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강산 기자] '상대는 상관없지. 우리는 다 이기지.'
노래 가사가 아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두산 베어스의 '업셋 본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두산은 지난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3위 넥센 히어로즈와 2위 LG 트윈스를 연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도 시리즈 전적 3승 1패까지 앞서며 상대 간담을 서늘케 했다.
지난해 리그 6위로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김태형 감독 부임 첫해 정규리그 3위(79승 65패)를 차지했고,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를 3승 1패로 통과했다. 특히 4차전 2-9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11-9 대역전극을 펼쳐 감동을 자아냈다. 준플레이오프 마무리 자체가 극적이었다. 이는 전날(17일)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완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2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두산이 그때와 다른 점은 4위가 아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것뿐이다. 시리즈 3승째가 극적이었다는 점이 똑같다. 당시 두산은 3-0으로 앞선 9회말 더스틴 니퍼트가 박병호에게 동점 3점포를 얻어맞아 흐름을 완전히 넘겨줬다. 그러나 연장 13회초 대거 5득점에 힘입어 8-5로 이겼다.
그리고 '체력이 바닥나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었다. LG와의 플레이오프를 3승 1패로 통과했다. 이른바 '업셋'이었다. 준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제로 바뀐 이후 2연속 시리즈 업셋을 기록한 팀은 두산이 처음이었다. 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팀의 최대 장점인 '실전 감각'을 제대로 살렸다.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그랬다. 홈런을 터트린 민병헌(2개)과 홍성흔 모두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4경기를 치르며 공이 눈에 익은 게 도움이 됐다.
이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된 두산 선수 28명 중 2013년 대단한 업셋을 경험한 이는 총 16명. 김재호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오재원 오재일 정수빈 최재훈 최주환 허경민 홍성흔 노경은 니퍼트 오현택 유희관 윤명준이다. 이들의 '업셋 본능'은 그대로다. 여기에 이현승과 장원준의 호투가 추가됐고, 함덕주라는 필승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 최주환과 허경민은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홍성흔의 존재도 든든하다. 김 감독은 "(홍)성흔이가 나가서 움직여주니 더그아웃 분위기가 살아난다. 정말 좋아 보인다"며 만족해했다.
김 감독의 리더십과 치밀한 전략도 돋보인다. 어느 때보다 치밀하다. 특히 "홍성흔을 지명타자로 고정하겠다"고 공언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주환을 경기 중반 이후 조커로 활용하기 위한 승부수이자 야수를 모두 소진할 경우를 대비한 포석이기도 하다. "지명타자가 계속 바뀌는 건 좋지 않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 하지만 이는 홍성흔의 기를 살려주는 동시에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전략이라고 봐도 된다. 홍성흔은 전날 3-0에서 4-0으로 달아나는 솔로포로 믿음에 응답했다.
지금 두산 선수단 분위기는 최고다.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편안하게 멋진 승부를 해보겠다"던 김 감독의 말을 선수들이 알아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 모두 끝내기 패배를 당한 뒤 두산 선수들이 그랬다. 이후 3연승으로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했고,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도 선전했다. 지금 분위기는 2년 전과 다를 게 없다. 두산의 '업셋 본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두산 베어스 선수들.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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