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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지네딘 지단이 쳐 놓은 덫에 바르셀로나 스스로 빠진 경기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예상대로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를 선발로 내세웠고 바르셀로나는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호르디 알바가 선발 출격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양 측의 이 선택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카세미루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알바는 두 차례 패스 실수로 역전패에 보이지 않는 엑스맨 역할을 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복잡했던 엘 클라시코를 설명하긴 부족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자.
#선발 명단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남미예선에서 돌아온 ‘MSN’ 3인방을 최전방에 세웠다. 그리고 당초 알바 대신 왼쪽 풀백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세르지 로베르토는 벤치에 대기했다.
지단 감독은 브라질 출신 카세미루를 포백(back four:4인수비) 앞에 세운 4-1-4-1(혹은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카림 벤제마가 원톱을 맡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왼쪽에, 가레스 베일이 오른쪽에 포진했다. 오른쪽 풀백인 다닐로 대신 다니엘 카르바할이 맡았다.
#전반전
최근 엘 클라시코에서 레알은 항상 경기 시작 10분 동안 바르셀로나를 가장 강하게 압박했다. 바르셀로나가 경기 흐름을 찾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가 가장 불안정할 때 그들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단 감독의 지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레알은 전방부터 무리한 압박을 시도하지 않았다. 공격이 끊겼을 때와 바르셀로나가 골키퍼로부터 빌드업을 시작할 때를 제외하곤 항상 상대를 기다렸다. 또한 경기 템포를 최대한 늦췄다.
문제는 바르셀로나 역시 템포가 느렸다는 점이다. 경기 전 엔리케 감독은 MSN의 남미예선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는 생각보다 컸다. 루이스 수아레스, 메시, 네이마르의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 창 좋을 때의 몸 상태도 아니었다. 게다가 셋은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무거운 모습을 보였다.
#카세미루 vs 메시
지단은 홀딩 미드필더 없이 0-4 대패를 당했던 전임 라파엘 베니테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카세미루를 미드필더와 포백 사이에 세워 메시가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을 사전에 차단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상대가 메시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 카세미루는 거의 혼자서 메시를 컨트롤 했다. 그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2개의 태클을 시도했고 이 중 8개를 성공했다. 반면 메시는 7차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단 2번 성공에 그쳤다. 그마저도 상대 페널티박스에서 먼 하프라인 근처였다. 실질적인 찬스로 이어진 돌파는 거의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메시는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지나치게 중앙에 치중된 모습을 보였다. 4-3-3으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메시가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이면서 가운데 4명의 미드필더가 포진한 4-4-2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다니 알베스가 전진할 경우 순간적인 포메이션은 3-4-1-2 같았다. 부상으로 몸이 완벽하지 못했던 알바는 베일을 의식한 듯 최대한 오버래핑을 자제했다. 그로인해 바르셀로나 시스템은 비대칭 형태를 보였다.
#후반전
후반 10분경, 무려 3차례 연속된 코너킥에서 바르셀로나가 기어코 선제골을 뽑아냈다. 레알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맨마킹 수비를 실시했고 헤라르드 피케가 페페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움츠리고 있던 레알은 한쪽으로 치우친 바르셀로나의 약한 곳을 공략하며 동점골을 만들었다. 메시가 중앙으로 쏠리면서 레알의 왼쪽 풀백 마르셀로는 1vs1 수비에서 항상 자유로운 상태였다. 후반 17분 동점골 장면에서 레알이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벗겨내는 순간 마르셀로는 쉽게 앞으로 전진했다. 이전까지 마르셀로에 대한 견제는 메시가 아닌 이반 라키티치가 했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진 라키티치의 수비가담이 늦어지면서 뒷공간이 너무 쉽게 열렸다.
#교체
1-1이 되자 양 팀은 교체로 변화를 줬다. 먼저 바르셀로나가 라키티치를 빼고 아르다 투란을 투입했다. 그러자 레알은 벤제마 대신 헤세 로드리게스를 내보냈다. 바르셀로나는 체력적인 교체였고 레알은 역습에 속도를 더하기 위한 변화였다. 엔리케 감독은 투란을 통해 마르셀로의 오버래핑을 견제하고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듯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투란은 경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바르셀로나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깨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재미있는 건 세르히오 라모스가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한 뒤 레알의 역전골이 터졌다는 점이다. 레알은 10vs11의 수적 열세에 놓이자 카세미루를 센터백으로 내리고 4-4-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분명 바르셀로나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수적인 우위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패스 실수로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던 알바가 또 다시 어이없는 패스를 저질렀다. 선택지가 많았음에도 무리하게 전방의 네이마르에게 패스를 시도했고 이것이 카르바할에게 끊기면서 곧바로 카운터 어택을 얻어 맞았다.
#감독
지단은 경기 후 “선수들 모두가 자랑스럽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강한 집중력을 보인 선수들을 칭찬했다. 실제로 이날 호날두와 베일은 수비적으로 매우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호날두의 디펜스 가담은 놀라울 정도였다. 레알은 항상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호날두로 인해 마르셀로와의 사이에 넓은 공간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 엘 클라시코는 달랐다. 호날두는 페널티박스까지 내려와 수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요한 크루이프 헌정 경기에서 패한 엔리케는 애써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운이 나빴다. 하지만 어떠한 고통이나 감정이 없다. 우리는 빠르게 회복해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 여전히 바르셀로나는 리그 선두에 있고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다”고 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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