사실 FA로서 큰 의미가 없다. 그는 삼성이 낳은 슈퍼스타다. 이변이 없는 한 2~3년 정도 재계약할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도 선수생활을 아직은 더 이어가고 싶어한다. 당연히 삼성도 그런 이승엽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이승엽은 한국나이로 불혹이다. 류중일 감독은 일전에 "야구라는 게 계속 잘 풀릴 것 같아도 베테랑들은 갑작스럽게 (기량이)확 떨어질 때가 찾아온다"라고 했다. 이승엽도 점점 그런 리스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시기에 진입한 건 사실. 당연히 삼성이 평생 이승엽과 함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삼성은 타자 육성 및 경쟁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졌다. 갑자기 1~2명 빠진다고 해서 그렇게 큰 공백이 생기는 팀은 아니다. 그러나 류 감독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야수진이 약화된다며 수 차례 걱정했다. 예년에 비해 1군을 끌어갈 동력이 떨어졌다는 게 자체진단. 실제 내야의 경우 포화상태의 외야보다 사정이 썩 좋지 않다. 이런 상황서 이승엽 없이 1년 그 이상을 버텨낼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놓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이 지금은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단순히 열흘이 아닌 포스트 이승엽 시대를 미리 내다보고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이승엽의 공백이 장기적 차원에선 삼성에 또 다른 기회다. 삼성으로선 이승엽 없이도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최적의 조합을 만들고, 이승엽만한 잠재력을 지닌 야수를 끊임없이 발굴해내야 한다. 확실히 이승엽 공백 메우기는 다른 야수 공백을 메우는 것과는 좀 더 다른 의미가 있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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