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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시 해야죠."
전자랜드는 개막 4연승을 거뒀다. 내용이 좋았다. 수년 전부터 몇몇 구단들로부터 평가가 좋았던 안드레 스미스를 영입, 강점이었던 수비조직력을 더욱 효율적으로 가다듬었다. 여기저기서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스미스는 1대1 능력이 탁월했다. 돌파 방향이 좌우로 균등했고, 포스트업 이후 스핀무브와 페이크 테크닉이 기가 막혔다. 간혹 던지는 중거리슛도 정확했다. 수비 테크닉도 수준급이었다. 파워를 바탕으로 버텨내는 골밑 수비력이 탁월했다. 이 부분에서 스미스는 전자랜드의 아킬레스건을 완벽에 가깝게 지웠다. 수년간 확실한 외국센터가 없었던 전자랜드는 국내선수들이 골밑 도움수비에 가담하고 리커버하는 과정에서 많은 체력 손실이 있었다. 스미스는 국내 1~3번 선수들의 체력을 아끼는 효과가 있었다. 국내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수비와 공격에 좀 더 집중하는 효과를 봤다.
유도훈 감독은 "그뿐 아니었다. 스미스는 외곽 도움수비도 좋았다. 수비의 길을 알고 있었다. 상대 움직임을 알고 외곽에서의 패스 루트를 차단했다"라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전자랜드의 4연승은 스미스 효과의 집약체였다. 하지만, 지금 스미스는 없다. 그는 10월 14일 연습 도중 무릎을 다쳤다. (본래 무릎에 대한 리스크가 있었다. 그래서 스미스 영입을 의도적으로 피한 팀들도 있었다. 그날 다친 무릎은 올해 1월 수술한 무릎이 아닌 다른 무릎. 과부하가 걸린 결과였다.) 결국 스미스는 정확히 10경기만을 뛰고 전자랜드에서 이탈했다. 이후 전자랜드는 추락했다. 중, 하위권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무너진 수비조직력
전자랜드는 1라운드서 평균 74실점했다. 그러나 2라운드서 평균 86.9실점했다. 스미스가 빠져나간 뒤 한 동안 알파 뱅그라로만 버티다 10월 27일 오리온전부터 허버트 힐을 기용했다. 그러나 힐 복귀 이후에도 전자랜드의 수비조직력은 좋지 않다. 단순히 스미스가 빠져나갔다고 해서 전자랜드 수비가 무너진 건 아니다.
유도훈 감독은 "개개인의 한계다. 박성진의 수비 한계, 정병국의 수비 한계다"라고 했다. 현재 전자랜드 멤버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일단 힐은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력은 그리 좋지 않다. 골밑에서 버텨내는 능력도 좋지 않다. 도움수비에 대한 이해도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발이 빠른 것도 아니다. 때문에 전자랜드의 골밑 수비력은 스미스 이탈 후 많이 떨어진 상태다.
결국 전자랜드 수비 시스템은 지난 봄 플레이오프처럼 국내선수들 중심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리카르도 포웰도 골밑 수비는 좋지 않았지만, 국내선수들의 조직적인 도움수비와 재빠른 리커버, 톱니바퀴같은 스위치 디펜스가 있었다.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 동부와의 4강 플레이오프 선전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유 감독은 "그때는 함준후, 이현호, 차바위 등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현호는 본래 수비력이 대단했다. 함준후도 수비 센스가 좋았고, 유 감독을 만나 수비력이 향상됐다. 차바위 역시 살을 빼고 수비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함준후는 무릎 수술을 받았고, 불법도박 징계까지 받았다. 징계가 풀려도 언제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이현호도 무릎 수술 이후 예전의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 차바위는 군 입대했다. 현재 전자랜드에는 기본적인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없다. 유 감독은 "팀 디펜스도 결국 기본적인 1대1 수비가 어느 정도는 돼야 힘을 받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재정비
유도훈 감독이 구상한 전자랜드의 플랜A는 완벽히 어긋났다. 그는 "일단 스미스를 계속 기다려보긴 할 것이다. 하지만, 경기는 계속 치러야 하고 돌아오지 못할 것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사실상 스미스와는 결별이다.
기본적인 수비력이 탁월한 선수들 없이 조직력 재구축에 나서야 한다. 실전을 치르면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 및 보완해야 하는 작업. 엄청난 부작용이 동반될 수도 있다. 그래도 유 감독은 "할 수 없다. 요즘 계속 수비연습만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언제 수비조직력이 다시 만들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수비도 지역방어가 있고, 2대2 수비가 있다. 해야 할 부분이 많으니까"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자랜드는 타 팀 동포지션 선수들과 비교할 때 신장이 큰 선수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력이 탁월한 선수도 많지 않다. 유 감독은 "공격은 자기 능력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남는 건 수비"라고 했다. 허리 부상으로 또 다시 이탈한 정영삼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유 감독은 "그래도 영삼이가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다"라고 아쉬워했다. 다만, 최근 합류한 신인 한희원에 대해선 기존의 평가를 뒤집었다. "열심히 뛰어다닌다. 기본적인 수비센스가 있다"라고 했다.
전자랜드는 8일 오리온전서 석패했다. 4쿼터에 수비조직력이 와르르 무너졌지만, 리그에서 공격력이 가장 강력한 오리온을 3쿼터까지 단 57점에 묶었다. 강력한 대인방어와 더블팀, 외곽 로테이션, 3쿼터에 시도했던 2-3 매치업 존과 트랩디펜스가 묵직했다. 오랜만에 전자랜드 다운 영혼이 느껴졌다. 과도기를 극복하면, 여전히 좋아질 여지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초반에도 9연패로 추락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거짓말처럼 반등했다. 올 시즌에도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수비조직력 재구축에 달렸다.
[전자랜드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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