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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긴 시간 피아니스트 이루마를 괴롭혔던 시간들은 오히려 아름다운 결과물로 탄생했다.
7일 오후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이루마 정규 9집 ‘Piano’(피아노)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가을이라 생각이 많아졌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 때 작업을 했다”고 말문을 열며 이번 앨범에 대해 소개를 한 이루마는 여리고 부족한 자신을 이번 앨범에 표현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는 이루마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루마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제 자신도, 제 연주마저도 한없이 부족하고 여리고 투박하기만 했습니다. 모든게 우울하게 느껴질 만큼 힘들었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루마는 자신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이유에 대해 “그간 사람 때문에 힘들었다. 사람 만나는 걸 피했었다. 나 스스로 ‘이제 뭘 해야하지?’란 고민을 하는데 그게 나를 힘들게 했다. 어떤 뮤지션이나 예술가들이나 그런 고민을 한다. 이처럼 영감을 얻는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곡이 나왔다. 나에게는 생각하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가정은 평안하다”고 덧붙이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이어 이루마는 타이틀곡 ‘DANCE’(댄스)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밝히며 “사실 난 작곡을 전공해 연주가 점점 힘들어진다. 다들 나를 피아노 연주자라고 부를 때마다 부담스럽다. 난 그저 내가 쓴 곡을 연주할 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당하는게 두렵기도 하다. 그 느낌이 특히 이번에 강했던 것 같다. 대중을 무시하는 곡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 색을 보여주는게 내 몫이다”고 털어놨다.
이루마의 연주는 종종 이미지화 되곤 한다. 앨범 재킷도 화려하면서도 꾸며지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뮤직비디오 역시 숲 속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신비로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은 큰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안웅철 사진 작가와 작업했다. 제주도에서 작업이 이뤄졌는데, 당시 예상치 못한 폭풍우가 몰아쳤다고. 놀라운 점은, 비 때문에 더 완벽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이루마는 “비를 맞으면서 작가님이 촬영하는걸 보며 다녔다. 추우면서도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숲에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는데 새롭기도 했다. 어릴 때 숲에서 나쁜 짓도 많이 했다. 몰래 담배도 피우기도 했고, 헐레벌떡 나와서 학교로 들어간 적도 있다. 그런 기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작업을 하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는 이루마는 당분간 자신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치유해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영국에서의 공연도 예정돼 있고 특별히 그의 음악이 향수로 출시되기도 한다고. 이 뿐만 아니라 이루마는 피아노 외 여러 ‘외도’도 고려 중이다.
이루마는 피아노와 자신이 강한 연결고리로 묶어진 것에 대해 “사실 오케스트라 대곡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이루마하면 피아노라는 편견이 있는데, 온라인 상에 내가 치지도 않은 곡을 내가 쳤다고 올라와 있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또 “요즘 층간 소음이 심한데, 윗집에서 누가 피아노를 치면 ‘이루마 납셨네’라고 한다더라. 내 이름 자체가 욕이 돼버렸다. 그래서 이런 걸 깨야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마지막은 아니지만 당분간 피아노 작업 외에 다른 것을 해볼 것이다. 얼마전 백지영, 헨리, 샤이니 등과 곡 작업을 했었는데 앞으로 가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너무 재미있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발매된 정규 8집 ‘블라인드 필름(Blind Film)’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총 11개의 트랙으로 이뤄져 있다. 이루마는 다른 악기 없이 오직 피아노만으로 자신이 느끼는 마지막 낙원에 대한 갈망을 담아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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