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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설경구는 ‘서부전선’ 시나리오를 2009년에 처음 받았다. 당시엔 ‘고지전’ ‘포화 속으로’를 비롯해 TV드라마에서도 한국전쟁을 한창 다룰 때였다. 다른 영화 촬영 스케줄과도 겹쳐 고사했다가 지난해 제작사 대표를 만났다가 이야기가 나왔다. 여전히 ‘냉동보관돼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여진구 스케줄을 물어봤다.
“영화 ‘화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촬영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어린 친구가 너무 강렬하더라고요. 무엇보다 맑고 순수해요. 눈을 보시면 알잖아요. 군대를 전혀 모르는 여진구에게 군복을 입혀 놓으면 꾸미지 않은 연기가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죠.”
여진구는 촬영장에서 설경구를 보고 ‘남복인지, 설경구인지’ 늘 헛갈렸다고 털어놨다. 설경구는 언제나 캐릭터에 푹 빠져 산다. ‘오아시스’ 촬영할 때는 종두의 허름한 옷을 입고 결혼식장에 간 적도 있다.
“그렇게 연기하는게 편해요. 그냥 그 인물로 사는거죠. ‘서부전선’ 때도 여진구에게 계속 충청도 사투리를 썼어요. 그래서 여진구가 그런 말을 했을 거예요.”
하루는 여진구가 시험을 치르고 왔다. 잘 봤냐고 물어보니까 잘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설경구는 충청도 사투리 리듬을 타며 “웃기고 자빠졌네. 니가 뭘 잘봐?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어서 잘 보냐”라는 말을 툭툭 던졌다.
큰 딸과 동갑내기인 여진구과 친해지기 위해 술을 권하기도 했다. “남자는 술도 마실줄 알아야 하는거여”하면서 한 잔 따라주면, 매니저가 낼름 받아 마셨다. “아직 학생이라….”
“애들은 술 한잔씩 하면서 크는거여. 네가 왜 진구의 추억을 깨는거여~”
이렇게 농담 섞인 말을 주고 받으며 촬영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여진구는 내년이면 스무살이다. 술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치맥과 소주에 곱창을 먹기로 약속했다.
“여진구가 촬영장에서 제 흉내를 많이 냈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선 똑같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땐 어림도 없죠(웃음).”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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