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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여의도 '정치권의 현실'을 잘 다뤘다는 KBS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청률은 늪에 빠졌다. 화려한 배우 캐스팅,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며 다큐멘터리 못지않은 실감나는 전개를 그려나가고 있음에도 시청률이 크게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2일 방송된 '어셈블리' 9회는 전국기준 시청률 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이 나타낸 4.9%보다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그럼에도 동시간대 꼴지 기록이며 14.5%를 기록한 SBS ‘용팔이’와는 8.6%포인트 차이다.
대사 디테일은 살렸지만 속도감은 느긋
정현민 작가의 '어셈블리'는 긴박한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에피소드로 정치 드라마에 새 바람을 일으킨 박경수 작가의 '펀치', '추적자', '황금의 제국'과 비교했을 때 대조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50부작 사극 '정도전'을 앞서 집필한 경험 때문일까. 대사 디테일은 살렸지만 스펙터클한 맛이 부족하다.
정 작가는 10년 보좌관 경험에 기반 해 사실적인 묘사와 폐부를 찌르는 메시지를 살려 조선소 해고 노동자 출신 진상필(정재영)이 보수 여당의 전략 공천을 받아 좋은 정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현실에 통찰해 갖은 정치적 음모와 사건사고들을 구불구불한 길처럼 긴 호흡으로 풀어낸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들은 빠른 전개와 반전의 스토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금세 채널을 돌린다. 디테일과 속도감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의견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이디 이**는 "작가는 이 드라마에서 할 얘기가 많아 보인다. 스토리 전개에 급급한 느낌이다. 비슷한 장르였던 '펀치', '황금의 제국'과 비교해 캐릭터나 연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적 용어 즐비, 어렵게 보일 수도
'어셈블리'는 노동전문가이며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정 작가의 경험이 담겨 있어 그 어느 드라마보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디테일하게 살아 있다. 추경예산을 둘러싼 여야 갈등, 공천을 두고 당내 계파가 벌이는 싸움 등은 마치 TV 뉴스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그려진다.
이처럼 현실 정치판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는 호평에도 불구, 정치적 용어가 즐비한 '어셈블리'는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몰입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더구나 사건 중심의 장르 드라마는 1, 2회분 정도의 방송을 빼먹고 보게 되면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리모콘을 돌리다 우연히 들여다 보게 되는 시청자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병택 CP는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드라마에서 야당이 야당 노릇을 하고 여당이 여당 노릇을 하면서 치고받고 싸우는 이야기는 재미가 없을 거다. 또 이런 이야기는 저희가 지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초반에는 무겁지만 조금 있으면 시트콤 못지않게 군데군데 가볍게 터치하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부분을 의식했던 발언으로 보인다.
좋은 연기와 호흡, 딱히 모난 구석 없이 제 할 말을 다 하고 있는 '어셈블리'가 반환점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가운데, 반등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영. 사진 = KBS 2TV 방송 화면 캡처]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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