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승리로 끝난 노스웨스트더비는 롱킥(Long kick) 전략이 게겐프레싱(Gegen Pressing: 전방압박)의 공략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펩 과르디올라가 이끌던 바르셀로나가 유럽을 지배한 이후 프리미어리그(EPL)조차 ‘점유율(possession rate)’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의 소유권을 쉽게 잃어버리는 롱킥은 단순하면서 재미없는 2류로 평가됐다.
하지만 전술은 돌고 돈다. 점유율 축구가 매너리즘에 빠질 때쯤 위르겐 클롭의 도르트문트는 ‘압박+점유=역습’라는 새로운 공식으로 유럽에 새 바람을 불어왔다. 물론 클롭의 게겐프레싱이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시도는 아니었다. 압박(Pressing)축구의 창시자로 불리는 아리고 사키는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의 간격을 25m로 유지해 AC밀란을 유럽 정상에 올려놓은 바 있다. 다만 게겐프레싱과의 차이점은 압박의 위치다. 오프사이드(off-side) 룰 완화 이후 3열 포메이션(ex:4-4-2)에서 4열 포메이션(ex:4-2-3-1)이 대세를 이루면서 전체적인 수비라인이 내려갔다. 그러나 클롭은 경기장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4열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압박의 시작점을 높였다. 뒷공간에 대한 위험은 높아졌지만 대신 공을 탈취한 뒤 역습으로 나가는 거리를 좁혀 위력을 더했다.
이로 인해 상대팀들은 후방에 빌드업(build-up: 공격전개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수비수들은 미드필더처럼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하지 못한다. 패스도 마찬가지다. (현대축구에서 패스에 능한 수비수들이 각광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의 압박이 들어오면 대부분의 수비수들은 당황해서 공을 엉뚱한 방향으로 보내거나 빼앗긴다. 그리고 유럽에서 이러한 작업을 가장 잘한 팀은 클롭의 도르트문트였다.
그러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전술은 역사처럼 돌고 돈다. (특히나 TV 중계가 발전하면서 과거처럼 오랫동안 전술적인 성공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게겐프레싱에 대한 공략법을 가장 먼저 제시한 구단은 2012-13시즌 유프 하인케스의 바이에른 뮌헨이다.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결승전에서 도르트문트를 만난 뮌헨은 게겐프레싱을 벗어나기 위해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 번에 공을 보내는 롱킥 전략을 사용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상대가 롱볼을 통해 미드필더 지역을 거치지 않고 공을 전방으로 보내면서 도르트문트의 게겐프레싱은 효과를 잃었다. 그리고 이 방법은 과르디올라가 온 뒤에도 사용됐다. 바이에른 경기에서 제롬 보아텡이 자주 롱볼을 시도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EPL에서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를 중심으로 전방 압박이 대세로 떠올랐다. 올 시즌에는 스티브 맥클라렌의 뉴캐슬도 활동량과 스피드를 갖춘 공격수들로 압박 후 역습으로 득점을 노린다. 자연스레 영국에서도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롱킥을 하는 팀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축구가 시작된 1800년대 후반부터 패스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여겼던 잉글랜드에서 공중으로 공을 띄운 뒤 경합하는 롱볼은 사실 매우 익숙한 일이다.
#포메이션
클롭 감독은 3-3 무승부를 거뒀던 아스날전과 비교해 1명을 바꿨다. 조던 아이브 대신 루카스 레이바가 출전했다. 포메이션은 브라질 출신의 로베르토 피르미누를 폴스나인(false nine: 가짜9번)으로 활용한 4-3-3이었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은 3-3으로 비겼던 뉴캐슬전과 똑같은 베스트11을 내보냈다. 무릎 부상을 당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부재도 영향이 있겠지만 마루앙 펠라이니의 높이를 활용하려는 판 할의 의도가 깔린 명단이기도 했다. 올 시즌 초반 브렌든 로저스가 리버풀을 이끌 때도 루니의 부상 공백을 펠라이니 원톱으로 메웠던 판 할이다.
