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폭발 시키고 싶었냐고요? 그런 거 많이 했잖아요. (웃음) 저도 이제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걸 지켜보니 좋던걸요. 감정을 쏟는 것만큼이나 편안한 일상을 연기하는 것도 좋은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김성균이 진중한 역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동안 깡패, 살인범 같은 역만 하다가 가방 끈이 가장 긴 의사 역"이다.
김성균이 출연한 영화는 '퇴마:무녀굴'.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김성균)과 그의 조수 지광(김혜성)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금주(유선)를 치료하던 중 그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 영화로, 스크린 속에서 센 역을 주로 연기해왔던 김성균을 떠올리자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역할이지만 그의 존재감만큼은 다른 영화 못지않다.
"진명은 어릴 때부터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아버지가 대무당이셨고, 대를 이은 능력을 지닌 친구죠. 그런데 자신의 운명을 거부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런 현상들이 설명이 돼야 거부를 할 수 있잖아요. 때문에 정신과 의사가 되고, 하다하다 안 좋은 일들이 벌어져 퇴마사라는 직업을 받아들이는 역할 같아요."
김성균은 영화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진명의 과거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또 금주에게 일어난 일들을 중심으로 사건이 흘러가므로, 실질적 주인공은 유선이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보통 포스터 등에 중심이 되는 주연배우 순으로 이름을 기재하는데, 김성균의 이름이 가장 처음 등장함에도 말이다.
"진명의 진면목을 다 보이지 않았다고요? (웃음) 조금 그런 부분은 있어요. 진명은 양념이 없는 캐릭터에요. (주인공이자 정신과 의사, 퇴마사이지만) 육체적으로 뛰어나다거나 성격적으로 괴팍하다거나 그런 설정이 없죠. 저희 영화는 상황이 주인공이 돼야 하는데 캐릭터를 너무 부각시키면 그럴 수 없거든요. 그리고 금주라는 인물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해주고 있고요. 최면 치료를 받는 인물들도 마찬가지죠."
이번 영화로 첫 공포영화에 도전한 김성균. 그동안 조직폭력배('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소름끼치는 살인마('이웃사람'), 연쇄 살인마에게 가족을 잃은 피해자('살인의뢰'), 삼천포에서 서울로 상경한 귀여운 '포블리'('응답하라 1994') 등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다.
"일부러 연기의 진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맡은 캐릭터를 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죠. 독창적 색을 가지고 연기하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그 캐릭터의 장인인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전 그런 캐릭터가 없는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도 있죠. 나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있었으면 하는 욕심도 있어요. '퇴마:무녀굴'이 잘 되면 시리즈로 만들어서 한국의 퇴마사 이미지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웃음)"
살짝 흥행 욕심을 내비친 김성균은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응답하라 1994 저주설'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후 출연진들의 차기작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아 우스갯소리로 '응답하라 1994'의 저주라는 말이 떠돌았던 것.
"항간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한 선배님께서 '늘 올라가지만은 않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래프를 그리는데, 대신 꾸준히 하기만 하면 올라갈 때도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진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너스레를 떤 김성균이지만 사실 요근래 고민에 휩싸여 있다. 배우로서의 번민이 다시 시작된 것. 연기를 위해 하는 연기가 연기 같다며 철학적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요즘에는 현장을 많이 겪다 보니 영화를 보게 되면 '저 배우 진짜 고생 많이 했겠다' 그런 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때가 묻어서 그런가 싶어서 텃밭도 가꾸고 풀도 뽑고 순수한 행위들을 실천하고 있죠. (웃음) 순수예술로서의 연기, 그 이면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제 연기가 진짜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진짜가 아니라는 약속 아래 하는 게 연기인데,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에 괴롭고.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연기해야 하는데 '진짜가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 형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누구나 다 하고 있는 고민이고 또 스스로 풀어나가더라고요. 저 또한 잘 풀어나가야죠."
[배우 김성균.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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