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이젠 놀랍지도 않은 루이스 판 할의 악수(惡手)다. 애슐리 영은 최전방에서 무엇을 할지 모르는 듯 했고, 마테오 다르미안은 3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리고 단 두 장의 교체카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5년 만에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토트넘 홋스퍼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맨유의 완패를 설명하긴 어렵다. 판 할은 경기 후 기자회견서 “토트넘의 첫 골이 들어가기 전까지 대등했던 경기였다. 수비 실수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패자의 핑계로 들릴 수도 있지만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의 말대로 선제골 이전까지 완벽에 가까웠던 맨유의 수비가 왜 하필 두 장의 교체 카드 이후 무너졌냐는 것이다. 맨유 팬들이 판 할에게 화가 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인지 모른다.
#선발 명단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벤치에 앉히고 에릭 라멜라를 선발로 내보냈다. 수비에선 부상에서 돌아온 얀 베르통헌이 토비 알더베이럴트와 호흡을 맞췄다.
판 할 감독은 지난 에버턴전과 비교해 1명을 바꿨다. 다르미안 대신 ‘네덜란드 유망주’ 티모시 포수-멘사를 오른쪽 풀백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안데르 에레라, 마루앙 펠라이니,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벤치에 대기했다.
#비대칭 포메이션
포메이션은 항상 대칭을 이루지 않는다. 감독의 의도와 선수의 특징에 따라 포메이션은 경기 내내 살아 움직인다. 이날도 맨유가 지나치게 왼쪽을 고집하면서 좌우가 비대칭을 이뤘다. 판 할은 늘 그랬듯이 앙토니 마샬을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켰다. 또한 동시에 마르코스 로호도 평소보다 앞으로 이동했다. 이는 마샬과 로호 사이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마샬만 올라가고 로호가 자리를 지킬 경우 사이드에서 상대에게 많은 공간을 허용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레 반대편에도 영향을 미친다. 왼쪽 풀백인 로호가 올라가면 달레이 블린트와 크리스 스몰링 심지어 오른쪽 풀백인 포수-멘사까지 좌측으로 쏠렸다. 또한 포수-멘사가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후안 마타가 측면을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이는 토트넘에게도 적용됐다. 포체티노는 마샬의 견제하기 위해 카일 워커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했다. 또한 마타처럼 워커가 내려서면서 로호에게 공간이 생기자 라멜라에게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요구했다. 실제로 이날 라멜라는 무려 9개의 태클을 성공했다. 반면 비대칭으로 인해 반대쪽의 대니 로즈는 로호처럼 전진이 수월했다. 워커가 1개의 크로스를 하는 동안 로드는 5개의 크로스를 시도했다. 오버래핑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교체
후반 시작과 함께 판 할은 래쉬포드를 빼고 영을 투입했다. 판 할은 이에 대해 “스피드로 토트넘 수비 뒷공간을 노릴 선수를 투입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의 최전방 배치는 악수(惡手)가 됐다. 래쉬포드 역시 좋은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등지는 상황에서 피지컬에 밀리며 래쉬포드보다 공을 소유하지 못했다.
일부 팬들은 마샬을 올리거나 펠라이니를 투입해 세컨볼을 노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질이었다. 토트넘 압박의 강도가 높기도 했지만 맨유에서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는 후안 마타가 수비에 치중하면서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진 것도 문제였다. 차라리 마샬을 올리고 제시 린가드를 측면으로 돌린 뒤 에레라를 투입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다. 축구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티모시 포수-멘사
어쨌든 비대칭에도 양 팀은 매우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특히 맨유가 전반에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건 포수-멘사의 영향이 컸다. 풀백과 센터백 모두 가능한 포수-멘사는 비대칭 상황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5개의 태클을 모두 성공했고 가로채기도 5개나 됐다. 페널티박스 근처에서의 수비적인 클리어도 성공률이 90%를 넘었다. 문제는 포수-멘사가 부상으로 빠진 뒤다. 다르미안 투입 후 맨유 수비가 무너지는데 2분도 걸리지 않았다.
선제골을 다시 복기해보자. ① 영은 래쉬포드보다 자주 공격 2선과 위치를 바꿨다. 이것이 판 할의 지시였는지 알 수 없지만 영이 들어간 뒤 마샬은 이전보다 중앙으로 좀 더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제골 장면에서 마샬은 토트넘 센터백 알더베이렐트를 압박했다. 이후 공이 풀백 워커에게 향하자 이번에는 맨유 왼쪽 풀백 로호가 전진했다. ② 워커는 로호가 압박하자 휴고 요리스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줬고 요리스는 곧바로 롱킥으로 전방에 공을 전달했다. ③ 주목해야할 상황은 바로 이 다음이다. 로호가 전진하면서 맨유 수비는 순간적으로 스리백이 됐다. 수적인 문제는 없었다. 3명이 2명을 상대했다. 헌데, 스몰링과 블린트가 동시에 뛰어올라 라멜라와 공중볼을 경합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이때 다르미안의 위치 선정도 매우 아쉽다. 다르미안은 양 팀이 뒤죽박죽 섞였을 때 고개를 돌려 에릭센의 위치를 확인했다. 하지만 위치만 확인하고 거리를 좁히진 않았다. 결국 뒤늦게 쫓아가면서 크로스를 허용했고 알리가 득점에 성공했다. 물론 다르미안 혼자만의 실수는 아니다. 잘하던 블린트, 스몰링은 갑자기 호흡이 맞지 않았고 경기 내내 전진했던 로호는 수비 복귀가 늦었다. 판 할이 “수비 실수였다”고 말한 이유다.
#토트넘 홋스퍼
홈에서 맨유를 완파한 토트넘은 레스터 시티와의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경기 후 포체티노는 “환상적인 플레이었다.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선두 레스터(승점72)와 2위 토트넘(승점65)의 승점 차는 7점이다. 역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레스터가 3경기를 승리하면 토트넘이 전승을 해도 역전 우승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포체티노는 “오늘 승리처럼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손흥민은 후반 44분 교체로 들어와 추가시간까지 약 6분을 소화했다. 맨유와 달리 팀의 밸런스를 끝까지 유지한 포체티노의 전략적인 선택 때문이었다. 물론 동시에 올 시즌 손흥민의 입지를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팀 우승의 향방이 걸린 중요한 일전에서 포체티노는 손흥민이 아닌 라멜라를 내보냈다. 토트넘의 3-0 완승에도 손흥민에겐 다소 씁쓸함이 남는 경기였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