#폴스나인
리버풀에겐 분명 억울한 패배다. 하지만 이것이 축구다. 리버풀은 19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0골’에 그쳤고 맨유는 1개의 유효슈팅을 결승골로 연결시켰다. 그 밖에 점유율과 패스에서 리버풀이 맨유를 앞섰다. 하지만 마무리가 문제였다. 클롭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맨유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훨씬 좋은 경기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린 승리하지 못했다. 아주 좋은 골 찬스들이 몇 차례 있었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제로톱 전술을 수행한 피르미누의 활약은 긍정적이었다. 앞서 아스날전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던 피르미누는 맨유전에서도 5번의 득점기회를 창출했다. 양 팀 통틀어 최다다. 다만, 공격 2선의 결정력이 문제였을 뿐이다.
#펠라이니
시간을 지난 시즌 후반기로 돌려보자. 맨유에 백스리(back three:3인 수비)를 입히는데 실패한 판 할은 백포(back four: 4인 수비)로 돌아왔고 동시에 펠라이니를 중용하면서 승리를 쌓기 시작했다. 4-1-4-1(혹은 4-2-3-1)에서 펠라이니는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고 후방 롱볼을 따내거나,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해 날아오르며 헤딩을 꽂아 넣었다. 2015년 4월 맨체스터 더비를 떠올리면 쉽다. 영국 현지에선 이러한 펠라이니에 대해 ‘딥-라잉 타깃맨(deep-lying target man: 후방 타깃맨)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처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이미 에버턴 시절 데이미드 모예스 감독이 펠라이니를 활용했던 방법이다.
단순하지만 이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EPL에서 펠라이니와 공중볼을 경합해 승리할 수 있는 미드필더와 수비수는 많지 않다. 펠라이니가 매번 공을 따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상대팀에게 상당한 골칫거리다. (뉴캐슬에선 알렉산드르 미트로비치가 펠라이니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도 판 할은 의도적으로 펠라이니를 향해 롱킥 전략을 감행했다. 리버풀의 게겐프레싱을 의식한 전략이었다. 맨유 센터백들은 공을 앞으로 뿌리기보다 다비드 데 헤아에게 보냈고, 데 헤아는 펠라이니의 머리를 향해 롱볼을 날렸다.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데 헤아가 미드필더 지역으로 시도한 20개 패스 중 90% 이상이 펠라이니가 위치한 곳으로 날아갔다. 클롭도 이것을 알았다.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체력적인 저하도 문제였지만 맨유의 후방 빌드업을 저지하기 위해 무작정 앞으로 달리지 않은 이유다.
맨유가 전략적인 롱볼 축구를 구사했다는 것은 점유율에서도 드러난다. 판 할은 점유율을 중시하는 감독이다. 그러나 펠라이니를 활용한 뉴캐슬(46%), 리버풀(47%)전에선 점유율이 모두 50% 이하였다. 덩달아 패스성공률(72.9%)도 낮아졌다. 올 시즌 맨유의 평균(84.02%)에 한 참 못 미치는 숫자다.
#후반전
후반에도 경기 흐름은 비슷했다. 맨유는 전반 막판 애슐리 영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카메론 보스윅-잭슨을 투입한 뒤 마테오 다르미안을 오른쪽 풀백으로 돌렸지만 오히려 다르미안이 왼쪽에 있을 때보다 안정적이었다. 판 할 감독의 지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다르미안은 피르미누 압박을 위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한 달레이 블린트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안으로 치우친 모습을 보였다. 어쨌든 후반 중반이 지나면서 양 팀은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맨유는 후안 마타, 멤피스 데파이를 투입했고 리버풀은 아담 랄라나 대신 아이브를 내보냈다. 하지만 경기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세트피스
사실 아예 영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웨인 루니의 결승골이 마타의 측면 크로스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코너킥 상황에서 블린트에게 공을 전달받은 마타는 곧바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 있던 펠라이니가 리버풀 수비진을 뚫고 머리를 맞췄다. 공은 크로스바를 때린 뒤 노마크 상태에 있던 루니의 슈팅으로 마무리됐다. 리버풀은 무려 4명이 펠라이니에게 달려들었지만 막지 못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루니를 마크했던 루카스마저 갑자기 펠라이니에게 달려가면서 루니는 이날 경기에서 처음 자유(freedom)가 됐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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