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발상이죠."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10일 프랑스 낭트로 향한다. 14일(이하 한국시각) 나이지리아(19시30분), 15일 벨라루스(19시30분)와 C조 조별리그를 갖는다.
객관적인 전력상 나이지리아와 벨라루스를 모두 잡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위성우호는 2경기 모두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조1~2위가 맞붙는 8강전서 D조 1위가 유력한 세계랭킹 3위 스페인을 만나지 않으려면 1승1패도 안 된다는 결론. 8강전서 패배하면 패자전을 두 차례 연속 이겨야 리우올림픽에 갈 수 있다. 물론 8강전서 승리하면 리우행을 확정한다.
▲역발상의 계기
위 감독은 나이지리아, 벨라루스에 맞춰서 게임을 운영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통적으로 국제대회, 특히 세계무대서 한국의 신장과 파워는 평균이하였다. 자연스럽게 한국은 상대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략, 즉 수비 위주의 전략과 속공을 주무기로 삼았다. 그러나 성공으로 귀결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위 감독은 오히려 열세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한국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위 감독은 "대표팀 3~4년째를 맡으면서 느꼈다. 신장이 크고 기술이 좋은 팀들을 상대로 트랩이나 전면강압수비를 세밀하게 짜봤자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신장이 크고 운동능력이 좋은 세계적 강호들은 한국의 변칙 수비를 손쉽게 깼다. 오히려 그들이 강력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한 타이트한 수비를 훨씬 더 잘했다. 한국은 일찌감치 많은 에너지를 소모, 경기 막판 자멸하기 일쑤였다. 여자대표팀은 물론, 남자대표팀도 2014년 월드컵 등 세계대회서 여실히 경험했다. 때문에 아시아 대회가 아닌 세계대회서는 수비 위주의 전략에 한계가 있다는 게 위 감독 생각이다.
▲구체적인 컨셉트
그래서 수비보다는 공격, 골밑보다는 외곽을 컨셉으로 잡았다. 위 감독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공격도 스크린을 받아서 3점슛을 던지는 패턴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전주원 코치는 "일종의 역발상"이라고 했다.
멤버 구성도 괜찮다. 변연하가 은퇴했지만, 임영희, 강아정, 강이슬, 김단비, 박혜진 등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는 즐비하다. 위 감독은 "멤버 조합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사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2일 명지고와의 진천 연습경기. 위성우호의 컨셉이 명확히 드러났다. 위 감독은 다양한 선수조합을 점검했다. 그리고 외곽에서 준비한 공격패턴들을 집중 점검했다. 정밀한 얼리오펜스와 세밀한 패턴에 의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수비는 기본적인 2-3 존 디펜스와 스위치디펜스 외에 변칙적인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위 감독이 우리은행에서 즐기는 존 프레스 트랩 디펜스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중요한 장치들
위성우호는 4월 25일 소집, 약 3주 정도 몸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공수 패턴을 준비한 건 5월 중순부터였다. 그럼에도 위 감독은 "작년보다 운동을 많이 시켰고,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다"라고 했다. 결국 대표팀 내부에서도 연습경기를 치러본 결과 자체적인 경기력은 작년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선수들의 능동성이다. 변연하 등 베테랑이 있을 때는 젊은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베테랑들이 모두 은퇴하면서 그런 부작용이 사라졌다. 위 감독의 확고한 게임 플랜에, 개개인이 자신의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느낌이었다.
또 하나. 외곽 공격을 해도 골밑에서 나오는 볼을 잡아서 3점슛으로 연결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자체적인 계산이다. 일단 이미선이 은퇴하면서 대표팀 가드진의 경기조율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그리고 박지수가 성장했지만, 4~5번 신장도 세계무대서는 밀린다. 물론 위 감독은 박지수, 양지희의 피딩에 의한 외곽슛 패턴도 준비했다. 그러나 주요 루트는 아니다.
수비보다 공격 위주의 전략으로 나간다고 해서 수비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전 코치는 "감독님이 맨투맨에 최적화된 멤버, 존 디펜스에 최적화된 멤버를 준비해뒀다"라고 했다. 2일 진천에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에 대비한 변칙 수비도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리바운드 열세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공격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다. 아무래도 3점슛은 확률이 2점슛보다 떨어진다. 그래서 공격 기회를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한다. 위 감독은 센터들뿐 아니라 가드, 포워드들에게도 전원 리바운드 가세를 지시한 상태. 체격조건에서 밀리는 위성우호로선 리바운드 가담 타이밍을 빠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위 감독은 "승패를 떠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돌아오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보다 맞붙을 상대는 훨씬 더 강하다. 그러나 위성우호의 자체적인 준비도 작년보다 더 체계적이다.
[위성우호. 사진 = 진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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