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유연석이 나쁜 남자로 등장, 폭발적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이다. 4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전국에 첫사랑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강남 오빠’, 확장판까지 더해 약 700만명의 관객이 관람한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부자 오빠’로 분해 ‘국민 첫사랑 킬러’라는 장난기 어린 수식어까지 얻었던 그다.
이런 유연석의 ‘나쁜 남자’ 매력이 폭발한 작품이 개봉을 앞둔 영화 ‘해어화’다.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유연석이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윤우로 분했다.
그는 소율(한효주)과 마음을 나눈 사이로, 우연히 듣게 된 연희(천우희)의 목소리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작곡가인 윤우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혼을 매혹시킨 뮤즈에게 마음이 향하는 건 있을 법도 한 일. 하지만 ‘해어화’가 소율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과정이 조금은 불친절하게 그려진다. 이에 ‘해어화’가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유연석은 여성 관객에게 ‘윤우는 나쁜 남자’라는 소리를 적잖이 들어야했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윤우가 나쁜 남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윤우가 연희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신들이 정리가 되다 보니 조금 더 급하게 마음이 옮겨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사실 윤우가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에 어울리는 뮤즈 연희를 만나고, 같이 곡 작업을 하는 와중에 필연적으로 끌리게 되는데, 그런 신들이 삭제되다 보니 조금 급하게 변심한 사람처럼 그려지게 됐어요. 사실은 모든 인물들이 스스로 절실한 인물들이에요. (웃음) ”
유연석이 윤우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삭제된 신 외에도 당시의 시대상 때문이다. 당대 작곡가들이 자신의 뮤즈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이에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예 설득력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극 중 윤우는 작곡가로서 자신의 본능과 감정에 충실한 인물. 때문에 사랑하는 소율보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노래 ‘조선의 마음’에 더 어울리는 연희에게 노래를 불러줄 것을 부탁한다. 때문에 소율에게 미안해한다. 그 역시 사랑하는 윤우가 만든 노래를 직접 부르고 싶어 했기 때문. 스포일러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영화 막바지 윤우가 소율에게 건넨 진심어린 선물은 영화에 등장하는 세 사람 모두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유연석은 이 신을 촬영하기 전 한참 눈물을 쏟기도 했다.
영화를 본다면 위의 신도 인상 깊지만 또 하나 놓치고 지나갈 수 없는 신이 있다. 바로 유연석이 만취한 채 ‘아리랑’을 연주하는 신. 유연석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다 일본군과 시비가 붙는 과정까지, 모두 한 번에 촬영됐고 그대로 영화에 삽입 돼 화제가 된 신이기도 하다.
“그 신은 단순히 ‘아리랑’을 연주한다기 보다 윤우의 소신과 그가 가진 여러 감정, 마음들을 다 대변하는 신이었어요. 막힘없이 연주를 하고 싶었고,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감정을 잘 전달하고 싶었죠. 특히나 (다른 곡보다) ‘아리랑’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요. 그러다보니 촬영할 때는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지를 당함에도 연주를 이어나가고, 그러다 보니 피아노를 칠 때 조금씩 틀리게 되고. 그런 것들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았죠. 그러다 보니 음향도 현장음 그대로 나가게 됐어요.”
평소 작품 속에서 외사랑을 하거나 마음앓이 끝에 사랑의 결실을 얻는 경우가 많았던 유연석. 이번 작품에서는 두 여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경험을 했다. “두 인물의 사랑을 받으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혼란스럽기도 하고”라며 너스레를 떤 유연석은 “두 여배우가 서로 응원해가면서 촬영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라고 회상했다.
“효주 씨는 (‘뷰티 인사이드’를) 체코에서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만나니까 다른 인물이 돼 있는 것 같았어요. 더 밝고 귀여워져 있었죠. 권번에서의 어린 시절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이 인물과 동일시되어가고 있구나’ 싶어 놀랐어요. 그리고 우희 씨 같은 경우는 순간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느꼈어요.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 유연석.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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